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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병은 현대전의 신이다"라는 전무후무한 격언을 남겼던 이오시프 스탈린.

그러나 이 말은 단순히 본인이 화력덕후임을 커밍아웃하는 말이 아닌, 의외로 스탈린의 현대전에 대한 통찰력을 드러내는 말이기도 하다.

겨울전쟁이 소련군의 피로스의 승리로 끝난 후, 모스크바에서는 사흘 간 공산당 중앙위원회의 주최로 최고 지휘관 회의가 개최되었고, 스탈린은 여기서 '어째서 전쟁이 길어졌는가'에 대해 소련군 장성들을 나름의 시각으로 질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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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실리 추이코프, 겨울전쟁 당시 소련군 제9군 사령관)

 

 

추이코프: (전략) 자동화기 사격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탄약 소모에 대해서는 다들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덱탸료프 기관단총을 직접 쏴봤는 데, 매우 우수한 무기였습니다. 한 발만 명중 시켜도 목표를 제압할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자동사격을 가하면 목표를 맞추는 데 많은 탄환이 소모됩니다.

 

 

스탈린: 핀란드군이 기관단총(수오미 KP/-31)을 쏴대는 것처럼 하면 될 거 아니요? 이보시오. 탄약을 조금만 소모한다면 결국 더 많은 병력을 희생하게 되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병사를 아끼면서 총포탄을 더 많이 쓸 것인지, 아니면 총포탄을 아끼면서 병사를 더 많이 희생시킬 것인지. 어느 게 낫겠습니까?

 

 

추이코프: 정확한 사격으로 목표물을 명중시키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스탈린: 틀렸소, 동지. 그런건 구태의연한 사상입니다. 만약 아군 포병이 특정한 목표물만 타격했다면 우린 아직도 핀란드와 전쟁 중이었을 거요. 우리 포병이 승리한 이유는 하룻 동안 23만 발의 포탄을 갈겨댔기 때문이라오. 몇몇 사람들은 포탄을 많이 썼다고 비난하기도 하지만, 난 이런 자들이야 말로 멍청하기 짝이 없다고 생각하오. 이왕 23만 발 갈긴 김에, 40만 발을 갈기는 건 또 어떻소?

 

만약 포탄 20발 중에서 단 한 발이라도 헛간이던 뭐던 목표를 맞춘다면 그건 괜찮은 일이오. 만약 100발의 포탄을 쏴서 99발이 빗나가고, 단 한 발만 목표를 맞췄다고 하더라도 이건 근사한 일이 아닐 수 없소. 이런 식으로 포탄을 퍼부어서 적의 후방을 타격하고, 적이 방어선을 강화하는 것을 막으며 적의 움직임을 저지할 수 있었던 것이오. 그리고 우리는 핀란드군을 패배시켰소. 당신은 포병 사격에 정신이 나가서 달아난 핀란드군이 얼마나 많은 지 아시오? 핀란드군은 포격으로 충격받은 병사들을 치료하기 위해 특수 시설을 설치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포병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것이오.

 

현대전에서는 총포탄을 아끼는 것은 범죄요. 총포탄을 아끼지 않았다면 인명 희생도 줄고, 전쟁도 다섯 배는 더 빨리 끝낼 수 있었을겁니다.

 

 

추이코프: 제가 스웨덴 의용군을 상대로 1만 발의 포탄을 사용하자, 곧바로 뭘 그렇게 포탄을 많이 쓰냐는 질책을 받았습니다.

 

 

스탈린: 누가 그랬습니까?

 

 

추이코프: 총참모부였습니다.

 

 

스탈린: 멍청하기 짝이 없군. 총참모부는 현대전의 본질을 모르는구만?

 

 

추이코프: 저는 총참모장(보리스 샤포시니코프 원수)으로부터 왜 그렇게 많은 포탄을 사용했냐는 전문을 받았습니다. 제 생각에는 스웨덴 의용군을 상대로 우리가 더 많은 포탄을 써도 됐지 않았을까 합니다.

 

 

스탈린: 4만 발은 쐈어야 했습니다, 동지. 만약 더 많은 포탄을 썼다면 올해 2월에는 승리했을거요.(겨울전쟁은 3월 13일에 끝남) 전쟁을 한 달만이라도 일찍 끝냈다면 얼마나 많은 예산을 아낄 수 있었겠소? 10억 루블은 절약했겠지! 그리고 인명 손실 또한 보다 적었을 거요. 포탄이 별겁니까? 만약 당신이 현대전에 임하는 지휘관이라면 이런 점에 대해서도 감안을 해야하오. 왜냐? 포병이 모든 것을 결정하기 때문이지. 당신은 더 많은 소총수가 필요했다고 말하지만, 그 불쌍한 소총수 동지들이 무슨 반전을 만들어냈겠소? 포병의 지원이 없다면 이들의 죽음은 그저 개죽음이 되었을겁니다.

 

 

추이코프: 스탈린 동지. 제9군 관할구역에서 공병이 포병 진지를 구축하는 데는 못해도 5일이 소요되었습니다.

 

 

스탈린: 10일이 걸려도 상관 없소. 동지의 제9군뿐 아니라 제8군도, 제15군도 마찬가지고. 모든 것은 포병에 달려있소. 포병이 모든 것을 결정한단 말이오!

 

 

추이코프: 공군도 포병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스탈린: 언제나 그렇진 않소. 항공기는 기상 조건에 큰 영향을 받지 않소? 그러니 항공기 지원을 많이 받을 수는 없는 일이오. 하지만 포병은 날씨에 구애받는 게 아니잖소. 당신도 포병을 후방에 남겨둬야 한다는 탁상공론가들을 알고 있을 것이오. 이들은 핀란드를 본받아 사단 전체에 스키를 지급해 보병으로 운용해야한다고도 말했지. 참 허무맹랑하지 않소? 핀란드군은 강력한 요새를 구축하고 있었소. 이들은 중기관총과 37mm 포, 76mm 포를 갖추고 있었고. 야포를 견인하는 게 어렵다고 해서 포병을 후방에 방치해둔 채 스키 사단만으로 적군의 요새를 공격했다면 불쌍한 동지들만 잔뜩 죽어나가고 아무런 성과도 거둘 수 없었을 겁니다. 이 점을 명심하시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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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탈린이 원했던 대로, 소련군은 독소전쟁 당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독일군을 압도한 수준의 포병화력을 운용하였다.

소련군은 공세때나 수세때나 언제나 대규모의 포병을 동원해 탄막을 형성해가며 작전을 진행했고, 소련군 특유의 유려한 기만전과 더해져

전선의 독일군에게 가해진 기습적이고 강렬한 포격은 소련군의 자랑으로 자리잡게 되었고,

반격의 서막이었던 스탈린그라드 전투 당시의 천왕성 작전부터 총공세에 나섰던 바그라티온 작전, 최후의 공세였던 만주 작전까지

대규모 포격은 언제나 소련군을 따라다녔다.

 

그러나 스탈린의 바람과는 달리, 막대한 양의 포탄을 소모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상회하는 인명의 손실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것이 스탈린이 깨닫지 못한 현대전의 본질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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