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적어 주세요.

그 후 거북선을 만들어서
전쟁에서 이겼어요

캐나다의 루이 리엘 같은
분인가 보네요

아뇨, 이순신 장군은
대단한 영웅이에요

루이 리엘도 얼마나
존경받는 분인데요

하지만 이순신은
교수형 안 당했어요

- 교수형에 당했다고
- 도와주실래요?

- 가 보셔야죠
- 아뇨

- 그럼 안녕히 가세요
- 또 뵐게요

그냥 보고만 계실 거예요?

좀 도와줘요

- 뭐요?
- 그냥 통조림 하나만 꺼내려고요

- 제 생각엔
- 생각이란 걸 안 했네요

그게 문제예요

심지어 어린애도
맨 위의 것부터 꺼낼 거예요

지금 내가 어린애라는 거예요?

아기 때부터 플루트를 부는
천재 아이들을 말하는 것도 아니에요

그냥 보통 애들을 말하는 거라고요

걔들도 중간에서 꺼낼
생각은 안 해요

다른 통조림은 거의 다
찌그러져 있단 말이에요

여기 이거 빼고요

찌그러진 거나 안 찌그러진 거나
맛은 다 똑같아요

- 겉모습은 중요하지 않아요
- 도와주세요

알았어요, 젠가처럼 하면 돼요

재빨리 빼야 돼요

꽉 끼어 있어서 쉽지 않죠

같이 합시다

하나

- 둘
- 여기요

- 안 쓰러졌죠?
- 와

다음부턴 보통 아이들처럼
위에서부터 꺼내세요

근데 이거 고기 든 거네요

치즈 맛은 없어요?

괜찮아요, 고기 빼고 먹을게요

"김 씨네 편의점
주 7일 영업"

"바자회
12시~3시"

미세스 박

미세스 김

잘 지내셨어요?

네, 바자회가 기대되네요

지니, 잘 지냈니?

- 지니
- 지니

지니?

- 청력에 문제가 있나요?
- 아뇨, 문자 하느라 그래요

그게 그거죠, 뭐

오늘 가족분 중에 누가 와요?

제가 왔잖아요, 힘을 보태야죠

'힘을 보태야죠'
괜찮네요

지니가 재닛을 보고 싶어 하던데

그렇지, 지니?

- 지니
- 지니

지니

재닛은 와요?

재닛이 학교 일로
너무 바빠서요

- 아드님은요?
- 걔는

가석방 담당자한테
허락받아야 해요?

- 정은 감옥에 간 적 없어요
- 정말요? 제가 알기론

그냥 소년원이었죠
그리고 지금은

이해해요

내 아들이 전과자라면
나도 부끄러울 거예요

저는 부끄럽다고 한 적 없는데요

정은 이제 열심히 살아요
얼마나 달라졌는데요

그럼 바자회에 오라고 하세요

- 일이 워낙에 바빠야 말이죠
- 그렇겠죠

할 일이 많겠죠

가자, 지니

지니, 지니!

- 지니
- 네, 아줌마

- 엄마가 부른다
- 네, 감사합니다

아일랜드인은 모른다니까

그걸 고치면 머리가

알아들었어

- 안녕, 재닛
- 안녕하세요, 친 아저씨

아빠, 저 한 시간 후에 나가야 돼요

세미라랑 같이 연구실 과제 해야 되거든요

그래, 알았다

이것 봐, 다 팔았네

하나에 1달러라고
하면 안 돼?

내가 장사 머리가 좀 있거든

2개를 묶으면 잘 팔려

2개 1달러랑 비슷한데
2개 2달러인 거지

통조림 5박스 다 팔았잖아
이게 증거야

다 판 거 아니에요
제가 치웠어요

- 무슨 소리야?
- 유통기한이 지났던데요

알아, 그래서 싸게 판 거야

아빠, 유통기한 지난 거 팔면 안 돼요

그래? 그럼 공짜로 나눠줄까?

거 참 좋은 생각이네

- 너도 알잖아
- 또 그 말이죠?

