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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키즈 #빙의글 #스트레이키즈빙의글 #장편 #스키즈빙의글 #Zodiac
프롤로그가 있으니 안보신 분들은 꼭 보고 와주세요!
#스트레이키즈 #빙의글 #스트레이키즈빙의글 #장편 #스키즈빙의글 #Zodiac 오늘도 아침 일찍 여주는 옷을 ...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금요일이었다. 종일 팀원들과 작전 회의를 하고, 쉴 틈 없이 훈련을 하고, 지긋지긋하게 카포(Capo/팀장)의 비위를 맞춰 주다 보니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그날 업무를 모두 마치고 퇴근 준비를 하던 중, 귀에 꽂은 무전기에서 호출이 울렸다.
"B3팀 솔져 이여주, 카포 호출"
욕이 저절로 나왔다. 금요일인 만큼 칼퇴 후 집에 가서 푹 쉬려고 했건만, 도무지 이 새끼는 나를 가만히 놔두지를 않았다. 들고 있던 서류가방을 책상 위에 신경질적으로 내려놓은 뒤 카포의 개인 집무실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창밖을 향해 있던 그 사람이 의자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부르셨습니까."
"늦네?"
"....죄송합니다"
고개를 숙이면서도 기분은 더럽기 그지없었다. 정우영 이 또라이 새끼는, 나보다 두 살이나 어리고 입사도 한참 늦게 한 데다 사격 실력도 나보다 못했지만,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나보다 먼저 카포 자리를 꿰찼다. 그러고는 제 권력을 나에게 추근덕거리는 데 남용하고 있었다.
"무슨 짓을 한 건진 모르겠는데..내일 보스랑 면담 잡혔어"
"....네?!"
그는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서 있는 쪽으로 가까이 다가오더니, 내 허벅지 옆쪽을 두어 번 쓸어내리며 귓가에 속삭였다.
"...혹시라도 내 얘기 한 거면, 끝난 줄 알아."
당장이라도 허리춤의 총을 뽑아 그의 머리에 갈겨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리하여 출근하는 날도 아닌 토요일 아침 8시, 텅 빈 센터에 도착하게 된 것이었다. 입사 이래로 한 번도 눌러본 적 없는 꼭대기 층 버튼을 누르고, 긴장감에 몸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있었다. 좋지 않은 일일 것만 같은 예감이 자꾸 들었다. 일개 솔져일 뿐인 내가 이렇게 따로 시간까지 내어 호출됐다는 것은, 도대체 어떤 이유일지 가늠조차 하기 힘들었다.
지문 인식 후 열린 문을 지나자 긴 복도가 펼쳐져 있었다. 양측에 A2팀 조직원들이 정확히 2m 간격으로 늘어서 엄호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평소라면 이렇게까지 경비가 삼엄할 일은 없을 텐데, 의문이 들었다. 긴장감이 더해지는 것을 느끼며, 복도 맨 끝의 거대한 문을 열었다.
커다란 사무실 안, 맨 끝 가운데 책상 앞에는 보스가 앉아 있었고, 그 옆에는 언더 보스로 추정되는 예쁘장하게 생긴 남자가 서 있었다. 그 두 사람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서 있던 여섯 명의 남자들이 뒤를 돌아 나를 쳐다보았다. 모두 나와 같은 수트 차림이었다.
"그럼 다 왔네. 이여주? 저 옆으로 가."
말 몇 마디에서 느껴지는 아우라에 압도되어 홀린 듯 그의 고개 끝이 가리킨 곳으로 갔다. 나도 모르게 서 있는 두 다리에 힘이 들어갔다.
"서로 이름은 알아야 할 테니 간단히 소개해 주지. 저쪽부터 B1팀 서창빈, C2팀 황현진, 해커 한지성, D1팀 이용복, 힐러 김승민, C1팀 양정인, 그리고..B3팀 이여주."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내 이름을 말할 때쯤 표정이 조금 굳은 것 같기도 했다. 보스가 자리에서 일어나 뒷짐을 지고 선 뒤 중요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다들 알다시피 요즘 흑랑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아."
흑랑(黑狼)은, 경찰의 눈을 피해 온갖 더러운 짓을 저지르고 다니는 유서 깊고 규모도 꽤나 큰 조직이었다.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급속도로 성장해 나가고 있는 우리 조직과 대치 관계에 있는 몇 안 되는 조직들 중 하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입사를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였다.
"이 새끼들이 몇 달 전에 블레이즈 먹고, 이젠 우리 쪽으로 타깃을 돌린 것 같아."
사실이었다. 몇 달 전 꽤나 큰 조직이었던 블레이즈의 보스를 처참하게 밟아버린 흑랑은 이제 목표물을 변경했다. 요 몇 주간 다른 때에 비해 힘쓸 일이 많았고, 그 대상이 전부 흑랑이었다는 것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그래서 보스인 내 권한으로 팀마다 최정예 요원들을 뽑아서 특수작전대를 구성했다. 카포 그 새끼들, 대장놀이 좀 시켜줬더니 언제 배신할지 알 수가 없어서 말이야."
".......!"
"이 프로젝트는 일급 기밀이니까, 원래 팀원들한테는 경호팀으로 승진된 걸로 처리될 거야. 앞으로는 흑랑 관련 작전은 너희 7명이서 다 맡게 될 거고."
그제서야 과하게 많던 경호팀의 숫자가 이해됐다. 그리고, 생각보다 더 엄청난 일에 휘말리게 되었다는 것도 깨달았다.
"오늘은 이만 들어가고, 내일부터는 여기 30층으로 출근해. 아, 그리고 너희들은 매일 출근인 거 잊지 말고."
마지막 말과 동시에 7명 모두 망함을 감지하고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들과 함께 보스의 사무실을 나서는 순간까지도, 내가 어쩌다가 여기까지 온 건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
.
.
"형, 진짜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 것 같아."
"아니긴 뭐가."
"저 여자애는 대체 뭐냐고."
둘만 남겨진 사무실, 격앙된 목소리로 민호가 찬에게 말했다. 그쪽은 거들떠도 보지 않고 담배만 피우고 있던 찬이 고개를 돌려 민호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왜, 존나 네 취향이지 않아?"
"그건 별개고. 아무리 그래도 여자는 아니지. 여기 널리고 널린 게 총 잘 쏘고 칼 잘 쓰는 애들인데. 한번 까딱하면 도미노 우리 다 같이 좆되는 거야. 알아?"
"...민호야"
찬이 재떨이에 담배꽁초를 떨어뜨리고 민호 쪽으로 다가왔다. 그 어깨에 다정하게 손을 올린 채, 천천히 토닥여 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말고 형 한 번만 믿어 봐. 쟤 없으면 우리 성공 못해. 형이 괜히 이러는 거 아니니까, 진짜 한 번만 이해해줘."
"......."
마지못해 고개는 끄덕이지만, 여전히 불만스러운 표정은 감추지 못하는 민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