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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탑과 텀이 사는 나라에는 특이하게도 각각의 작은 마을마다 담당하는 특정한 기념일이 있었어. 외국기반으로 크리스마스나 추수감사절, 할로윈부터 작게는 발렌타인데이와 부활절까지. 커다란 땅덩어리 하나가 수십 수백개로 나뉘어저 각자만의 특색을 뽐내고 있었지. 텀은 가장 큰 마을 중 하나로 꼽히는 할로윈 마을에서 태어났어. 모든 주민들에게 부여받는 '겁주기' 특성에 따라 텀의 모습은 날카로운 송곳니에 검은색의 뾰족한 귀와 박쥐날개를 지니고 있었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텀은 할로윈 마을에 적응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어. 분명 송곳니는 날카로웠지만 귀는 너무 작아 머리가 흩트러지면 보이지 않을 정도였고 날개도 날수는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처럼 땅에 닿을 만큼 크지 않았어. 그리고 송아지마냥 커다란 눈동자와 작은 체구까지. 텀의 모습은 분명 무섭기보다는 귀여운 편에 가까웠어. 그게 컴플랙스가 된 텀은 결국 밖에 나갈때는 무섭게 일그러진 가면을 쓰고 다녀야만 했어. 텀 스스로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런 텀을 얕잡아보고 시비를 거는 사람도 많았으니까.  텀의 마을은 1년 내내 할로윈에 나누어줄 캔디와 색다른 장난, 그리고 무서운 퍼래이드를 준비했어. 텀은 보통 또래들과 함께 캔디를 포장하는 일을 맡아야만 했어. 진짜 사람들에게 시행되는 것들은 언제나 마을의 제일 어른들이 하는 것이었거든. 텀은 아이디어는 많았지만 나이가 덜 찼기에 언제나 뒤에서 손가락만 빨고 있어야 했어. 그날도 텀은 새로 만들어진 사탕을 맛보며 어떤 것이 제일 좋은지 투표를 하고 있었어. 잘 익은 딸기를 달콤한 체리잼으로 덮은 뒤 한 번더 초콜릿을 씌운 후 거미처럼 만든 것과 마시맬로우를 녹여 시리얼과 섞을 후 유령모양을 만들어 아이싱을 한것까지. 텀은 이 시간이 제일 좋았어. 달달한 냄새를 가득 풍기는 과자들을 먹지도 못한채 포장을 하며 손가락만 빨고 있는 것은 정말로 고역이었거든. 수 많은 아이들 중에서 텀은 가장 열성적으로 이 일을 했고 그 만큼 사랑을 많이 받았어. 관심을 많이 받는 다는 것은 그만큼 보너스가 존재한다는 것이었지. 텀은 운 좋게도 시제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었어. 부러워하는 아이들에게 모두 나누어주고도 남을만큼. 텀은 날이 어둑해져 밤이 찾아올 때면 언제나 숲속으로 갔어. 잿빛 털이 빳빳하게 나있고 텀처럼 눈이 동그란 생쥐와 함께. 빽뺵히 건물이 들어차고 끈적한 점액으로 덮힌 마을은 검은색 날개를 펼치고 날기엔 좋은 곳이 아니었어. 그에 비해 숲은 자유로웠지. 밤하늘을 빙빙 돌고 가장 높은 나무 위로 올라가 쏟아지는 별들을 바라보았어. 언제나 금요일의 자정이 되면 커다란 공동묘지의 유령들이 손을 잡고 빙빙 돌며 춤을 추었지. 달빛에 반들거리며 빛나는 묘비와 마치 무도회장처럼 이리 저리 몸을 흔드는 것이 질리지 않았어.   하지만 이번에 관람객은 텀과 생쥐 뿐만이 아니었나봐. 텀이 앉은 나무 아래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어. 덤불을 해치는 소리는 사슴보다 크고 곰보다 작았지. 외부인이다. 텀은 생각했어. 특별히 경계가 쳐저있지는 않았지만 그들도 그들대로 영역이란 것이 존재했어. 각자의 특색에 맞게 그 영역을 구분했고. 함부로 침입하는 것은 처벌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꽤나 무례한 행위였어. 잘못하면 열심히 준비한 것을 모두 까발려 처음부터 다 다시 해야할 수도 있었으니까. 기념일이 끝난 후 다섯 달동안만 오고가고가 가능했어. 그리고 지금은 그 기간이 아니야. 텀은 외부인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날렵하게 몸을 굽혀 숲풀로 달려들었어. 이럴 때면 텀의 얼굴을 가린 가면이 참 효과적이었지. 오늘은 특히나 무서운 반쯤은 염산에 탄듯 검게 그을리고 나머지 반은 또 녹은 채 작은 종기가 난 가면을 쓰고 있었어. 역시나 정체 모를 침입자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엎어졌어. 이정도로 놀리려고한 건 아닌데 오히려 텀이 당황할 정도였어. 왜 왔는지를 물어보기도 전에 외부인은 속수무책으로 도망갔어. 