유통기한은 마케팅 음모야

봐라

유통기한이라 쓰여 있잖아

이 날짜가 지나면 유통은 안 되지만
먹는 건 괜찮다는 뜻이야

고기가 들었잖아요, 아빠
고기는 문제가 잘 생겨요

네가 문제인 것 같다

누가 이 통조림 사서 먹고
병이라도 나면 고소당해요

- 그게 문제죠
-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조심하는 게 좋아, 김 사장

식당에서는 상한 만두 하나로도
골치 아픈 일이 생길 수 있거든

자네 말이 맞는 것 같아

제가 한 말이 그 말이잖아요

재닛, 하나님은 우리에게
두 개의 귀와 하나의 입을 주셨다

말하는 것보다 두 배로 잘 들어야 한다는 뜻이지

- 하지만 제가 그 얘기를 먼저
- 잠깐

- 들어
- 들어

- 그냥 인정하실 수 없어요?
- 들으라니까

그럼 통조림이 상했다는 말에는
동의하시는 거죠?

아니, 팔면 안 된다는
친 씨의 말에 동의한 거다

그래도 먹을 수는 있어, 볼래?

포크!

차가운데 맛있어요?

들어

미세스 김, 오늘 아무도
못 온다고 했잖아요

네, 재닛은 공부한다고 바쁘고

정한테 얘기했는데 돕고는 싶지만

점장이라서 너무 바쁘대요

별로 안 바빠 보이는데요

- 정
- 엄마

- 니나 목사님
- 안녕하세요, 미세스 김

- 제 아들 만나셨어요?
- 네, 정말 도움이 많이 되고 있어요

- 그동안 어디에 숨겨두셨어요?
- 모르셨어요?

- 정은 그동안
- 우리 정은 교도소 간 적 없어요!

그동안 렌터카 회사에서
점장 일을 했다고 말하려던 건데

정확하게는 부점장이에요

- 대단하네요
- 정말 대단하죠

소년원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된 걸 감안하면
더 대단한 거죠

말썽꾼이었나 보네요

옛날얘기예요
이제는 바른길만 걷고 있죠, 니나

아니, 니나 목사님

성경에도 말썽꾼들이 참 많죠

그렇죠, 예수님도 말썽꾼이셨잖아요

저는 예수님과 소년범의
중간 정도를 목표로 하고 있어요

그거 다음 설교 제목으로
딱이네요

- 만나서 반가웠어요, 정
- 저도요

실례합니다

온다고 왜 말 안 했어?

저도 올 줄 몰랐어요

김치 엄마가 김치한테 도와달라고 했는데

걔가 못 와서 대신 온 거예요

그래, 이렇게 와서 도와주고
잘했다

- 김치한테 안부 전해줘
- 왜 이러세요?

다시 교회 오니까 저는 좋은데요

게다가 음식 냄새도 너무 좋고요

- 정 오빠?
- 지니?

- 안녕
- 교정기 예쁘네

교정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어

- 분홍색이야
- 교정기가 언제부터 그렇게 예뻐진 거야?

아니면 재닛보다 스타일이 좋아서 그런가?

농담도 참

- 여기 준비하는 거 도와줄래?
- 물론이지

- 좋아, 가자
- 그래

나 조금 늦을 것 같아
지금 출발해

아빠!

금방 돌아오겠다고 하고 가셨는데

한참 지났어요

죄송합니다, 제가 해 드릴게요

- 괜찮으세요?
- 그래

그냥 화장실 휴식시간 좀 가졌다

화장실 휴식시간 같은 거 안 가지시잖아요

미안하지만 나도 용변은 봐야
되거든요, 북한 독재자님

저 가야 해요

제가 통조림 드시지 말라고 했잖아요

통조림은 상관없어
유통기한은 단지

마케팅 음모야

아빠 아프시잖아요

아니, 안 아파

세미라, 연구실 배정 좀
늦게 받을 수 없을까?

알아, 근데 아빠가 편찮으셔

그냥 강하게 밀어붙여 봐

다시 전화 줘

그냥 허리가 좀 뻐근해서요

안색이 안 좋으신데요

좀 쉬셔야겠어요

그렇겐 못 하실 거예요, 그럼 통조림이
상했다는 걸 인정하셔야 하거든요

- 통조림이 상했어요?
- 거기 있는 거 말고요

- 다른 데 있는 통조림이요
- 그럼 상한 거 인정하시는 거죠?

상한 건 아니야, 유통만 못 하는 거지

넣어드릴까요?

아빠가 잘못 알았다고
인정 좀 하시면 안 돼요?

그래, 네 말이 맞는 것 같다

뭐라고요?
우리 아빠 이런 말 절대 안 하시거든요

가야겠어요, 미안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안녕하세요
타일러는 잘 있어요?

네, 얼마 전에 야구대회에서
우승했어요

죄송해요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어요?

미세스 김, 이 말씀을 꼭 드려야겠네요
사람들이 그러는데요

걔가 어려서 그랬어요
호르몬 때문인 거예요

목사님은 어떠셨는데요?

