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베 보다가 무슨 토막글만도 못 한게 생리학 어쩌고 글로 올라왔길래

 

제대로 뭔가 정보글 좀 써보려는 의도에서 글 남김

 

 

당뇨병은 워낙 유명하니까 무슨 병인지 다들 대충은 알텐데

 

뭐 피 속에 당, 그러니까 포도당이 올라가는 병이 당뇨병임

 

그런데 이게 왜 발생하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인지 까지 깊게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음

 

그나마 요즘 좀 인식이 나아졌다고 생각하는건 당뇨병 이야기 하면 다들 췌장이 어쩌고 저쩌고 말하는 일이 많다는 부분임

 

유튜브 때문인지 뭔지 모르긴 한데 여튼 정확한건 아니긴해도  최소한 췌장에 뭔가 이상이 있다는게 일반 대중들도 알게 됐다는 점은 상당히 긍정적임

 

 

근데 대체 왜 췌장이 문제면 당뇨병이 오는 걸까?

 

일단 췌장이 어떤 장기인지 부터 이해를 해야하는데

 

췌장은 굉장히 이질적인 기능을 하는 조직이 모여있는 장기임

 

 

 

 

췌장은 크게 외분비 췌장과 내분비 췌장으로 나눌 수가 있는데

 

외분비 췌장은 우리가 먹은 음식물을 소화 -정확히는 저분자로 분해- 하는데 필요한 효소를 합성해서 소화관 쪽으로 분비하는 곳이고,

 

내분비 췌장은 우리 몸의 항성성 조절에 핵심적인 호르몬을 우리 피 속으로 분비하는 곳임

 

저 위의 그림에 색깔있는 세포들 모여있는 부분있지? 거기가 내분비 췌장임

 

이 중 췌장의 내분비 부분은 전체 췌장에서 매우 일부분만 존재하고 이게 마치 섬 처럼 보여서 islet(섬)이라고 지칭함

 

발견한 사람 이름을 따서 islet of Langerhans 라고 하기도 하고 그냥 대충 pancreatic islet (췌도, 췌장소도) 이런 식으로 부름

 

 

 

췌장 조직 사진인데 위에 빨간 별이 내분비 부분임

 

전체 중에 일부만 내분비 기능을 한다고 생각하면 됨

 

사실 저 위에 이미지도 췌도가 상당히 많이 있는 부분을 찍은 현미경 사진임

 

대충 전체 췌장 면적에서 3%도 안된다고 생각하면 됨

 

이 몇 그램도 안 되는 세포가 몸의 에너지 균형 조절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고 니가 당뇨병이 안되게 막고 있음

 

 

 

여튼 이 내분비 췌장에는 여러 세포들이 모여 있는데

 

이 중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세포가 두 개 있음

 

알파세포, 그리고 베타세포임

 

 

 

 

사람에서는 위의 오른쪽 그림처럼 두 가지 세포가 대충 반반 정도 비율로 존재한다고 보면 됨

 

알파세포는 글루카곤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하고, 베타세포는 인슐린이라고 불리는 호르몬을 분비함

 

글루카곤은 혈당을 올리고 이화작용을 촉진하는 호르몬이고,

 

인슐린은 혈당을 낮추고 동화작용을 촉진하는 호르몬임

 

 

알파남이 유행하니 알파가 존나 중요할 거 같은데...

 

사실 알파보다 베타가 훨씬 중요함

 

왜냐면 우리 몸에서 혈당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해서 글루카곤 말고도 카테콜아민, 부신피질호르몬, 성장호르몬 등등 여러 방법들이 저혈당에 대응하고 있음

 

반면 혈당을 낮추는건 인슐린이 거의 유일하다고 생각하면 됨

 

세세하게 따지면 비슷한 기능하는게 있기는 한데 인슐린 비하면 거의 쩌리 수준이라 인슐린만 기억하면 됨

 

이건 결국 진화의 산물일텐데

 

요즘이야 먹을게 흘러넘치니 문제가 안되지만 예전에는 안정적으로 제 때 밥을 먹는다는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 었음

 

우리가 당이라고 주로 부르는건 포도당(glucose)인데 이게 뇌 기능을 비롯해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곳들이 있음

 

그러다 보니 못 처먹었을 때 우리 몸에 저장된 에너지를 동원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했고, 그 중에 가장 중요한건 뇌에 안정적으로 포도당을 가져다 바치는 거였음

 

