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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새로 나온 철학책을 홍보하는 북토크를 진행했다. 북토크에서 독자들은 “철학에 다가가기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현장에서 나눈 모든 고민 자체가 철학적인 사유”라고 다독였지만 내심 불안했다. 철학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나 학위가 없어도, 우리는 철학적인 사유를 하고 있다고 자신해도 될까.

이럴 때 독일 출신 사상가 한나 아렌트(1906∼1975)는 큰 용기가 된다. 그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렌트 하면 ‘악의 평범성’이란 개념으로 유명하지만, 철학 작가이자 독일 한나아렌트센터 선임연구원인 저자는 그보다는 사유를 더 핵심으로 보고 있다. 사유를 열쇠로 삼으면 아렌트의 사상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악의 평범성부터 살펴보자. 이는 독일의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1906∼1962)을 묘사한 말이다. 아렌트가 아이히만 재판에 참석한 뒤 1963년 발표한 정치학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쓴 표현인데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다. 악이 평범하다는 것은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것도, 누구의 마음속에나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의미도 아니다. 악이란 사유의 깊이가 평평하다는 뜻이다. 악인은 사유하지 않고 대세에 쓸려간 사람이다.

 

저자에 따르면 당시 독일은 철학이 만개했던 시대였다. 하지만 제대로 사유를 하지 않은 철학자들은 나치의 물결에 휩쓸렸다. 나치의 억압에 프랑스로 망명했던 아렌트는 파리에서 강제수용소로 보내졌다. 수감 5주째 때 탈출했는데, 함께 있던 다른 유대인들은 이후 아우슈비츠로 갔다. 미국으로 두 번째 망명을 떠나는 배에서 아렌트는 “지금 우리가 처한 역사를 사유하자”는 글을 큰소리로 낭독했다. 같은 유대인이자 소중한 친구였던 발터 베냐민(1892∼1940)의 유고였다.

아렌트는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1889∼1976)와도 인연이 있다. 다만 아렌트 자신은 두 사람의 관계를 공식적으로 설명한 적이 없다. 나치에 동조한 하이데거는 아렌트와 무슨 관계였을까. 저자는 섣불리 추측하거나 판단하기보단 함께 생각할 거리를 찾아본다. 아렌트는 17년 만에 다시 하이데거를 만났을 때 “화해는 새로운 시작을 가능하게 한다”고 썼다. 아렌트는 평생 새로 시작할 가능성을 탐구한 인물이었다는 게 저자의 평가다.

아렌트는 사유를 “의미를 창출하는 세속적 활동”으로 정의했다고 한다. 사유는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나 각자 가진 ‘경험’이 바탕이 된다는 것이다. 아렌트는 자신이 직접 겪은 시대의 경험을 사유하면서 삶을 견뎌 나갔다. 저자는 명성만큼이나 여러 소문과 낙인을 견뎌야 했던 아렌트의 “활동적 삶”으로부터 사유하는 즐거움과 무게를 함께 전해 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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