어깨는 몸의 일부분일 뿐인 거 모르세요?

서로 다른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네요

사람들이 그러는데
갈비찜이 정말 맛있대요

제가 맞게 발음했나요?

- 갈비찜
- 갈비찜

갈비찜

- 다들 칭찬 일색이에요
- 감사합니다

특별한 비법으로 만든 거예요

오래 걸리긴 하지만
시간이 안 아까운 음식이죠

- 미세스 김, 정 보셨어요?
- 아뇨, 왜요?

의자 가지고 온다더니 안 와서요

내가 찾아볼게요
실례합니다, 니나 목사님

괜찮아요

갈비찜

정

지니

거기서 나와

당장!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엄마

엄마!

오해하신 거예요

오해예요

미세스 김

잠시만요

괜찮으시면 정에 대해
잠시 말씀드릴 게 있는데요

걱정 마세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

뭔지 말씀도 안 드렸는데요

하실 필요 없어요
제가 다 봤으니까요

뭘 보셨는데요?

- 뭘 본 것 같은데요?
- 모르겠는데요

그럼 뭘 봤는지 왜 물으셨어요?

뭔가를 봤다고 말씀하셔서요

아뇨, 목사님이 먼저 말씀하셨어요

제가 여쭤보려 했던 건

혹시 정이 교회의 어린 친구들에게
멘토가 되어줄 수 있을까 하는 거였어요

아이들이 정을 잘 따르는 것 같아요

- 어떠세요?
- 정은 정말 좋은 아이예요

하지만 아이들이 정을
올려다볼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요

물론 내려다보라는 건 아니고요
그냥 중간으로 보면 좋겠네요

이해하시겠죠?

아니요, 정한테 한번
물어봐 주시면 감사하겠어요

네, 그런데 안 한다고 할 거예요

네, 그럼

저는 이만

말썽꾼

죄송해요, 하나님

- 이거 주세요
- 네

그리고 스피어민트 껌도 하나 할게요

아니면 페퍼민트가 나을까요?

아무거나 하세요

윈터민트는 어때요?

그냥 껌이죠, 맛보시던가요

그래야겠네요

감사합니다

좀 낫네
이제 모두 보내버린 것 같다

잘됐네요

재닛

내가 이런 말은 잘 안 하는데
네 말이 맞는 것 같아

- 아니에요, 그런 말씀 안 하셔도 되는데
- 통조림이 상했어

먹는 게 아니었어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고마워요, 아빠

그래, 미안해

아빠가 아직 안 나으셨거든

아니다, 나 80~85% 회복됐다

괜찮으니 가봐, 재닛

아빠를 여기 혼자 두고요?
그렇겐 못 하죠

일단 너 먼저 시작해
나도 최대한 빨리 가도록 할게

아냐, 안 들러도 돼, 괜찮아

알았어, 그러든지

들어가서 전화 좀 할게요

다른 애랑요

엄마

무슨 생각으로 그런 거야?

엄마가 절 가두셨잖아요

에디 씨 덕분에 겨우 나왔어요

그럼 이제 에디 씨까지 다 알게 됐네

아니에요

그리고 큰 문제도 아니고요

너한텐 아니겠지

큰 문제야, 큰 문제들 중에
최고로 큰 문제란 말이야

- 전 아무 짓도 안 했어요
- 항상 네 잘못은 없지

난 항상 미세스 박한테 얘기한다

우리 아들은 이제 달라졌고
참 좋은 애라고

근데 미세스 박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 넌 안 변했나 봐
- 엄마, 들어보세요

제가 그 방에 의자를 가지러 갔을 때

지니가 이미 거기서 술을 마시고 있었어요

엄마들 들어오시기 5초 전에
제가 들어간 거라고요

지니가 술통을 나한테 던졌는데

그걸 엄마가 보신 거예요

왜 말 안 한 거야?

엄마가 그냥 가버리셨으니까요

저를 방에 가두기까지 하고요

미세스 박은 절대 안 믿을 거야

그 아줌마는 저 중학교 때부터

제가 뭔가 잘못하기를
기다리신 분이에요

근데 그분만 그런 게 아닌 것 같네요

미안하다, 정

엄마, 전 교회 사람들이 절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 안 해요

마음대로 생각하라고 하세요

하지만 엄마 생각은 제게 중요해요

난 네가 좋은 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교회 사람들 생각을 조금만
신경 써 주면 좋겠구나

그럼 엄마는 교회 사람들 얘기에
조금만 덜 신경 쓰세요

신경 안 써

진짜야!

