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81 추천 수 0 댓글 2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필자는 인터넷 서점을 굉장히 많이 이용하는 편이다작년 한 해대형 인터넷 서점들 메인에는 단 한 권의 책이 유래 없는 집중
조명을 받고 있었고 그 열풍은 해가 바뀐 이 시점에도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그 단 한 권의 책은 바로 \'정의란 무엇인
\'이다.


  정의(正義). 언제 어디서 들어도 왠지 모르게 가슴 설레이고 뭉클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단어이다누군가 필자에게 \'삶의 목표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필자는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대답한다이러한 삶의 목표를 세운 지 어언 10여년이 흘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필자는 누군가 정의란 게 도대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속 시원히 대답해내질 못한다이러한 부조리는 항상 필자의 내면에 있는 콤플렉스로 작용해왔고 그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서 정의라는 단일 주제에 대해 가장 권위 있는 철학자였던 존 롤스의 정의론’ 등의 책을 탐닉하며 답을 구해왔으나 매번 지식적 한계의 쓴 맛을 느꼈을 뿐이었다.
 

  그러던 중 발간되어 화제가 된 책이 바로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였다책 제목부터가 필자의 지적 호기심을 크게 자극했다마치 정의란 게 도대체 무엇인지 명확히 제시해줄 것만 같았다하지만 정의란 무엇인가에는 내가 원하던 답이 없었다오히려 정의란 무엇인가는 사회가 움직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많은 갈등 상황들에서 도대체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한 질문들을 던졌다책을 다 읽고 난 후 돌이켜 보니 그도 그럴 것이 영문 원제가 ‘Justice : What\'s the right thing to do?’더라, ‘정의란 무엇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하는 것이 옳은 것(정의)인가였다개인적으로 제목 의역이 많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어쨌든 필자는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음으로써 무엇인가를 알게 되었다기 보다는 더 많은 의문을 갖게 되었다.
 

  헌데 인터넷상에 계속해서 올라오거나 주변에서 들려오는 수많은 독자들의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평은 이러한 필자의 감상과는 굉장히 이질적이다대다수 독자들은 정의란 무엇인가를 통해 굉장히 많은 것들을 알게 되고 깨닫게 되었다는 듯이 말을 한다또한 필자가 하루에 약 4시간씩, 2주 이상을 소비해가며 정독해도 이해하기 힘들었던 이 어려운 책을 고작 하루이틀 만에 완독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들도 간혹 보인다

  이러한 필자의 궁금증에 대해 2010년 12월 27일에 방송된 ‘SBS 시사토론에서 전원책 변호사가 명쾌한 답을 내놓았다전 변호사는 정의란 무엇인가’ 열풍의 이유가 단순한 유행 때문이라고 설명한다그 근거로 대중이 정말 정의에 굶주렸다면, ‘정의란 무엇인가’ 훨씬 이전에 나온 존 롤스의 정의론이나 로버트 노직의 정의론이 안 팔릴 리가 없다는 점을 들었다대중은 정의란 무엇인가의 내용보다는 자신이 그 책을 읽었다는 점을 중요시한다는 것이다이래서야 도대체가 주객이 전도된 셈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독서에 관한 이런 주객전도는 당장 전 국민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겪어왔다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심지어는 대학교대학원에서까지 흔히 받는 과제가 바로 독후감이다전 국민은 책을 읽고 그 책에 대한 감상을 정리하기 위해 독후감을 쓰는 것이 아니라독후감을 제시된 분량에 맞춰 쓰기 위해 독서를 하는 것에 익숙해져있다.

  
나날이 줄어만 가는 국민들의 평균 독서량도 이러한 주객전도 현상들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인문학 서적으로서는 8년 만에 가장 많이 팔린 책이라고 한다필자는 오랜만의 인문학 서적의 귀환을 기뻐하면서도 이번 기회에 독서에 관한 주객전도 현상들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과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정의란 무엇인가’ 독자들 본인 스스로도 책 내용보다는 단지 책을 읽었다는 그 자체에 집중을 한 것은 아닌지 돌이켜 보는 기회를 가져보셨으면 한다

  • 덕후냥이 2024.12.12 13:16
    비회원은 댓글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 로그인 후에 바로 열람 가능합니다 ^^
  • 덕후냥이 2024.12.12 13:16
    비회원은 댓글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 로그인 후에 바로 열람 가능합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날짜 조회 수
공지 🚨(뉴비필독) 전체공지 & 포인트안내 13 2024.11.04 27765
공지 URL만 붙여넣으면 끝! 임베드 기능 2025.01.21 21996
774 일반 히틀러의 크리스마스 file 2023.12.25 383
773 일반 흔한 불교계 최종보스甲 file 2022.12.10 163
772 일반 흔한 교회 오빠 file 2022.08.05 822
771 일반 회사 에 종교 선도자라니 2022.06.14 509
770 일반 회사 에 종교 선도자라니 2022.06.14 515
769 일반 황제, 교회 그리고 도마복음 (마지막편) | 신보다 권력을 택했던 교회 file 2024.03.27 435
768 일반 홈쇼핑 제모기 file 2021.10.10 42
767 일반 혼전순결 지키는 교회언니 file 2023.05.17 390
766 일반 혹시 뉴진스 혜인 기독교야?? 2023.12.21 429
765 일반 혹시 기독교적인 사고관(?)에서 탐폰이 이상한 느낌이니……? 2023.12.21 288
764 일반 혐주의) 죽으면 거쳐가야하는 불교 지옥 제18층.jpg file 2023.09.01 471
763 일반 혐주의) 아르메니아 십자가형 사진의 진실 file 2023.10.21 2392
762 일반 헬라어 요한계시록 17장 전체 원어 성경 공부 주석 강해 설교 2023.12.19 427
761 일반 헬라어 누가복음 6장 전체 원어 성경 공부 주석 강해 설교 2023.12.19 757
760 일반 해찬 관상에 종교가 없는데 기독교인거 알아? 2023.12.21 290
759 일반 해외 선교사 91% “코로나 지속돼도 현지 사역 계속 할 것“ 2021.12.20 41
758 일반 한인교회가 한국인들 꼬시는 방법 file 2023.11.06 197
757 일반 한국인들은 정(情)이 많다는 말의 본질 file 2021.07.20 59
756 일반 한국의 수도원을 가다 - 천국보다 긴 계단 (2007) (KBS 071225 방송) file 2024.01.18 907
755 일반 한국에서 천주교신자의 비율이 적은이유...jpg file 2023.12.25 523
754 일반 한국에서 천주교 신자가 적은 이유.jpg file 2024.01.03 475
753 일반 한국 불교 이야기 file 2021.10.05 51
752 일반 한국 기독교인이 차린 인도식당내 갈등.jpg file 2023.05.07 328
751 일반 한국 기독교인이 차린 인도식당내 갈등 file 2023.05.06 394
750 일반 한국 기독교(개신교)에서 이단 논란이 아무 의미없어 보이는 이유.jpg file 2023.12.21 316
749 일반 한국 기독교(개신교)에서 이단 논란이 아무 의미없어 보이는 이유 file 2022.06.20 2158
748 일반 한국 교회 매출 반토막 file 2022.05.28 394
747 일반 한국 개신교 아동학대 논란 file 2021.01.30 194
746 일반 한국 가톨릭을 바티칸에서 이례적일 정도로 대우하는 이유 file 2024.01.03 490
745 일반 한 달 헌금만 50억, 전광훈 교회 세습받는 외아들...전에녹 file 2023.02.16 1354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6 Next
/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