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퀘어 광장

진짜로 흥미로운 거라면 뭐든지

🕰️ 2024.09.24 10:15
작년 겨울 언젠가
조회 수 101 추천 수 0 댓글 0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작년 겨울 언젠가 남자친구랑 집 근처 피쉬앤칩스 식당 옆을 지나치다 어떤 홈리스 아저씨가 말을 걸어왔다. 배가 고픈데 뭐라도 사줄 수 있냐는 물음에 남자친구는 망설임 없이 식당 앞에 붙은 메뉴판을 가리키며 고르라고 했다. 아저씨는 가장 싼 피쉬앤칩스를 골랐고 남자친구는 잠깐만 기다리라며 식당에 들어가 계산을 치뤘고 식당 주인에게 말해뒀다며 밖은 추우니 안에 들어가 식사를 하라며 아저씨를 직접 안에 앉혀주었다. 혹시나 쫓겨나오거나 소동이 있을까봐 밖에서 15분여간 함께 기다리기까지 했다.

 

남자친구가 식당 안에 들어가있던 동안 나는 홈리스 아저씨와 짧은 대화를 나누었는데, 자신은 십여 년 전에 영국에서 왔고 가족도 친구도 없는 상태에서 실업이 되었고 상황이 점점 안 좋아지다보니 길거리에 나왔고 이제는 자신이 무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것들이 진짜인지 나야 모르지만 적어도 그 분은 술 냄새도 나지 않았고 마약에 취한 것도 아니었고, 말씨와 표정이 순했지만 너무 지쳐보이던 사람이었다는 기억이 있다.

 

여튼 홈리스 아저씨가 들어간 가게 앞에서 잠시 대기하던 우리 모습을 지켜보던 어느 우버 딜리버리 기사가 차에 나와서 갑자기 남자친구에게 악수를 청했다. 자신 역시 몇년 전에 홈리스였다고, 당신 같은 사람이 그들에에 얼마나 큰 의미로 남는지 당신은 상상도 못할 거라고 너무 감사하다며 눈물까지 글썽였다.

 

남자친구는 홈리스가 마실거나 밥을 사달라고 하면 너무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무조건 그들의 부탁을 들어준다. 돈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면, 배고프고 목마른 건 필수적인 생존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적선받은 돈으로 술과 마약을 사는 홈리스도 있고, 무언가에 취하거나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해 난동을 부리고 사람들을 위협하는 홈리스도 있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이들을 마냥 기피하기만 하기엔 많은 홈리스들은 삶에 악재와 악재가 겹치고 의욕을 잃고 무너져버린 사람들이 많았다. 남자친구는 저 사람이 날 등쳐먹으려는 게 아닌가 경계하는 것보다 정말 간절할지도 모르는 사람의 굶주림을 해결해주는 것이 자신에게는 가치있다고 한다.

 

나 역시 겨울철에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부탁하는 홈리스에게 꼭 커피를 사주는 편이다. 캘거리의 겨울은 너무 춥다. 그 한 잔의 커피, 고작 5달러 밖에 안 하는 커피값을 가지고 머릿속으로 재고 따져서 뭐하나. 내게 도움을 처한 열 명 중 아홉 명이 날 등쳐먹기 위해 부탁하는 거라고 해도 난 한 명의 간절한 사람을 도와줄 수 있다면 충분하다. 거기에 더해 샌드위치 하나라도 더 얹어줄 수 있는 정도의 여유만 내게 더 있으면 좋겠다.

 


