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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갤질 초장기에 한 번 썼었는데

쓴지도 오래됐고 이벤트 취지에도 적합해서 올려봅니다.

무엇보다 당시에 쓴 건 말 뽄새가..

제가 쓴건데 너무 싸가지 없어서 다시 쓰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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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바야흐로 2015년 8월이 더랬죠.


저는 8월 22일 열리는 'PINK ISLAND' 콘서트를 가기 위해 높은 경쟁률을 뚫고 예매에 성공했습니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저는 당시 군 복무 중이라 직접한 건 아니고 친동생을 시켰는데

이 친구도 10덕 출신이라 손쉽게 성공하더라구요.


햄벅한 저는 예매비+뽀찌를 동생에게 얹어줬고 8월 휴가자 조사 때 휴가까지 맞춰서 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저는 에이핑크 콘서트를 갈 생각에 룰루랄라 군 생활을 하고 있었죠.

하지만, 이렇게 곱게 끝났으면 제가 이걸 이야기로 쓰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마 그때 군 복무를 하시거나 하지 않았어도 기억하시는 분이 계실텐데

001.jpg

북조선 인민군 괴뢰놈들이 우리 측 대북 확성기에다 총질을 해댄

'서부전선 포격 사건'

당시 저 괴뢰놈들이 총을 쏜 곳이 경기도 연천에 있는 28사단이었는데요.

제가 복무한 부대가 28사단이었고

심지어, 저희 대대가 관리하는 섹터 중 한 곳에 총을 쏴버린 거죠.

그 당시 날짜가 2015년 8월 20일.

제가 예매했던 에이핑크 콘서트 날짜는 2015년 8월 22일..

당연히 제 휴가는 취소되었고, 푹푹 찌는 8월에 천장 선풍기 하나로 연명하며 살던

저와 소대원들은 육수를 흘리며 산병호에서 3주간 썩게 되었습니다.

그때를 회상해 보면 '저 ㅅㄲ들이 총질을 해서 감히 우릴 도발해?'라는 생각보다 '그럼 내 콘서트는?'

이란 생각밖에 안 들었지만 결과적으론 전투력이 야무지게 상승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렇게 저는 북괴군 괴뢰놈들 덕분에(?) 선임들 상꺽 때 나가던 2차 정기휴가를 병장달기 1주일 전에

우리 503님이 주신 1박2일 휴가를 덧붙여서 10박 11일을 나갔습니다.

(사실 묵혀뒀다가 말년에 40일 쓸랬는데 안 쓰면 짤라버린다는 부소대장의 협박에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제 생에 첫 에핑 콘서트는 날아가고 1년 3개월이 지난 2016년 11월.


다시 콘서트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번엔 스탠딩 1번을 먹겠다는 열망으로 티켓팅에 임했으나

노가다 퇴근길에 4년 쓴 옵티머스 G로 1번을 먹겠다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했고 1번은 커녕 300번대를 먹게되었죠.

뭐 그래도 이젠 민간인이니 휴가 짤릴 일은 없을 테니 티켓팅 성공한 걸로 저를 위로했고

12월 18일까지 날짜 세면서 하루하루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열망하던 그날.

들어가기 전에도 약간 에피소드가 있는데 자기가 들고 온 짐들을 맡길 수 있더라구요.

거기다가 메고 온 가방만 맡기려고 했는데

친절하지만 오지랖 넓은 아저씨 한 분이 패딩 입고 들어가면 쪄죽는다 그래서 패딩 맡기고

핸드폰도 맡기고 가려 했으나 오지랖 아저씨가 기억에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면서

꼭 갖고 들어가서 한 장이라도 찍으라 하셔서 그냥 들고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찍은 게 공연 시작 전 2장

20161218_155038.jpg

20161218_160116.jpg

사진도 거의 안 찍고 오직 저의 두 눈으로만 기록을 남겼습니다.

기억에 남는 무대 몇 개 골라보자면 하영이가 부른 '우주를 줄게'

갤에 수록곡 추천해달라 그러면 무조건 댓글 남기는 '천사가 아냐'

의상이 졸귀

마지막은 콘서트에서 빠지면 섭한 팬송.

2016년에 나온 팬송 '네가 손짓해주면'인데

저 같은 라이트 팬을 위해 들어갈 때 떼창 부분 적혀있는 종이 같은 걸 나눠줘서 같이 따라불렀어요.

그렇게 콘서트가 끝이 나고 여운이 많이 남아서 한동안 장충체육관 주변 서성이다가

근처 분식집인가 편의점인가 라면먹고 지하철 역에서 노상 깔고 비공식 굿즈 같은거 몇 개 사들고 간거같은데

죄다 자질구레한거 밖에 안사서 그런지 지금 남은건 공식 굿즈로 산 응원봉 밖에 없네요 ㅋㅋ

003.jpg

지금 생각해보면 2015년에 갔어도 즐거웠겠지만

2016년에 복학 꼬여서 휴학 연장하고 할아버지도 돌아가시고

일 하는건 힘들고 이외에도 안 좋은 일들이 많이 텨저서

몸도 힘들고 특히 정신적으로 엄청 힘들어했었는데

연말에 내가 좋아하는 가수 무대를 직접 봤던게 큰 힘이 됐고

특별한 기억으로 남지 않았나 싶네요.

물론 북괴군 괴뢰놈들은 용서가 안되지만..

마지막은 내가 콘서트에서 찍은 3장 중 하나 올리고 마무리

20161218_201946(0).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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