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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10 15:01
앙 호르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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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당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켄더레시의 대귀족이자 헝가리 귀족의원이었던 호르티 이슈트반의 아들로 태어난 호르티 미클로시는 오스트리아-헝가리의 전도유망한 해군 장교였다. 지중해 제해권을 장악하고 있던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에 비해 사실 오스트리아-헝가리의 해군력은 빈약하기 그지없기는 했으나, 이런 강력한 해군들을 상대로 호르티는 1차 세계대전 당시 정말 극히 드문 이중제국 해군의 승리였던 오트란토 해협 해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일약 제국 해군의 초신성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1척의 장갑순양함(기함 SMS 노바라), 3척의 경순양함, 4척의 구축함과 3척의 잠수함으로 구성된 독일-오스트리아 연합해군은 알프레도 악톤 제독이 이끄는 2척의 경순양함, 10척의 구축함, 1척의 수상기모함, 47척의 무장어선으로 구성된 협상국 함대를 상대로 거둔 대승이었고, 이 과정에서 비록 호르티가 부상을 입기는 했지만 그 능력과 전과를 인정받았고 종전 직전에는 중장으로 진급할 수 있었다.

 

물론 그가 중장이자 제독으로써 함대를 이끈 것은 오트란토 해전이 마지막이었다. 그 이유야 당연히,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1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후 해체되었으며, 그 중 헝가리는 해안선을 모조리 빼앗겨버려 해군이 해체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군 없는 제독이 된 호르티는 실업자가 되었다. 그래도 호르티에게 기회가 찾아왔으니, 1919년 헝가리 공산혁명이 발발한 후, 호르티는 루마니아 왕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서 이를 무너뜨리는 반동 쿠데타에 성공한 것이다. 이듬 해에 헝가리 의회가 직접 호르티를 섭정으로 임명하게 되며 호르티는 실권을 장악하게 된다.

 

보통 섭정이라함은 국왕이 없거나 외국에 나가있을 경우, 국왕을 대신하여 국가를 통치하는 대리인을 의미한다. 호르티가 섭정이 되었다는 것은 헝가리에는 왕이 있어야함이 당연한 데... 놀랍게도 당시 여전히 왕국 체제였던 헝가리에는 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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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2대 황제였던 카를 1세는 한창 1차 세계대전이 진행되던 중 즉위하였으나, 제국의 해체 이후 공화국 전환에 대한 국민적 요구로 인해 퇴위되었고, 이중제국의 상징 중 하나인 헝가리 국왕의 자리도 내려놓았다. 스위스로 망명하여 호시탐탐 복위를 노리던 카를 1세는 헝가리 왕국의 반동 쿠데타가 성공하자 당연히 자신의 왕위를 주장하였다. 이미 공화국 전환에 성공했고 법으로도 '왕족 신분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스부르크 가문은 입국 금지'를 못박아놓은 오스트리아로의 귀환은 불가능했으나, 여전히 왕정체제(겉으로는)였던 헝가리에서는 복귀가 가능했기 때문. 물론 '가능'만 했지 승전국이었던 협상국들은 전범이나 다름없던 합스부르크 가문의 복귀를 반대하고 있었으며, 헝가리의 국민들 또한 합스부르크 통치기로 되돌아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러나 맘만 먹으면 헝가리 의회와 호르티 섭정이 다시금 카를 1세를 추대하는 것은 가능했다.

 

물론 호르티는 굳이 자신이 전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전제군주정을 원했던 합스부르크 가문이 헝가리로 돌아오는 것을 원치 않았기에, '스위스에서 얌전히 계쇼'라고 경고를 보냈으나 카를 1세가 합스부르크 복고파들을 사주해 봉기를 일으킴은 물론 입국까지 시도하자 결국 호르티는 봉기를 무력 진압하고 카를 1세를 체포, 그를 완전히 폐위시키고는 헝가리에서 내쫓았다. 이 과정에서 헝가리 의회의 동의가 있었음은 물론이다. 이제 합스부르크의 헝가리 복귀가 무산되었으니 이제 새 왕이 될 사람을 찾으면 될 일이었는 데, 호르티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냥 자신이 헝가리 왕국의 섭정으로써 계속 나라를 다스리기로 결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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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군 없는 해군 제독''왕 없는 왕국의 섭정'이 된 것이다.