스퀘어 광장

진짜로 흥미로운 거라면 뭐든지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공지 이슈 서브덕질 규칙 2 2024.10.05 7995 0
HOT글 유머 사람들이 생각하는 35살에 모은 돈 file 2025.08.16 958 18
HOT글 유머 37년전 라면 수준 3 file 2025.08.16 919 17
HOT글 유머 김태호PD가 1박2일을 보면서 신기하고 재미있었던 것 file 2025.08.16 956 8
공지 🔥 홍보하고 포인트 받아보세요 2025.07.30 691 0
공지 유머 🚨 “뉴비 필독! 덕질 커뮤니티 한눈에 꿀가이드” 28 2024.11.04 50120 66
161278 유머 에스파 이어 쇠맛 노래 들고 온 여돌 newfile 2025.08.19 101 0
161277 유머 첫팬콘 이벤트로 팬들한테 수제 쿠키 선물한 누에라 file 2025.08.19 353 0
161276 유머 살면서 처음 보는 구명조끼 플러팅 file 2025.08.19 578 0
161275 이슈 추구미 도달했는데 자기만 모르는 거 같은 배우 file 2025.08.19 1590 0
161274 이슈 데뷔부터 33만장 팔았다는 24인조 남돌 첫 유닛 file 2025.08.19 206 0
161273 기사/뉴스 빈스 지드래곤 독특한 댄스 퍼포먼스 ‘케데헌’ 흥행 이을 ‘차차차’ file 2025.08.19 197 0
161272 기사/뉴스 주니엘, 1년 5개월 만에 신곡 ‘혜성’으로 컴백...26일 정오 공개 file 2025.08.19 190 0
161271 기사/뉴스 [지금뉴스] 불출석 속 또 나온 증언 “尹, ‘계엄 다시 하면 된다’고 했다” / KBS 2025.08.18. 4 file 2025.08.18 326 0
161270 정보 한국 기업의 히타치 인수? 일본은 왜 유난히 충격을 받았는가? 3 file 2025.08.18 300 0
161269 유머 뮤비티저랑 자컨이랑 갭 차이 미쳤다는 케플러 히카루 file 2025.08.18 372 0
161268 유머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그래도 연애에서 중요한 것 같은 11살 나이차 file 2025.08.18 342 0
161267 이슈 컴백 앞두고 글로벌 행보 펼치고 있는 아이돌 file 2025.08.18 365 0
161266 유머 올데프 위키드 노래 개 많이 들은 소미도 어렵다는 파트…jpg file 2025.08.18 396 0
161265 유머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사람이랑 썸 타고 연애했다는 솔비 file 2025.08.18 1032 0
161264 유머 남자 섹시 스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연예인은? file 2025.08.18 380 0
161263 유머 [SKT 집단소송] SKT 개인정보유출 위자료청구 집단소송 원고 모집 file 2025.08.18 403 0
161262 이슈 유한락스가 가격 못올리는 이유ㄷㄷ 2 file 2025.08.18 419 0
161261 기사/뉴스 DKZ 재찬, 亞 투어 홍콩 공연 성료..“사랑 당연히 여기지 않을 것” file 2025.08.18 455 0
161260 기사/뉴스 ‘인기가요’ 전소미, 'CLOSER' 퍼포먼스 소화…여신 아우라로 무대 장악 file 2025.08.18 468 0
161259 기사/뉴스 남규리, 오늘(17일) 신곡 '그래도 좋아해요' 발매…진심 담은 밴드 사운드 도전 file 2025.08.17 652 0
161258 이슈 솔로가수 규빈 인스타그램 업데이트.jpg 1 file 2025.08.16 804 0
161257 기사/뉴스 전소미, 락스타 바이브..힙+시크 'CLOSER' 안무 영상 공개 file 2025.08.16 925 0
161256 기사/뉴스 '5세대 감성루키' 이프아이, 데뷔 첫 페스티벌 성료..차세대 퍼포먼스 퀸 file 2025.08.16 921 1
161255 유머 2억을 모금한 정대협이 위안부 할머니 복지비용으로 쓴돈 file 2025.08.16 926 0
161254 유머 하이닉스 근황 file 2025.08.16 903 0
161253 유머 김태호PD가 '도전'이라는 수식어에서 받는 부담감 file 2025.08.16 896 0
161252 유머 종이빨대가 실제로 위험한 이유 ㄷㄷㄷ file 2025.08.16 923 0
161251 유머 권상우가 한동안 간, 천엽을 안먹은 이유. file 2025.08.16 900 2
161250 유머 김태호PD가 1박2일을 보면서 신기하고 재미있었던 것 file 2025.08.16 956 8
161249 유머 나영석PD의 요즘 가장 큰 고민 file 2025.08.16 919 0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5376 Next
/ 53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