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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오후 10시30분쯤. 서울의 한 소년보호시설에 요란한 화재경보음이 울려 퍼졌다. 이 곳은 소년부 재판에서 ‘6호 처분’(보호시설 6개월 감호)을 받은 10대 남자 소년범 40여명이 수용된 민간시설이다.

취침 준비 중 갑자기 울린 화재경보음에 당황한 인솔 교사들이 상황을 살피는 사이 5층 건물 각층마다 자동잠금장치가 설치돼 있는 유리문이 일제히 개방됐다. 화재경보가 울리면 잠금 장치가 자동으로 풀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소년범 한 명이 고의로 화재경보기를 작동시킨 것이다. 열리지 않던 일부 문은 소년범들이 강하게 밀쳐 개방했다. 소년원이 아니다 보니 창살 같은 별도 잠금장치도 없었다.

취침복 차림으로 시설 3, 4층에서 뛰어 내려온 소년범 11명은 삽시간에 흩어졌다. 직원과 교사들이 뒤쫓았지만 한발 늦었다. 이들은 서울과 경기도 일대로 퍼져나갔다. 시설 측은 즉시 법원에 이들의 무단이탈 사실을 신고했고 협조 요청을 받은 일선 경찰들이 추적에 나섰다.

11명 중 7명은 거리를 배회하거나 자기 집으로 도망쳤다가 이튿날 시설로 복귀했다. 하지만 4명의 행방은 오리무중이었다.

 

 

이들 중 일부는 범죄 행위로 꼬리가 밟혔다. 탈주 이튿날인 21일 오전 2시10분 안산 단원경찰서에는 한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키오스크가 파손되고, 보관 중이던 현금 250만원이 도난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 추적 결과 범행을 저지른 2명은 전날 시설에서 무단이탈한 A군(19)과 B군(14)이었다. 둘은 시설을 빠져나와 곧바로 안산으로 이동해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은 곧바로 범행 장소에서 지문을 채취해 무단이탈한 A군이라는 사실을 파악했지만, 추적은 쉽지 않았다. 휴대전화 없이 현금 거래만 하는 소년범을 추적하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게다가 이 둘은 절도 후 각자 흩어져 전철과 택시를 갈아타며 도주해 동선 파악도 어려웠다.

결국 탈주 나흘 만인 같은 달 24일 경찰은 A군을 인천에서, B군을 경기도 평택에서 각각 붙잡았다.

마지막까지 행방이 묘연했던 나머지 2명도 일주일 만에 서울에서 검거됐다. 시설 입소 전 관악구에 거주하던 이 둘은 동네 친구들과 접촉하며 탈주 비용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년범들이 받은 6호 처분은 아동복지시설이나 소년보호시설에 6개월~1년 간 소년의 감호를 위탁하는 것을 뜻한다. 시설 내 수용하도록 명령하는 보호처분이지만, 소년원에 송치될 수준은 아닌 만큼 ‘이들에게 기회를 한 번 더 주자’는 취지다.

시설 관계자는 21일 “6호 처분 시설의 특성상 통제나 감독보다 교화와 재교육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관리에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경찰 조사에서 이들은 “자유가 억압돼 답답했다” “그냥 한번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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