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뇽
나는 너무 좋은 환경에서 자랐다고 생각해
화목하고, 넘치진 않지만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는 집안에서 컸고
지금도 과분하게 부모님 지원 받아가면서 하고 싶은 공부하러 외국에 나와있고
이런 상황에서도 동생들은 나 탓한 적 없이 매번 응원해주고 격려해주고
지금은 너무 잘난 남편 만나서 신혼 생활 잘 즐기고 있거든
그런데 한 일이년 전부터 계속해서 느낀 무기력함과 무가치감, 죄책감
자꾸 죽음에 대해서 생각한다던가 아무 이유 없이 온 몸이 아프다던가해서
설마..싶다가 그냥 다들 이 정도의 우울함은 갖고 잇는 거겠지 라고 생각하며 지냈어
작년에 한국에 잠시 들어갔을 때 정기 검진 받으면서 그냥 일반적인 상담하잖아
그때 사실 ~~~한 생각들을 종종 하는데 이거 그냥 다들 그런거죠? 라고 물으니까
"그쵸 현대인이라면 그 정도 우울감은 대부분 있습니다" 하셔서 역시 그렇구나 하고 병원갈 생각 안하고 지냈는데
며칠 전 남편이랑 잠깐 투닥거리다가 남편이 "넌 정말 쓸모가 없다~" 라고 웃으면서 장난으로 한 말이 도화선이 된 것 같아.
그 이후로 내내 죽고 싶고 갑자기 눈물이 나고 이대로 사라져버렸으면 좋겠고 그래도 아무도 날 걱정 안할 것 같고
왜 이러고 사나 내가 너무 한심하고 자꾸 멍만 때리고 있어
근데 또 가끔 가끔 티비보면서 웃고 이렇게 더쿠 들어와서 웃긴 글 보면 웃고 그러거든?
이럼 우울증이 아닌거 아니야?
나 정도의 우울감이 있는 사람이 병원을 가도 되는거야? 병원갔다가 의사선생님한테 비웃음 당하는 거 아닐까?
우울증으로 병원을 다니는 사람은 대체 얼마나 힘든 환경 속에서 지내고 있는거지?
병원갈 정도도 아닌 나도 이렇게 힘든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