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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화, 그들의 세상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건지 나도 알 수가 없었다. 이 으리으리한 무리에 둘러싸여 아무 표정도 짓지 않은 채 가만히 땅만 내려다보는 게 내가 지금까지 한 일의 전부였다. 교실로 돌아가고 싶다. 그냥 책상에 엎드려 자는 게 여기서의 가장 큰 행복인데. 이제 곧 수업이 시작할 텐데 왜 이 녀석들은 아직도 여기서 어물쩡거리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수업에 들어갈 생각이 없는 건가? 잔뜩 울상이 된 얼굴로 나는 지나가는 개미 뒤만 손으로 졸졸 쫓아갔다.

 

 

 

 

"전학생, 너 이름이 뭐야?"

 

 

 

 

급작스레 물어오는 질문에 나는 고개를 들어 질문자의 얼굴을 마주했다. 햇빛이 눈부셔 눈을 찡그리지 않으면 제대로 실루엣을 확인할 수 없었다. 꽤나 훤칠한 키 때문에 그 얼굴을 알아보는 데는 몇 초가 더 걸렸다. 알아볼 리가 없는 얼굴이긴 했지만.

 

 

 

 

"이은성"

"학교는 어때, 재밌어?"

"아니"

 

 

 

 

아직 재미를 느끼기엔 고작 여기에 온 지 4시간밖에 흐르지 않았다. 반 아이들 이름도 하나도 못 외웠고, 수업 진도 따라가는 것도 마냥 벅차기만 했다. 옆 짝꿍 녀석은 수업시간 중에도 중얼중얼 이상한 말을 지껄였고, 아직 집에 가려면 한참을 더 있어야 했다. 뭐 하나 재밌을게 없는 곳이었다, 학교라는 곳은. 게다가 이모네 아들 녀석을 만난 것 자체가 노잼이었다. 조금이나마 있을만한 재미마저 뺏어간 최악의 상황. 나를 잡아끌어 여기에 앉힌 이모네 아들과 그의 친구들은 믿기지 않게도 생긴 건 멀쩡했지만 그 반반한 얼굴과는 달리 하는 행동은 멀쩡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이모네 아들은 땅바닥에 앉아 폰 게임하는데 정신이 없었고, 그 옆에 아이는 문제지를 풀고 있질 않나, 저 멀리서는 몇 분째 담배 몇 개비를 피워댔고, 내 옆에 있는 녀석은 아까부터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기만 했다. 그러니까 여기에 있는 녀석들 중 멀쩡해 보이는 놈은 한 명도 없었다.

 

 

 

 

"그럼 나 이만 가봐도 돼?"

"아니"

"왜"

"같이 들어가"

"이제 곧 수업이야"

"괜찮아. 다음 시간에 들어가도 돼."

"난 안돼"

"왜"

"수업시간엔 들어가야 하는 게 맞는 거니까"

 

 

 

 

대체 왜 날 보내주지 않는 건데? 뒤통수를 한대 때리고 욕을 콱 해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들들 끓어오르는 속을 꾹꾹 눌러 담은 채 나는 일어나려던 엉덩이를 다시 땅바닥에 붙였다. 짜증나. 이모한테 가서 다 일러줄까 보다. 학교 이러고 다닌다고. 그때 이모네 아들 옆에 앉아 있던 녀석은 풀고 있던 문제집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갈게"

"어? 왜에"

"5분 뒤면 수업 시작해"

"아, 좀만 있다가아"

"안돼. 오늘 필기할 거 많다고 했단 말이야."

"아, 진짜 도경수 완전 싫어"

"너 필기 안 보여줄 거야"

"와, 진짜 개치사하다!"

 

 

 

 

어어? 나도 같이 가! 속에선 이미 그를 향해 온 힘을 다해 손을 뻗고 있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나는 그저 그가 일어나서 걸어가는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나도 돌아가고 싶은데. 여기 있기 싫은데. 괜히 담배 한번 피겠다고 여기 와서 이렇게 붙잡혀 있게 될 줄이야! 다신 여기에 담배 피우러 안 올 거야. 나는 애꿎은 땅만 나뭇가지로 휙휙 그어 팠다.

 

 

 

 

"너 안가?"

"..."

"야, 전학생"

"...?"

"너 안 갈 거냐고"

 

 

 

 

나? 지금 나한테 물어본 거야? 나는 화들짝 놀라 잽싸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 가야지. 나는 치마에 묻은 흙을 털며 그 아이가 있는 곳으로 종종 뛰어갔다. 어디 가냐며 내 등에 대고 고래고래 소리치는 이모네 아들녀석을 뒤로한 채 겨우 그곳을 벗어날 수 있었다. 어쩌면 이 녀석이 저기에 있던 녀석들 중 제일 정상일지도 모른다. 학생같이 공부에 신경도 쓰고, 수업시간도 꼬박꼬박 챙기고. 저런 애들하고 어울리는데 담배나 뭐 그런 것도 피는 것 같지 않고. 그럼 왜 같이 다니는 거지? 뭐 심부름꾼 같아 보이진 않던데. 뭐 내가 더 궁금해할 필요는 없지. 오늘 보고 말 사이니까.

