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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4년 10월 12일부터 6일간 진행된 대만 항공전.

마리아나 제도를 기준으로 상정된 일본의 '절대국방권(絶対国防圏)'이 돌파되어 본토가 위험해졌다고 판단, 일본 군은 제2항공함대를 재편함과 동시에 제762해군항공대(이른 바 T 공격대)를 동원해 미해군을 격멸코자 한 것이 이 전투의 전말이었다. 당시 일본해군은 무려 1,251기의 전투기와 폭격기를 동원하고자 했다.

 

한 편, 미군은 마리아나 제도를 점령한 이후 다음 목표를 필리핀으로 삼았는 데, 대만에 주둔한 항공부대가 대단히 위협적일 것이라 판단, 윌리엄 홀시 제독이 이끄는 제3함대를 동원해 대만의 군사시설에 영구적인 손상을 가할 것을 지시했다. 제3함대 소속의 태스크포스 38은 마크 미처 제독의 지휘 하에 10월 10일엔 오키나와를, 11일에는 필리핀 루손 섬에 공습을 가했다. 미해군의 최종목표가 대만이라는 것을 간파한 일본해군은 제2항공함대를 동원해 미 3함대에 공격을 가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전투는 꽤나... 싱겁게도, 이미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일본해군을 압도하던 미해군의 승리로 돌아갔다. 제3함대의 함재기들은 제2기동함대의 함재기들을 그야말로 압살했고, 이에 T 공격대가 야간, 새벽, 그리고 악천후(특히 태풍이 부는 때)에 미해군에 공격을 가한다는 방침으로 미해군에 직접적인 공습을 가했다. 그러나 이들이 야간공격, 악천후시 공격을 가한다고는 했지만 당시 일본 항공기에 제대로 된 야간 전투능력이 있을리가 만무했기에 T 공격대의 성과는 참담한 수준이었고, 되려 적잖은 피해를 입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도 야간, 새벽에 줄기차게 공격을 가해오는 T 공격대는 비록 큰 타격을 입히진 못했어도 미해군 장병들의 피로를 가중시키는 데는 충분했다. 거기에 중순양함 캔버라가 대파되었고, 항모 프랭클린도 가벼운 손상을 입는 등 미해군의 피해가 아예 전무한 수준은 아니었다. 전열을 재정비해야한다고 판단한 미해군은 조심스럽게 전역에서 물러났다. 당시 일본해군이 입은 피해는 321기의 항공기 격추, 40척의 군함 침몰이었던 데 반해 미해군의 피해는 89기의 항공기 격추, 5척의 군함 손상에 불과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면, 당시 일본해군은 미해군이 먼저 물러나는 것을 보고 "캇타! 이겼다!" 라고 판단을 했던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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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로즈 중 한 사람인 아이바 토구리 다키노)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은 미군의 사기 저하를 위한 영어 방송, 이른 바 '도쿄 로즈'를 운영하고 있었다. 도쿄 로즈는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이었고, 이들은 모두 영어에 능숙했다. 간드러지는 목소리와 선곡 능력으로 인해 미군 장병들 사이에서 도쿄 로즈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다.

 

도쿄 로즈는 미군 장병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파간다를 주로 실시했지만, 때로는 일본군 대본영이 발표한 전과를 알리기도 하였는 데, 대만 항공전이 종료된 이후 자신들이 정말로 대만 항공전을 이겼다고 생각한(...) 대본영은 다음과 같은 전과를 발표했다.

 

"타이완에서 미영귀축의 항공모함 19척, 전함 4척, 순양함 7척, 함종불명 15척을 격침 및 격파!"

 

참고로, 대만 항공전 당시 미해군 3함대, 그 중에서도 태스크포스 38의 전력은 기껏해야 전함 6척, 중순양함 4척, 경순양함 10척, 구축함 58척이었다. 어째서 이런 허무맹랑한 전과를 발표했느냐 하면 그때는 전투에서 생환한 파일럿이나 함장들의 말로써 전과를 확인했는 데, 이 과정에서 파일럿들이 멋대로 자신의 전과를 과장한 탓이었다. 그렇게 종합을 해보니 뭔 놈의 항공모함을 19척이나 격파했고, 이런 허무맹랑한 전과가 나오게 된 것이다.

 

물론 어느 나라건 전과라는 것은 적당히 과장이 될 수 있는 것이기에 이에 대한 판단은 결국 군 수뇌부에서 내리는 것이지만, 대본영은 이미 이성을 상실한 지 오래였고, 병사들이 과장하여 보고한 이 전과들을 철썩같이 믿게 되었다. 아니, 믿고 싶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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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함대 사령관 윌리엄 홀시 제독. '쪽바리들을 죽이고, 더 죽이고, 존나 죽이는 거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당연 도쿄 로즈의 전과 발표는 미해군의 귀에도 흘러들어가게 됬다. 물론 그럴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으나, 미태평양함대의 입장에서는 만에 하나 제3함대가 패배했을 가능성도 계산해야했기 때문에 홀시의 보고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홀시 측에서 무전이 날라왔다.

 

 

"침몰당한 제3함대는 현재 해저에서 무사히 인양되어 적을 향해 급속으로 퇴각중!"

 

 

한 편, 이 허무맹랑한 보고를 철썩같이 믿고 있던 대본영은 미해군이 격멸했다고 판단, 필리핀 루손 섬에 주둔 중이던 12만 명의 일본군 중 3만 명, 그리고 얼마 남지도 않던 보급품의 대부분을 레이테 섬으로 실어나르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미해군이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으니 이들의 수송작전에는 어떠한 방해물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설사 잔존전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대만과 오키나와 등지에 남은 항공부대가 상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저에서 인양된 제3함대는 대규모 수송선단을 놓치지 않고 대부분 태평양 바닷속으로 가라앉혔고, 그 결과로 레이테 섬에는 지원군이 도착하지 못했고, 루손 섬의 방어병력 또한 줄어드는 대참사로 이어지게 되었다.

 

물론, 이러한 전과가 지나치게 뻥튀기 되었음을 대본영 정보부에서는 이미 파악하고 있었으나, 사실 이 시점에서 이 혁혁한 전과에 대해 히로히토 덴노가 큰 포상까지 내린 상황에서 "천황 폐하, 사실 그거 뻥인데숭"이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그들은 입을 다무는 쪽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 대본영과 히로히토가 대만 항공전의 진실을 깨닫게 된 건 무려 3개월 뒤인 1945년 1월 19일에 가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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