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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샐러리맨이라 불리는 직장인.
출퇴근 러시에 시달리고 고객에게도 상사에게도 굽실거리며
후배 육성을 채찍질 당하면서 연일 이어지는 야근.
출퇴근길에 보이는 이름도 모를 산만 봐도 짜증이 났다.
녹초가 된 상태로 겨우 퇴근하면 밥 먹을 힘도 없어서 술을 마시고 잤다.
게임 할 시간이 있으면 세미나에 가거나 결혼 활동을 해야 한다고 괜히 조바심을 냈다.
난 대체 왜 사는 걸까라는 생각이 드는 나날들.
어느날 술이 다 떨어져 쇼핑을 갔다가 스위치 판매 매장을 보고 떠올렸다.
어릴 적 슈퍼 마리오 64에 푹 빠졌던 시절.
"요즘 같은 때 마리오라니 구려! 당연히 플스지!" 라는 말을 친구에게 듣고 부끄러웠던 기억.
그때 나는 친구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은 마음에 '확실히 마리오는 이제 낡았지!' 라며 맞장구치기도 했다.
그 당시 FF7의 아름다움과 CD를 TV로 들을 수 있다는 충격은 요즘 아이들에게는 알 수 없는 느낌일지도 모른다.
그만큼 당시 아이들에게는 매력적이고 혁신적이었다.
왜 그날 스위치를 집어들었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그저 맥주를 한 손에 들고 재미없으면 다시 팔면 되겠지라 생각하며 본체와 젤다를 구입했다.
출근길이었던 어제 전철 창밖으로 보이는 이름 없는 산을 보고
'저거 오를 수 있겠는데' 라고 생각한 순간, 눈물이 흘러 멈추지 않았다.
옆에 있던 동년배 샐러리맨들은 '뭐야 이놈?' 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시간에 쫓겨 현상 유지를 위해 미움 받으면서도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 샐러리맨 동료들에게야말로 추천하고 싶다.
그저 게임일 뿐이라고 하지 말아달라.
우리는 게임 황금기에 태어났다.
마리오의 점프에 온가족이 온몸을 들썩이는 걸 본 적이 없는가?
마리오 카트, 스매시 브라더스와 컨트롤러를 들고 모여서 놀았던 기억은 없는가?
크로노 트리거나 FF7의 공략에 대해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했던 적은 없는가?
지금이라면 알 수 있다.
어린아이였던 나에게 부모님이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특별한 날
무지하게 비싼 하드웨어와 소프트를 사주셨던 것을.
떽떽거리며 잔소리를 하시는 한편으로 나를 위해 집안의 돈을 끌어모아 비싼 게임을 사주셨던 것을.
자신의 생활에 쫓겨 살다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을 이제야 깨닫고 감동했다.
좀 더 효도했어야 했다.
다른 별5짜리 리뷰들에 좋은 말들이 많아서 이제와 내가 덧붙일 말은 없다.
이 젤다는 내가 잊었던 '도전과 보상'을 준다.
지도도 없는 세계를 자유롭게 탐색할 수 있고 신나는 모험을 체험할 수 있다.
동세대인 우리는 내일을 버티기 위해 매일 병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인생에 실망하지 말자.
이곳에 내가 바라던 모험이 있었으니까.
PS.
이번 젤다에 감사하고 싶은 마음과
마리오64 개발 스탭과 닌텐도에게 사과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무엇보다 내 감정에 휩쓸려 엉터리로 쓴 부끄러운 장문을 끝까지 봐주신 분들께 감사를 드리고 싶다.
그것도 모자라 참고가 되었다고 평가를 해주신 분들께도 정말로 감사드린다.
나는 일을 하면서 이렇게 많은 분들의 평가를 받은 적은 한번도 없었다.
하이랄을 돌아다닌 180시간은 정말로 즐거웠다.
닌텐도 뿐만 아니라, 젤다를 계속 응원해주었던 팬 여러분께도 감사를 드리고 싶다.
최고의 모험을 즐기게 해주어서 감사합니다.
며칠전 뭉클했던 광고로 화제가 되었던 왕눈 호주 광고의 모티브로 추정되고 있다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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