 

 

 

 

"지금 가도 5분은 더 늦을 거야"

"어?"

"선생님이 왜 같이 들어왔냐고 하면 내가 대답할 테니까 너는 조용히 하고 있어"

 

 

 

 

당최 얘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순 없었으나 그러라고 하니 그래야겠다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치곤 너무 넓은 탓에 한 바퀴를 빙 둘러야 겨우 내 교실이 있는 건물에 도착할 수 있었다. 뭘 이렇게 쓸데없이 많이 지어 놨는지 무슨 소규모 대학교에 온 기분이었다. 계단을 겨우 올라 2학년 5반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거침없이 뒷문을 열었다. 내 반 문을 왜 지가 열어. 자기가 내가 늦은 이유에 대해 말이라도 해주려고 그러나?

 

 

 

 

"반장, 어디 갔다 오는 거야"

"전학생 학교 구경 좀 시켜주느라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래, 다음부턴 수업시간 지키도록 해라. 빨리 자리에 앉아라."

"네"

 

 

 

 

반장? 나는 교실 안으로 들어가는 모범생 녀석을 황당한 얼굴로 쳐다봤다. 우리 반 반장이었어? 왜 몰랐지? 나는 어안이 벙벙해진 얼굴로 내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맨 앞자리로 가서 앉는 모범생 녀석은 곧장 책상 아래에서 교과서를 꺼내 옆에 있던 안경을 끼고 수업에 집중했다. 뭐 저렇게 집중이 제멋대로 가능한 애가 다 있어. 아아, 역시 저 녀석도 정상이 아니야. 물론 내 옆에 앉아있는 이 녀석도 정상은 아니지만 말이다. 언제까지 중얼중얼 거릴 작정인지 끝이 있기는 한 건지 앞으로가 걱정이다. 물론 이렇게 긴 하루를 보내고 있는 나도 걱정이고.

 

 

 

 

 

 

 

 

 

다행히도 이 학교는 야자가 없었다. 어떤 학교는 밤 10시까지 야간 자율 학습이라는 걸 한다던데 정말 그때까지 이곳에 있었으면 난 아마 숨이 막혀 죽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보충수업도 공부반과 예체능반이 나누어져 있어 공부를 하기 싫은 다수의 학생이 예체능반으로 빠지는 듯했다. 그리고 나는 그 둘 중 무엇을 들어야 할지 선택지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공부반으로 가야 하나? 하지만 수업은 정말 듣기 싫은데. 그렇다고 예체능반으로 들어가자니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는 걸! 대체 왜 이런 걸로 골머리를 썩고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으나 한 학기 동안 간다고 하니 섣불리 선택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벌써 고민하기를 10분째, 내 선택만 기다리고 있던 반장은 답답했는지 내 앞에 앉아 두 가지의 차이점을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공부반은 진짜 공부하는 애들만 수업 듣는 시간이야. 수업 내용도 전부 수능에 관한 것들이고, 지금 들으면 진도에 맞춰서 못 따라올 거야. 그래도 대학에 진학할 생각이 있거나 공부를 좀 한다 싶으면 공부반으로 들어오는 게 좋아. 여기서 주로 하는 건 언수외고 언어는 일주일에 두 번 나머지는 전부 수리, 외국어야. 영국에서 살다 왔다고 했으니까 외국어는 문제없겠지만 수리는 따라 오기 벅찰 거야. 어쨌든 공부할 의지가 있으면 이 보충반으로 들어가.."

"..."

"예체능반은 예체능 특기생들을 위해 만들어 놓은 건데 취미로 배우고 싶거나 수업 듣기 싫은 학생들이 많이 몰려서 반이 나누어져 있어. 예체능 특기생반 따로 취미반 따로. 거기서도 뭐 음악, 미술, 체육으로 갈라지고 음악에서도 클래식, 대중음악, 춤 뭐 기타 등등으로 또 나누어져. 그래서 진짜 니가 관심 있는 반에 들어가서 취미로 교양을 쌓는 것도 나쁘지 않지. 성적에 들어가는 것도 아니니까 편하게 해도 되고. 어쨌든 빨리 선택해. 이거 선생님한테 내고 난 수업 들으러 가야 하니까."