옷자락에서 무언가 툭 하고 떨어졌는 데도 못알아채고 텀은 그걸집어들었어. 무언가 목걸이인데 이상했어. 이음새가 있고 조금 만지작거리는 두 짝으로 나뉘었지. 텀은 순간 이게 망가진건가하고 허둥거렸어. 그 안에는 사진이 있었어. 젊은 남자와 여자. 그리고 개. 소중한 거면 다시 가지러 돌아오겠지. 텀은 목걸이를 주머니에 쑤셔넣고는 늦은 시간에 서둘러 돌아갔어. 그 사람의 정체에 대해 궁금해하며.  탑은 크리스마스 마을에서 나고 자랐어. 이 마을에는 언제나 전 세계에서 오는 편지들을 분류하고 답장을 쓰는 공장과 선물들을 만들고 포장하는 공장이 존재했어. 탑이 태어나고 몇 십년이 될때까지 이 공장들은 시도때도 없이 붉은색과 초록색의 연기를 뿜어내며 돌아가고 있었어. 바뀌는 건 없었어. 언제나 희망차게 울리는 가수만 바뀌는 캐롤과 진저브래드를 굽는 냄새. 썰매 수십대를 채우고도 남을 만큼 온 편지에서 나는 크래용 냄새와 알록달록한 반짝이. 그런 것들도 한 두번이지.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반복되니 탑은 점차 질리기 시작했어. 공장에서 선물을 포장하는 파트를 책임지고 있던 탑은 편지를 보낸 아이들의 취향에 따라 포장지를 나누고 꼼꼼히 포장한 후 리본으로 묶어 고정했어. 그렇게 포장한 선물들이 수 천개는 되었지. 탑의 마을은 누구보다 빨리 끝나고 누구보다 빨리 시작하는 곳이기에 제대로 쉴 시간도 없었고. 탑은 점점 답답해졌어. 숲 속으로 들어간것은 꽤 충동적인 일이었어. 그 진절머리나는 크리스마스 장식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을 뿐인데 어느새 마을 경계까지 와있었어. 앙상한 나무를 가득 채운 박쥐들과 땅에 쌓인 조각된 호박을 보면 바로 옆마을은 할로윈인듯 싶었지. 예쁜 오브제들이 가득 달린 마을의 나무들과는 많이 달랐어. 그리고 그 안으로 걸어간 것은 탑도 차마 자신이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 없었어. 탑의 마을에서 뿜어져 나오는 특유의 향기를 피하고 싶어서 일수도 있고.    정체모를 끈적한 점액질의 슬라임으로 잠옷이 젖고 위험해보이는 식물들이 여기저기에서 자라나고 있었지만 탑은 마음의 편안해짐을 느꼈어. 이 마을에서는 이상한 향냄새와 살짝의 사탕 냄새가 났어. 묘한 악취가 가끔 나기도 하고. 분명 처음에는 마을 초반에만 갔다가 돌아올 생각이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깊이 들어갔지. 얼마 더 걸으면 아예 마을 입구까지 들어갈 수 있을 정도였어. 덤불 사이로 마을 근처의 공동묘지가 보였어. 탑은 처음보는 광경에 눈을 크게 떳어. 회색의 유령들이 여자남자 상관없이 손을 부여잡고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추고 있었어. 유령들과 함께 날아오르는 박쥐들과 푸른 불꽃들은 오싹하면서도 아름다웠지. 시간이 얼마나 흘러도 정신없이 보고 있던것 같아. 커다란 덤불 안에 웅크린 채로 편한 자세를 잡으려는 탑의 위로 뭐가 떨어졌어. 머리 위로 파삭파삭 떨어지며 손으로 털어보니 과자 부스러기 같았어. 탑은 완전히 굳어버렸어. 박쥐들이 나무 위에서 과자를 먹을리가 없으니까. 탑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렸어. 그곳에 무언가 있었어. 검은 날개를 쫙 펼친 채로 얼굴은 끔찍하게 녹아버렸었어. 그 상태로 이상한 울음소리같은 것을 내며 나무를 거꾸로 내려가고 있었어. 목에서 울리는 듯한 소리는 탑의 오금이 저리며 머리털이 바짝 섰어. 위험경보가 머리속에 윙윙 울리며 빨리 여기서 도망치라며 딱딱하게 굳어버린 다리에 힘을 주었어. 그리고 그대로 튀어 나갔어. 뭐가 뭔지도 구분하지 못한 채 미친듯이 달리기만 했어. 뾰족한 나뭇가지에 긁히고 쓸리며 생채기가 나고 피가 흘렀지만 신경쓸 여를이 없었지.   완전히 경계에 다달아서 크리스마스 마을로 넘어가서야 탑은 멈추었어. 턱 끝까지 치달은 가쁜 숨에 헥헥거리며 무의식적으로 목에 손을 가져다대었지. 하지만 텅비어있었어. 탑이 매일 걸고 다니는 목걸이가. 아마 뛰쳐 나오는 순간 덤불에 걸려 끊어졌나봐. 소중하게 여기던 것이었는데. 하지만 지금 당장 그곳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어. 자꾸만 방금 그 괴물이 아른거렸거든. 탑은 다음날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천천히 왔던 길로 돌아가기 시작했어. 그 지긋지긋한 공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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