그러니 못 처먹었을 때 뇌에 포도당을 잘 넣어준 애들이 선택적으로 생존하다 보니 저렇게 안전 장치를 몇 중으로 갖추고 살아남은게 우리 조상이 되었다고 생각하면 됨

 

아래 그림이 우리 몸이 굶었을 때 반응인데 포도당 대사 흐름인 파란선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보면 됨

 

 

 

반면 혈당을 낮추는건 1형 당뇨 수준이 아니면 단기 생존에서는 사실 별로 안 중요하고, 주로 장기 합병증이 발생하니 대부분 자손을 남길 수 있었음

 

여튼 이런저런 말이 길었는데 핵심은 혈당을 낮추는건 인슐린 밖에 없다는 점임

 

 

 

현대 사회로 오면서 먹는게 풍부하고 좀 산다는 나라들은 끼니 걱정이 없어지면서 비만이 문제가 됐는데

 

비만과 동시에 당뇨병도 큰 문제로 올라오게 되었지

 

근데 비만과 당뇨병은 대체 무슨 관계일까?

 

대부분은 비만한 사람이 당 많이 먹었으니 당뇨 오는거 아님? 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건 정확한 이야기는 아님

 

그리고 앞으로 할 이야기가 이런 비만과 당뇨가 대체 무슨 연관인지 설명하는 이야기가 될거임

 

 

 

일단 당뇨병은 아주 크게 나누면 1형과 2형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음

 

임신성 당뇨병이나 단일 유전자 이상 성향의 당뇨도 있긴한데 그거까지 말하면 머리 아프니 넘어감

 

1형과 2형 당뇨병의 구분은 발병 과정으로 나눌 수 있음

 

조금 관련 공부를 좀 했다면 1형은 베타세포가 부서지는거 아님? 이라고 대답할 수 있을 거임

 

정확히는 베타 세포가 자가면역으로 파괴되는게 1형 당뇨병임

 

자가면역에 대해 설명하면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내 몸의 정상 세포를 적으로 인식하고 공격하는 병임

 

 

 

1형 당뇨병의 경우는 면역세포들이 베타세포를 암세포처럼 생각하면서 조지는 상황이라고 생각하면 됨

 

앞서 이야기했듯이 베타세포는 인슐린을 만들고 분비하는 세포이기 때문에 이게 박살난다는 말은 혈당을 낮추는 유일한 호르몬의 공장이 없어진다는 말임

 

당연한 이야기지만 인슐린이 없어지니 혈당이 올라가겠지?

 

1형 당뇨병은 이해하기가 좀 쉬운 편임

 

 

그러면 2형 당뇨병은 무엇일까?

 

역시나 여기저기 귀동냥 좀 했으면 인슐린에 반응을 안 하는 병이라고 대답할 수 있을 거임

 

보통 이 인슐린에 반응 안 한다는걸 인슐린 저항성이라고 표현함

 

그리고 이 인슐린 저항성 발생과 가장 큰 관련이 있는게 비만임

 

비만은 지방조직에 중성지방이 과다하게 축적되는 상황인데

 

비만 상황이 지속되면 지방조직이 만성적인 염증 상황이 됨

 

이러면 지방조직이 각종 안 좋은 염증유발 물질들을 뿜어대고

 

혈중 유리 지방산도 높아지고, 뒤에 설명할 과정을 통해 인슐린의 혈중 농도가 올라감

 

이런 반응들이 복합적으로 일어나면 이것들이 각종 세포들의 기능의 문제를 일으키고 인슐린에 대한 반응성도 떨어지게 됨

 

그래서 당뇨병이 꼭 당을 많이 먹어서 생기는건 아니고 과도한 에너지 축적이 더 근본적인 원인임

 

물론 당도 많이 먹으면 중성지방으로 전환되서 지방조직에 축적되게 됨

 

인슐린 저항성은 작용하는 장기나 신호기전이 너무 복잡해서 간단히 설명 가능한 정설 같은건 없다고 봐도 되고

 

비만이 가장 주요한 원인이다 정도는 기억하면 됨

 

 

 

여튼 그럼 대체 누가 저항을 하는데?