 

 

 

반장이 득달같이 쪼는 바람에 나는 고민할 틈도 없이 그냥 예체능반에 체크를 한 뒤, 다음 장으로 넘어가 분류표 제일 처음에 있는 피아노란에 다시 한번 체크를 했다. 뭐 이참에 피아노 건반이나 한번 두드려 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하지만 그런 내 바람과는 달리 돌아온 선생님의 대답은 '안된다'였다. 이유는 이미 인원이 차서 들어갈 자리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말도 안 돼. 다른 건 별로 듣고 싶지 않은데. 아이씨, 그냥 미술이나 들어갈까. 그럼 매일 그림 그려야 하나? 그것도 귀찮은데. 나는 어떻게 안될까 싶어 선생님께 계속 얘기해봤지만 선생님은 안된다며 다른 것을 선택하라고 했다. 아아아! 진짜아!

 

 

 

"아유, 그러면 오늘은 우선 특기반에 가서 앉아 있다가 와"

"네?"

"결정은 내일 하고. 경수도 수업 들으러 가봐야 하고, 보충 수업 시작 한지 벌써 20분이 지났다. 피아노 치고 싶다니까 우선 특기반 가서 치지는 못하더라고 좋은 피아노 소리 듣기라도 해. 됐지? 빨리들 가. 그 교실 번호는 경수가 좀 알려줘라."

"네, 알겠습니다. 수고하세요."

 

 

 

 

교무실 문을 닫고 나오자마자 나도 모르게 반장의 등을 철썩하고 때렸다.

 

 

 

 

"아, 아! 아. 미안해. 아, 진짜 고의 아니었는데. 진짠데. 아 진짜 미안"

"너 되게 행동이 먼저 나가는 스타일인가 보다"

"아니, 진짜- 내가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니..."

"아까 갔던 예체능 건물 알지? 거기 3층 중앙 로비에서 오른쪽 끝으로 가면 A반 있어. 거기로 가면 돼"

"응..."

"피아노는 내가 선생님한테 잘 말해볼게"

"...어?"

"자리 하나는 만들 수 있겠지. 가봐"

"어, 어. 고마워"

 

 

 

 

선뜻 자리 하나 만들어 준다는 그의 말에 코끝이 찡해졌다. 감동이라도 받은 건가, 이런 거에. 최근까지 다 혼자 해결하던걸 누군가 먼저 해준다는 그 말에 괜히 챙김을 받는 것 같아 기분이 이상했다. 그래, 반장 너는 좋은 놈이라고 인정해줄게. 이제 발걸음을 돌려 아까 갔던 예체능 건물로 뛰어갔다. 사실 이대로 그냥 수업을 쨀까 생각도 해봤지만 사실 피아노 소리가 듣고 싶긴 했다. 어릴 때부터 엄마한테 주구장창 가르쳐 달라고 했었는데 경제적 능력이 안됐던 탓에 멜로디언만 하루 종일 부르곤 했었는데. 겨우 숨을 고르고 3층에 올라서, 지는 태양빛에 붉게 물든 복도 끝으로 걸어갔다. 

 

 

 

 

걸어가는 복도에는 교실 교실마다 경쾌한 피아노 소리다 들렸다. 익숙한 곡의 멜로디도 있었고, 한 번도 들어 본적 없는 노래지만 굉장히 멋있는 곡도 있었다. 그리고 내가 들어가야 할 교실 앞에 섰을 때 쇼팽, 연습곡 겨울바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내가 알고 있는 몇 안되는 피아노 곡이라 반가웠다. 그리고 CD를 틀어놓은 것 마냥 깔끔하게 들리는 연주에 역시 특기생은 뭐가 달라고 다르구나 싶었다. 그래, 오늘은 그냥 이렇게 좋은 연주를 듣는 것만으로도 만족하자 싶어 교실 문을 활짝 열었더니 커다란 그랜드 피아노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고, 그리고 그 앞에 앉아서 연주를 하고 있는,

 

 

 

 

이모네 아들놈이 보였다.

 

 

 

 

이모네 아들이 피아노 특기생이었어? 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한 채 교실 뒤편에서 그의 연주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빠르게 움직이는 손과 그에 맞춰 흔들리는 그의 몸짓이 지는 노을과 말도 안 되는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이상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던 사람이 저기에 앉아 미친 듯 연주를 하고 있으니 순간 찾아오는 괴리감은 이루 설명할 수 없었다. 몇 분 뒤 그의 연주가 끝나자 앞에 앉아있던 학생들의 박수가 우레와 같이 쏟아졌고 나도 거기에 덩달아 느린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이렇게 넋 놓을 정도로 들었던 연주는 내 생에 처음이었다. 딱히 연주를 들을 일도 없었고, 굳이 피아노 연주 한번 들어보겠다고 비싼 공연을 보러 간 적도 없었으니 말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멋진 연주였다. 진짜로.