이후 호르티는 위에서 빠르게 힘을 불려나가고 있는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와 손잡고선 열심히 떡고물을 받아먹었다. 호르티의 헝가리가 추축국에 가담하면서 얻은 떡고물은 남슬로바키아, 루테니아, 북트란실바니아, 보이보디나 등 과거 이중제국 당시 헝가리 왕국의 영역의 일부 등이었다. 그러나 받아먹은 게 많은 것 치고 호르티는 2차 세계대전에선 비교적 소극적으로 임했고, 기본적으로 제정 시대의 대귀족 출신이었다보니 '쌍것들이었던' 빨갱이도, 민주세력도, 그리고 심지어 파쇼들도 때려잡으면서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는 데만 힘썼던, 추축국의 방향과는 좀 엇나가 있는 사람이었다. 이탈리아 다음으로 추축국 전열에서 이탈한 게 헝가리기도 했는 데, 일방적으로 소련과 평화조약을 맺으려고 선수를 쳤던 것도 호르티였다. 물론 이 시도는 인간흉기 오토 슈코르체니를 보낸 독일에 의해 진압되었고, 호르티는 독일로 끌려갔다. 호르티가 끌려간 후 헝가리 정권을 장악했던 건 진짜배기 파쇼였던 화살십자당의 살러시 페렌츠였다.

 

아무튼 이렇게 소극적으로 참전했던 호르티는 독일에서 연합군에 의해 겨우 구출되었고, 전범으로 기소되는 일 없이 증인으로써만 뉘른베르크 재판에 참여하는 큰 행운을 누렸다. 당시 적극적이던 소극적이던 전쟁에 가담했던 높으신 분들 대부분이 전범 재판에 끌려갔던 걸 생각하면 정말이지 운이 좋았다고 봐야겠다. 물론 호르티가 끌려간 후 헝가리를 장악한 살러시 페렌츠의 화살십자당이 고작 1년도 안되는 기간 동안 헝가리 내 유대인들을 아주 개작살을 내놓는 막장 행위를 했으니, 후임자들에 비교하면 비교적 온건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겠다.(물론 호르티 집권 시기에도 헝가리 내에서 유대인들을 탄압하고, 점령지역에서 전쟁범죄가 일어나는 등 진짜 온건한 건 아니었지만...)

 

전범 재판 이후에는 헝가리가 공산화되면서 결국 호르티는 추방당했고, 호르티에게 북트란실바니아를 선뜻 줬다가 의회한테 개쳐맞고 먼저 쫓겨나있던(북트란실바니아는 물론 소련에게는 베사라비아, 불가리아에게는 북도브루자를 넘겨줘버리는 실정으로 엄청난 지탄을 받았다.) 루마니아의 전 국왕 카롤 2세와 함께 포르투갈 리스본 근처의 휴양도시인 이스토릴에서 만년을 보낸 호르티는 1957년 다시는 헝가리 땅을 밟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철저한 반공주의자였던 호르티는 헝가리가 탈공산화 하기 전까지는 자신의 유해를 헝가리로 옮기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고, 헝가리 민주화가 이뤄진 1993년에야 켄더레시에 이장될 수 있었다.

 

호르티와 비슷하게 '왕 없는 왕국의 섭정' 노릇을 한 것은 스페인의 프란시스코 프랑코가 있었는 데, 새 왕을 들일 생각 자체를 하질 않던 호르티와는 달리 프랑코는 자신의 정치적 후계자를 보르본왕조의, 이전 스페인 국왕이었던 알폰소 13세의 손자이자 스페인의 왕위주장자였던 바르셀로나 백작 후안 3세의 아들이었던 후안 카를로스 1세로 점찍고 열심히 가르쳤다. 프랑코의 기대와는 달리 후안 카를로스 1세는 프랑코가 죽자마자 프랑코 파벌을 몰아내고 스페인의 민주화를 이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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