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이 꽤 쌀쌀하게 느껴지던 어느 저녁, 퇴근길 당신은 익숙한 골목길에서 작게 우는 소리를 들었다. 길가 화단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아주 작은 아기 고양이였다. 잔뜩 겁먹은 눈으로 당신을 올려다보는 모습이 안쓰러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혹시 어미가 있을까 주변을 살폈지만,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버려진 걸까.

어쩔 수 없이 당신은 조심스럽게 고양이에게 다가갔다. 손을 내밀자 아기고양이는 더욱 몸을 움츠렸다. 그때, 등 뒤에서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거기 아기고양이가 있네요."

 

놀라서 돌아보니, 익숙한 얼굴이 마스크와 모자에 가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방탄소년단 지민이었다. 그는 당신에게서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서서 당신과 고양이를 번갈아 보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그의 등장에 심장이 빠르게 뛰었지만, 그의 눈빛에 담긴 걱정을 보고는 이내 마음이 진정되었다.

 

그가 조심스럽게 당신 곁으로 다가왔다. 그의 발걸음 소리에 아기고양이는 더욱 불안해하는 듯했다.

 

"길 잃은 걸까요?" 그가 속삭이듯 물었다. "아마도요... 계속 여기서 울고 있었어요." "어미가 없나 봐요. 추워 보이는데..."

그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아기고양이를 바라보았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그의 눈빛에서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그냥 둘 수가 없는데..." 당신이 중얼거렸다. "병원에 데려가 봐야 할 것 같아요. 혹시 어디 다친 데는 없는지." 지민이 말했다. "혼자 괜찮으시겠어요? 저도... 같이 가 드릴까요?"

 

뜻밖의 제안에 당신은 그를 바라보았다. 세계적인 스타인 그가, 이렇게 평범한 자신에게 함께 가자고 하다니.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눈빛에서 진심으로 고양이를 걱정하는 마음과, 당신을 돕고 싶어 하는 마음이 동시에 느껴졌다.

 

"어... 괜찮으시다면... 정말 감사하죠."

 

당신은 가지고 있던 머플러를 조심스럽게 펼쳐 고양이를 감쌌다. 지민은 조심스럽게 당신 곁에 서서 혹시 고양이가 놀랄까 봐 움직임을 최소화했다. 근처 동물병원을 검색하고, 택시를 잡는 동안에도 그는 당신 곁을 지켰다. 택시 안에서도 그는 아기고양이가 추울까 봐 자신의 외투를 살짝 덮어주었다.

 

동물병원에 도착해서 진료를 기다리는 동안, 당신과 지민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었다. 고양이에 대한 걱정부터 시작해서, 각자 키우는 반려동물 이야기, 좋아하는 동물 이야기까지. 화면 속에서 보던 화려한 모습과는 달리, 그는 차분하고 사려 깊은 사람이었다. 당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자신의 이야기도 솔직하게 나누었다. 웃는 모습은 여전히 해사했지만, 그 미소 속에는 깊은 따뜻함이 담겨 있었다.

 

다행히 아기고양이는 크게 다친 곳은 없었고, 영양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인다는 진단을 받았다. 당장 집에서 돌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 임시 보호를 해줄 곳이나 보호소에 연락을 해보기로 했다. 병원을 나서며 지민이 말했다.

 

"오늘 정말 다행이에요. 당신 덕분에 이 아이가 살았어요."

"아닙니다. 지민 씨가 함께 도와주신 덕분이죠."

"그래도... 처음 발견한 건 당신이잖아요. 혼자였으면 막막했을 거예요."

 

그의 칭찬에 얼굴이 살짝 달아올랐다.

 

"이제 이 아이는 어떻게 하죠?" 당신이 물었다. "일단 제가 아는 보호소에 연락을 해볼게요. 혹시 임시 보호처를 찾으면 제가 데리러 갈 수도 있고요." 그가 말했다. "그리고... OOO 씨가 괜찮으시다면... 저랑 같이 이 아이가 어떻게 지내는지 가끔 보러 가실래요? 혼자 가는 것보다 같이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그의 제안에 당신의 심장이 다시 한번 크게 뛰었다. 고양이 안부를 핑계로 당신과 계속 만나고 싶다는 의미일까? 그의 눈빛에서 그런 기대감이 읽혔다.

 

"네... 좋아요." 당신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그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그 미소는 방금 만난 아기고양이처럼 작고 소중하게 느껴졌다.

 

"다행이다. 그럼 제가 알아보고 연락드릴게요."

 

그는 당신에게 휴대폰을 내밀었다. 당신은 그의 전화번호를 저장하고, 당신의 번호도 그에게 알려주었다. 번호를 교환하는 손끝이 살짝 떨렸다.

 

그날 이후, 당신과 지민은 종종 연락을 주고받았다. 아기고양이의 소식을 공유하기도 했지만, 점차 일상적인 대화로 이어졌다. 서로의 소소한 일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좋아하는 것들을 공유했다.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마다 그의 다정함과 재치에 미소 짓게 되었다.

 

며칠 후, 그는 아기고양이가 임시 보호처를 찾았다는 소식과 함께 당신에게 연락했다. 그리고 고양이를 보러 가는 날, 그는 당신에게 물었다.

 

"사실... 고양이도 보고 싶지만... 당신을 만나는 게 더 기대돼요."

 

그의 솔직한 고백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당신 역시 마찬가지였다. 고양이 덕분에 시작된 인연이었지만, 이제는 그 '인연' 자체에 더 큰 의미가 느껴졌다.

 

고양이를 만나고 오는 길, 그는 당신에게 손을 내밀었다. 망설임 없이 그의 손을 잡았다. 따뜻하고 단단한 그의 손이 당신의 손을 감싸 안았다.

 

그 순간, 길 잃은 작은 생명으로부터 시작된 우연이 두 사람의 특별한 인연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옆에 나란히 서서 걷는 길, 당신의 마음속에는 따뜻한 설렘과 행복감이 가득 차올랐다.

 

이제 막 시작된 두 사람의 이야기가 아름답게 펼쳐질 것 같다는 예감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