 

인슐린 저항성은 인슐린이 작용하는 장기들에서에서 반응이 떨어진다는 말이고 보통 가장 중요한 장기는 간, 지방, 근육 정도를 생각할 수 있음

 

위에 세 가지 장기들이 혈당 조절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장기들이거든

 

아 그래? 그럼 인슐린 반응 안 하니까 혈당 올라가네 요렇게 이해를 할 수 있는데 이건 매우 간단하게 이해한거고 실제로는 좀 더 복잡함

 

 

 

 

 

우리 몸에서 인슐린에 대한 저항성이 생겼다고 하면 이게 바로 당뇨병으로 이어지지는 않음

 

우리 몸이 그렇게 허접한건 아니라 인슐린 저항성이 발생하면 그에 대해 대응을 하게 됨

 

인슐린이 반응을 잘 안 하면 어떻게 할까? 방법은 단순한데 더 많은 인슐린을 때려 붓는거임

 

아주 쉽게 비유하면 같은 개념은 아니긴 한데 약쟁이들 내성 생겨서 약 더 꼽는거 상상해 보면 됨

 

아니 반응을 안 하는데 더 뿌린다고 반응함?  이렇게 생각할 수 도 있음

 

근데 우리 몸의 호르몬-수용체 반응은 대체적으로 어느 선까지는 퍼붓는 양에 비례해서 생물학적 반응성이 올라감

 

그냥 호르몬 조금 나왔다고 모든 수용체가 반응하는거도 아니고 수용체 결합이라는게 확률 싸움의 측면도 있어서 대체적으로 많이 퍼부으면 표적 장기의 생물학적 작용이 올라가게 되어 있음

 

 

 

좀 더 간단하게 설명해보면

 

원래 인슐린이 우리 몸에 혈당을 정상으로 조절하는데 10개가 필요했다고 가정하면

 

인슐린에 반응하는 장기들의 반응성이 떨어지면 10개로는 이전의 효과가 안 나옴

 

이러면 우리 몸은 11개의 인슐린을 공급해서 다시 반응을 이전 수준으로 되돌림

 

이런 것을 전문적인 용어로 보상반응이라고 이야기 함

 

그러면 이 추가된 1개는 어디서 온 걸까?

 

바로 베타세포가 1개 분량을 더 내놓았다고 이해하면 됨

 

그래서 이 보상반응을 베타세포 보상반응 (beta cell compensation)이라고도 이야기 함

 

 

그러면 11개의 인슐린으로 우리 몸이 건강하고 끝났으면 좋을텐데

 

사실 원인인 인슐린 저항성과 비만은 전혀 해결이 안 되었음

 

그리고 보통은 살 쪄도 뭔가 병원에서 병을 진단받거나 하지 않는 이상 계속 많이 먹고 체중이 불어나는게 일반적인 사람들의 생활임

 

즉 인슐린 저항성이 계속 증가한다는 말임

 

그러면 우리 몸은 어떻게 반응할까?

 

앞에서 설명한거처럼 더 많은 인슐린으로 대응함

 

11개가 12개가 되고 이래도 안되면 13개가 되고 이런 식임

 

그럼 어디를 쥐어짜야 될까? 베타세포를 쥐어 짜는거임

 

인슐린을 더 많이 만들고 더 많이 분비하도록 유도함

 

그런데 이거에서 끝나는게 아니라 인슐린 만드는 공장이 더 많으면 대응이 쉬워지겠지?

 

그래서 베타세포가 분열해서 전체적인 베타세포 숫자를 늘리게 되고 이걸 보상적 증식이라고 이야기함

 

더 많은 베타세포, 더 많은 인슐린. 이걸로 우리 몸은 정상 혈당을 유지하게 됨

 

그래서 당뇨 전단계의 환자는 정상인 보다 높은 혈중 인슐린이 측정됨

 

 

그런데 뭐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이게 무한 반복이 가능할까?

 

지속적인 고혈당 노출과 과도한 인슐린 합성과 분비는 베타세포에 큰 스트레스를 가하게 됨

 

그리고 결국 자꾸 괴롭히니까 베타세포가 퍼지기 시작함

 

이런 상황을 전문 용어로 베타세포부전 (beta cell failure)라고 함

 

신부전, 간부전, 심부전 들어 봤지? 그거 처럼 베타세포가 제 기능 못하고 맛이 간 상태라고 보면 됨

 

베타세포부전은 아래 그림처럼 크게 세 가지 상황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데

 

 

 

 

 

 

한 가지는 베타세포가 못 버티고 죽거나 아니면 더 이상 증식을 못하게 되는 상황임

 

즉, 베타세포의 양이 줄어들게 됨

 

두 번째는 베타세포의 인슐린 분비 기능이 망가지기 시작함

 