 

 

 

 

 

 

 

우리의 세상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어두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밝은 것도 아닌 적당한 어두움이 있는 밝기였다. 딱히 밤길을 무서워하는 경향은 없었기 때문에 아예 어두웠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그러면 걷는 길이 더 운치 있을 텐데. 나는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며 핸드폰 내비게이션을 따라 걸었다. 아직 익숙지 못한 하굣길에 의지할 수 있는 건 이 핸드폰밖에 없었다. 앞에 있는 약국에서 꺾으면 이제 집으로 가는 골목길이 나올 터였다. 딱 그 골목길로 돌아가려고 하는 순간, 누군가가 내 앞에 떡 하니 멈춰 섰다. 뭐야?

 

 

 

 

"여어~"

"...?"

"집 가는 길인가 보네"

"...누구야?"

"누구긴, 나지"

"그러니까 '나'가 누군데"

"나!"

"그러니까 니가 누구냐고. 설마 이모 아들?"

"와, 내 이름 이모 아들 아닌데."

 

 

 

 

...그러니까 니 이름이,

뭐였더라.

 

 

 

 

"내 이름은 변백현인데, 이모 친구 딸 은성아"

"아, 그래. 변백현"

 

 

 

 

혹시나 변백현 뒤에 아까 그 무리가 있나 싶어 뒤를 살펴보니 다행히 이번엔 그 혼자 인듯 했다. 너도 집 가는 길? 물으니 놀러 가는 길이라며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지금이 7신데 지금 놀러 가면 언제 들어와? 어제도 저녁 먹을 때 없더니. 집에서 저녁을 먹긴 하는 거야? 물어 보고 싶은 말이 턱 끝까지 올라왔지만 딱히 그럴만한 관계도 아닌 것 같아 다시 눌러 담았다.

 

 

 

 

"너도 같이 갈래?"

"아니"

"왜!"

"집에 가서 쉬고 싶어"

"우리 고기 먹을 건데"

"이모가 저녁해 놓는다고 그랬어"

"고기가 더 맛있을걸?"

"집에서 원래 밥 잘 안 먹어?"

 

 

 

 

내 말에 다다다 받아치던 변백현은 갑자기 말을 뚝 끊어 버렸다. 그러곤 알겠다면서 나중에 보자고 한채 골목길을 빠져나갔다. 이모랑 싸웠나? 그의 알 수 없는 행동에 의아하긴 했지만 이것 역시 내가 신경 쓸 문제가 아닌 것 같아 접어두기로 했다. 그냥 지금은 빨리 집에 가서 씻고 눕고 싶은 그 생각뿐이었다.

 

 

 

 

 

 

 

우리의 세상

 

 

 

 

 

 

 

학교에 다닌 지도 벌써 일주일이 훌쩍 넘었다. 일주일 동안 나는 따라갈 수 없는 진도를 따라가기 위해 밤마다 예습과 복습을 반복했다. 내 생에 이렇게 치열하게 공부한 적도 이번이 처음일 것이었다. 다행인 건 저번에 튕겼던 보충 수업은 반장의 도움으로 겨우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이미 내가 들어갈 시기엔 어느 정도의 진도가 나가 있는 상황이라 나는 혼자 연습실에서 주어진 과제만 묵묵하게 해야 했지만 어쨌든 피아노 건반을 두드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그러고 나서 다시 집에 돌아와 이모가 해주신 밥을 먹고, TV를 보다가, 다시 공부를 하고, 자는 똑같은 패턴의 하루가 이어졌다. 이것도 처음에야 괜찮았지 계속하려니까 이젠 진절머리가 났다. 이걸 앞으로도 계속할 생각을 하면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리고 하루하루 지날수록 알아가는 몇 가지 사실들이 있었다. 첫 번째는 변백현은 집에서 밥을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침은 물론이거니와 저녁도. 분명 등교는 같이 하는데 아침 식탁에는 이모와 나 둘 뿐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늦잠을 자는 것도 아니었다. 항상 식탁 위에는 변백현의 것도 함께 놓여 있는데 저 밥이 줄어드는 건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두 번째로는 반장의 이름이 도경수라는 사실과 이 학교의 전교 1등이라는 것이었다. 공부를 잘하겠거니 생각은 했지만 전교 1등이나 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새삼 그의 능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더불어 그가 방송부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는데, 그 사실을 알게 된 건 며칠 전부턴 점심시간에 반장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고르는 음악들은 죄다 내 취향이 아니라 몇 번이고 다른 것 좀 틀어보라 얘기했지만 내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듯했다. 아, 물론 이제는 이런 얘기도 할 수 있을 만큼 그와 친해지기도 했다.

 

 

 

 

"야, 이은성. 밥 먹으러 가자"

 

 

 

 

처음 한국에 도착했을 때 까지만 해도 친구 같은 거 필요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정말 말도 안 되는 개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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