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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간기부터 2차세계대전 기간 동안, 자일리톨로 유명한 그 나라- 핀란드는 사실 그럭저럭 기반기술은 갖추고 있었으나, 정작 가장 중요한 생산 설비가 마땅찮아 자체적으로 전차는 물론 기갑차량을 개발, 생산하기에 애로사항이 상당히 꽃피는 나라였다. 지금이야 그 유명한 파트리아 사에서 훌륭한 성능의 차륜장갑차를 생산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건 지금의 일이고, 전간기때만 해도 핀란드군이 갖고 있던 그럴싸한 기갑차량은 기껏해야 1차대전 당시에 생산된 르노 FT-17이 전부였다. 물론 FT-17은 전차개발사에 있어서 절대로 빼놓아선 안될 걸작 중의 걸작이었지만, 이미 십수년도 전에 생산된 노후화된 물건이라는 게 문제였다.

 

그런 상황에서, 소련군의 침공으로 발발한 겨울전쟁은 핀란드의 위기였으나, 핀란드의 기갑부대에게 있어서는 그야말로 기회의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비록 겨울전쟁 자체는 패배했으나 핀란드군은 한계를 뛰어넘는 혈투를 벌였는데 소련군에게 막대한 피해를 강요했고, 비록 카렐리야를 뺏기긴 했다만 그 이오시프 스탈린에게마저 "강한 군대를 갖춘 핀란드에게 경의를 표한다."라는 말까지 들었을 정도였으니 얼마나 이들이 잘 싸웠는가는 계속 말해봐야 입만 아플 것이다.

 

아무튼, 이렇게 핀란드군이 잘 싸웠고, 한편으론 소련군은 존나게 못싸웠으니, 소련군이 버리고 도망친 군수물자들을 많이 노획하게 되었음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이 시기에 핀란드군은 엄청난 수량의 소련군 전차들을 노획할 수 있었는 데, BT-5, BT-7, T-26, T-50, T-38같은 경전차와 T-28같은 중전차들이 대표적이었다. 사실 이 전차들은 슬슬 소련군 내에서도 2선으로 물러날 계획이 있던, 조금 떨어지는 수준의 전차들이긴 했지만 기껏해야 르노 FT-17같은 전차나 갖추고 있던 핀란드군 입장에서는 가뭄의 단비가 따로 없었다.

 

그 중에서도 핀란드군은 BT-7의 탁월한 성능에 주목했다. BT-7은 비록 경전차였기에 본격적인 전차전을 수행하기엔 무리였으나 경쾌한 기동성과 체급 치고는 그럭저럭 쓸만한 장갑 등, 나름대로 소련군이 30년대에 생산한 전차 중 수작 반열에 드는 물건임은 틀림없었다.(물론 이 시기 소련군의 전차들은 참 안타깝기 그지없었지만.) 이후 제2차세계대전에 핀란드군이 독일군의 조공으로 참전하며, 좀더 그럴싸한 화력을 갖춘 기갑전력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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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위에서 언급한대로 전차 생산에 필요한 설비가 마땅찮았던 핀란드는 힘들게 자체적으로 전차를 생산하기보다는 남아도는 BT-7을 개수해서 사용하기로 결정하였다. BT-7은 45mm 전차포(20-K M1934)를 장착하고 있었는 데, 준수하기는 했지만 어디가지나 대전차전을 위한 물건이었고, 사실 핀란드가 독소전쟁에 뛰어들 시점에는 어지간한 소련군 전차에는 기스나 겨우 낼까말까 했을 정도로 화력부족이 체감되는 수준의 구형 전차포였다.

 

그렇기에 때마침 남아돌던, 겨울전쟁 당시 영국에게서 수입해온 구형 QF 4.5인치 곡사포(114mm)를 장착한 보병지원용 겸 제한적인 대전차전을 수행할 수 있는 돌격포인 BT-42가 개발되었다. 아쉽게도, 자체 생산한 물건이 아니었고, 핀란드가 노획한 소수의 BT-7과 소수만 수입해온 4.5인치 곡사포를 합쳐서 만든 물건이다 보니 그 수량은 18대에 불과했으나, 어쨌든 대구경포 특유의 화력만큼은 확실했다.

 

BT-42는 1943년 초부터 일선에 보내지기 시작한 BT-42는 핀란드군과 발을 맞추며 적 차량 약 100대 파괴, 200대 손상이라는 훌륭한 전과를 냈다. 고작 18대가 1년에 걸쳐서 개수되어 전선에 보내진 것을 생각하면 대단히 훌륭한 전과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기껏해야 포탑 장갑이 15mm에 불과했고, 워낙에 오래된데다가 야포를 베이스로 한 주포를 장착했던 탓에 관통력이 부족, 본격적인 대전차전은 수행자체가 불가능했다. 이미 이 물건이 전선에 투입되었을 즘엔 소련군은 T-34-85를 실전배치하기 시작했고, BT-42는 무슨 수를 써도 T-34-85를 격파하는 게 불가능했다.

 

결국 핀란드군은 독일에게서 대전차전을 수행할 수 있는 3호 돌격포를 도입할 수 밖에 없었고(그나마도 44년쯤엔 핀란드가 독일을 손절해버려서 3호 돌격포들을 아예 먹튀해버렸다고 한다.), BT-42는 데뷔한 지 1년 남짓한 해에 바로 창고행이 결정되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냥 평범하고 마이너한 노획전차에 불과한데, 이 물건이 퇴역한 지 60년 이상이 지난 후에, 핀란드랑 1도 관련없는 극동의 섬나라에서 이 물건이 큰 인기를 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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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들이 땅크를 몰고 포성과 탄내 가득한 전차전 대결을 벌인다는 내용을 다룬 애니메이션 <걸즈 앤 판처>(이하 걸판)가 그 원인이었다. 걸판은 당시 일본 서브컬쳐계는 물론, 우리나라나 서양의 서브컬쳐계에서도 전차 붐을 일으킬 정도로 큰 흥행을 기록했는 데, 그 인기에 힘입어 개봉한 극장판에서 바로 이 BT-42가 등장한 것이다. BT-42 전차를 모는 캐릭터들은 2차대전 당시 핀란드를 모티브로 한 '케이조쿠 고교' 소속의 등장인물이었는 데, 전투 중에도 한가롭게 악기를 뽈롱거리는 기묘한 캐릭터성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BT-42의 인기를 주도한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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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나간 곡예주행을 펼치며 무려 M26 퍼싱 세 대를 격파한 장면 덕분이었다. 믈론 애니니까 가능한 장면이긴 했지만 이 장면이 워낙 어처구니 없으면서도 쓸데없이 잘만들어서 엄청난 임팩트를 남겼기 때문에 케이조쿠 고교의 캐릭터들과 더불어 이 BT-42 전차도 큰 인기를 누릴 수 있었다.

 

오죽하면 핀란드에 딱 한 대 남은 BT-42 전차가 박물관 예산 부족으로 방치되어 녹슬어가자, 일본에서 상당한 양의 기부금이 전달되어 이 BT-42를 보존하는 데 보탬이 될 정도 였다고 하니, 여러모로 걸판의 수혜를 톡톡히 입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그외에도 밀리터리 프라모델 업계에서도 BT-42 관련한 제품들을 출시해서 적잖은 인기를 끌기도 했다.

 

결론은 걸판은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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