그래, 조금은 쓰는 거 맞아

- 우리 아들
- 괜찮아요

너 술 냄새 난다

제가 방에 좀 오래 갇혀 있었거든요

- 엄마도 드실래요?
- 싫다!

드셔 보세요!

미세스 박이 만든 김밥이야

네, 큰일 났네요

마지막 배정 시간으로 잡아놨어

그 대신 닉이랑 타마라한테
부탁 하나 들어주기로 했어

근데 안 들어줄 거야

- 잘 했네
- 너 괜찮은 거야?

괜찮아, 그냥 좀 어지러울 뿐이야

- 어디 아프냐, 재닛?
- 전혀요

- 전 아빠가 더 걱정이에요
- 나는 컨디션 최고야

- 그럼 누가 아픈 거예요?
- 난 아냐 누가 아프대?

- 저도 아니에요
- 잘됐네

그럼 나 좀 도와줄 수 있겠네

두 사람 다 안 좋아 보이는데요

이것 좀 선반에 놓아줘

그럼요, 문제없죠

아니, 아래 선반에

맨 아래 선반

- 제가 할게요
- 잠깐!

재닛이 할 거다

알았어요

왠지 모르겠는데
저도 탈이 났어요

그거 봐라! 내가 맞고 네가 틀렸지

- 유통기한은 말야
- 아빠, 제발요!

이번에 맞았다고 해서

항상 옳으신 건 아니에요

제 말도 들어주셔야 한다고요!

이런

그렇게 고집부리더니

계산 좀 해주실래요?

그럼요

원래 그런 소리 나는 거예요?

네

그거 내 접시예요?

죄송합니다, 실수로 깼어요
다시 사 드릴게요

우리 시어머니가 주신 건데

정은 잘못 없어요, 제가 깼어요

물론 그러시겠죠, 아들은
항상 빠져나가게 두잖아요

저기요!

화가 나신 거 이해합니다

저희가 어떻게든 보상해 드릴게요

지금 전과자의 거짓말을
믿어 달라는 거예요?

그건 사실이 아니죠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우리 딸에게 술을 준 거예요?

우리 아들이 댁한테 해명할 건
아무것도 없어요

정이 교회에 돌아온 지 한 시간도
안 됐는데 무슨 일이 일어났나 보세요

- 그 술통 내 거야
- 뭐라고?

엄마 오는 소리 듣고 겁이 나서

내가 정 오빠한테 준 거야

- 미안해, 오빠
- 감싸줄 필요 없어

그거 아빠 낚시용 술통이잖아!

괜찮아요,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거죠

- 무슨 일이에요?
- 제가 말씀드릴게요

괜찮으시면 저는

다른 분이 설명해 주셨으면 좋겠네요

다시는 못 앉을 것 같아

뭘 먹어서 그런 거예요?
도대체 뭐가 이런 고통을 주냐고요

내가 먹은 건 차, 통조림, 커피

그리고 엄마가 만든 갈비찜뿐인데

저도 갈비찜 먹었어요

엄마 그 갈비찜 교회 가져가셨어요

저런

- 갈비찜 드릴까요?
- 그게 뭐예요?

한국식 소고기 스튜인데
달콤하고 짭조름한 맛이에요

엄마가 직접 만드셨어요, 캐나다 최고예요

캐나다 최고는 아니고

토론토 최고 정도라고나 할까요

좋아요, 주세요

고마워요

미세스 박이 한동안
날 용서하지 않을 거야

그렇죠, 하지만 우리 가족을 대놓고
무시하는 것도 한동안 못 하겠죠

여보세요, 재닛

알았다, 그래

엄마

무슨 일이에요?

재닛이랑 아빠가 배탈이 났는데
갈비찜이 상해서래

- 모두에게 알려야 돼
- 네, 그렇게 해요

조금만 이따가요

이제 얘기하세요

죄책감이 느껴져야 되는데

안 느껴지네

한국식으로 운동하는 게 좋아
자신감을 가지고

- 그런 것 같네요
- 재닛, 내가 네 나이일 때

이걸 매일 했단다

근데 전 완전히 회복된 건
아닌 것 같아요

자신감이 힘을 만들고

힘이 자신감을 만드는 거지
계속해야 해

아니요, 저는 좀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겁쟁이

이런

- 그러게
- 가서 창문 좀 열게

가서 팬티 좀 갈아입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