세 번째는 베타세포가 다른 세포로 변해서 일은 안 하기 시작함

 

역분화라고 보통 이야기 하는데 쉽게 이해하자면 일 몰빵에 야근 밥 먹듯이 시켰더니 더러워서 추노하는 상황 생각하면 됨

 

여튼 이런 양상들이 같이 일어나면서 결과적으로는 더 이상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인슐린을 공급하지 못하게 됨

 

그리고 이 시점 쯤 혈당이 정상이 아니라고, 그러니까 당뇨병으로 진단 받게 된다

 

아래 그림의 베타세포 양(mass), 기능(function)이 전당뇨(prediabetes), 당뇨병(diabetes)에서 어떻게 변하는지 잘 살펴보면 됨

 

 

 

 

 

말이 길었는데 요약하자면 단순히 인슐린 반응성이 떨어져서 당뇨병이 오는게 아니라

 

떨어진 반응성을 보상할만큼의 충분한 인슐린을 공급하지 못해서 당뇨병이 온다는 것임

 

만약 베타세포가 무한 보상 반응이 가능하다면?

 

당뇨병은 발생 안 함

 

하지만 우리 몸이 기계 부속처럼 계속 갈아끼울 수 있는거도 아니고 그게 불가능하니 당뇨병이 오는 거임

 

그래서 이미 2형 당뇨병 진단을 받으면 이미 상황이 어려운게

 

갑자기 생긴 인슐린 저항성으로 당뇨병이 온게 아니라

 

십 수년 동안 몸이 힘든 사투를 하다가 더 이상 안 되서 퍼진 상태여서임

 

그래서 초기에 살 빼고 운동하라고 권하긴 하지만 초기라도 이미 베타세포가 많이 망가진 상태라 정상으로 돌리기는 매우 어렵다

 

그러니 검진하다가 전당뇨라고 뜨면 전당뇨니까 괜찮네 이게 아니라

 

이 때부터라도 정말 작정하고 건강관리 잘 해야 됨

 

전당뇨 시기는 그래도 아직 여지가 남아 있는 때니까

 

 

 

이런 상황들을 좀 더 전문적인 개념으로 들어가면,

 

1형 당뇨병은 베타세포가 없지? 그러니 인슐린도 아예 없지? 그래서 절대적인 인슐린 결핍 이라고 이야기 하고,

 

2형 당뇨병은 인슐린은 있긴한데 이게 정상 혈당을 유지하기에 충분하지가 못하네? 그래서 상대적인 인슐린 결핍 이라고 이야기 함

 

 

 

 

 

 

쓰다 보니 이야기가 좀 길어졌는데

 

여튼 1형 당뇨병이건 2형 당뇨병이건 췌장의 베타세포가 당뇨병 발생의 핵심에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 됨

 

1형만 베타세포가 중요한게 아니라 2형도 결국 베타세포가 버티냐 못 버티냐의 싸움임

 

인터넷에 주로 많이 이야기하는 동양인이 췌장이 작아서 당뇨가 잘 온다 이런 이야기는 동양인 사체에서 베타세포의 양을 측정해봤더니 서양인들보다 적은 것처럼 나온 연구들이 좀 있어서 나오는 말임

 

근데 실험용 사체라는게 거의 대부분 고령자 시신 기증이라서 이게 얼마나 정확할지는 다들 확신하지는 못함

 

하지만 그런 연구 결과가 있으니 진짜 0.1톤은 우스운 미국인들보다 한국인이 당뇨병이 더 잘 발생하는 것에 그럴듯한 가설로 자주 이야기 되기는 함

 

 

말이 주저리주저리 길었는데 핵심 개념 정도만 이해해도 당뇨병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대충은 알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1형 당뇨병은 어쩔 수 없지만 2형은 당뇨병이 오기 전에 살 빼고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가지는게 중요함

 

왜냐면 니가 가진 베타세포는 무한정 버틸 수가 없고, 병의 발생은 오랜 기간의 누적된 변화로 일어나는 거니까

 

그러니 당장은 멀쩡한거 같아도 오늘이라도 좀 더 적게 먹고 운동하는 습관을 가지자

 

 

 

 

세줄요약

 

- 당뇨병은 1형 당뇨병과 2형 당뇨병이 있다

 

- 1형 당뇨병은 췌장 베타세포가 파괴되서 발생한다

 

- 2형 당뇨병은 췌장 베타세포가 보상 반응을 지속하지 못하는 베타세포부전 상태에 빠져서 발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