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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10월 20일 오후 3시 30분경,소련 쿠이비셰프(현재의 사마라) 쿠로무쉬 국제공항 상공.

94명이 탄 TU-134A 한대가 착륙을 준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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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항공기의 정체는 바로 아에로플로트 6502편으로,스베르들롭스크(현재의 예카테린부르크) 콜트소보 국제공항에서 출발해 쿠이비셰프 쿠로무쉬 국제공항을 경유하여 그로즈니 공항까지 가는 항공편이었다.

이날 6502편의 기장은 알렉산드르 쿨리예프,부기장은 겐나디 지르노프,항공기관사는 C.k.카흐마자토프,항법사는 이반 모코노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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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33분에 스베르들롭스크에서 이륙한 6502편은 약 1시간 정도의 비행 끝에 중간 경유지인 쿠이비셰프 쿠로무쉬 국제공항 근처까지 올수 있었고,이제 착륙허가를 받고 착륙만 하면 되었다.

얼마간의 기다림 후 6502편은 관제탑으로부터 착륙허가를 받을수 있었고,곧바로 6502편 조종사들은 쿠로무쉬 국제공항을 향해 접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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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뭔가 이상했다.

6502편의 착륙궤적이 이상하게도 평상시보다 더 빠르고 가팔랐던 것이다.

활주로에 접근할수록 6502편의 착륙속도와 각도는 평상시의 수준보다 훨씬 높아지고 있었고,이대로 착륙한다면 대형사고가 날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당황한 쿠로무쉬 관제탑은 6502편에게 이 사실을 지적하고 일단은 잠시 착륙을 중단한 후에 6502편의 자세를 수정할 것을 요구했지만 6502편 조종사들은 요지부동이었고,결국 관제탑은 발을 동동거리며 6502편의 착륙이 무사하기만을 빌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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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제탑의 속타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6502편은 오후 3시 50분에 쿠로무쉬 공항의 활주로에 그대로 위험한 수준의 속도와 각도를 유지하며 약 280km/h의 속도로 접지했다.

 

그리고 그 순간,6502편의 너무 빠른 속도로 인한 충격을 견디지 못한 랜딩기어 세개가 전부 박살나며 6502편에서 뽑혀져나갔고,6502편은 그대로 중심을 잃고 전복되었다.

그러나 전복이 된 상황이었음에도 6502편은 멈추지 않았다.

아니,멈추지 못했다. 착륙할때의 속도가 너무 빨랐던 것이다.

6502편은 그대로 활주로를 오버런하며 왼쪽으로 이탈해 528미터를 끌려나가다가 오른날개가 떨어져나가고 동체가 두조각으로 쪼개진 후에야 간신히 멈출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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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02편 사고를 목격한 쿠로무쉬 관제탑이 급히 공항소방대를 호출해준 덕에 구조대는 빠르게 사고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활주로와 충돌하는 과정에서 6502편의 연료탱크가 폭발해버리는 바람에 구조대가 도착한 시점의 사고현장엔 심각한 수준의 화재가 발생한 상태였고,이는 구조작업의 효율을 심각한 수준까지 떨어뜨렸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고군분투한 구조대는 어찌어찌 31~35명의 생존자를 구조해내는데 성공했고(다만 7~11명이 치료중 사망하면서 최종 생존자는 24명이 된다.) 6502편에 탑승하고 있었던 어린이 14명은 모두 목숨을 건질수 있었다.

구조대의 헌신적 구조가 전원사망이 이상하지 않은 사고에서 생존자들을 지켜내는데 성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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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02편이 추락했단 비극적 소식에 소련 전역이 들썩였고,안그래도 낮았던 소련인들의 소련 항공계에 대한 신뢰도는 더욱 내려갔다.

소련 정부는 급히 특별위원회를 꾸려 사고원인을 파악하게 했고,특별위원회는 급히 블랙박스를 회수하고 쿨리예프 기장 등의 생존자들과 접촉하며 6502편이 왜 추락했는지 조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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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후 생존자들의 증언과 관제탑의 증언,레이더에 잡힌 6502편의 착륙궤적등을 파악한 조사단은 6502편이 비정상적으로 빠른 속도와 가파른 각도로 착륙해서 결국 충격을 이기지 못한 랜딩기어들이 떨어져나가는 바람에 중심을 잃고 전복된 것이라고 결론을 내릴수 있었다.

 

그렇다면,6502편은 도대체 왜 그렇게 빠르고 가파르게 착륙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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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단은 그 이유를 확인하고는(블랙박스의 조종실 음성녹음기록을 조사함)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사고원인이 너무 황당했기 때문이었다.

 

사고원인은 바로 '기장의 내기'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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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2분전인 오후 3시 48분에 6502편이 쿠로무쉬 공항 근처에서 착륙을 준비하고 있을때,쿨리예프 기장은 한가지 내기를 떠올렸다.

그 내기의 내용은 이러했다. '과연 쿨리예프 기장이 모든 시각적 요소를 차단하고 계기들만으로 착륙을 시도할 수 있을까?'

한마디로 기장이 창문을 보지 않고 계기판만을 보며 착륙할 수 있을지 내기하자는 거였다.

 

당연히 이 내기는 당시 소련 항공법을 위반하는 위험천만한 병신짓이었지만 이미 이륙 이전부터 부기장과 이 주제 관련으로 대화를 한적이 있었던 기장은 결국 자신들의 내기를 위해 탑승객 94명의 목숨을 저당잡아버리고 말았다.

내기를 하기로 결정하고,항공기관사에게 블라인드 커튼으로 6502편의 창문을 막아달라고 요청해버렸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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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미친짓을 막야아 할 항공기관사는 한심하게도 기장의 요구대로 6502편 조종실의 모든 창문을 커튼으로 가려버리고 말았고,6502편 기장은 그대로 계기들만을 보며 쿠로무쉬 공항의 NDB(무지향성 표지,대충 네비게이션 역할정도로만 알면 된다)에 의존한 착륙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물론 기장이 실력있는 조종사였다면 그래도 어찌저찌 착륙은 할수 있었겠지만,쿨리예프 기장은 그리 실력있는 조종사가 아니었다.

 

쿨리예프 기장은 6502편의 속도와 고도 계산을 실수했고,결국 정상시보다 더 빠르고 가파르게 6502편을 하강시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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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6502편의 비정상적인 하강에 6502편이 지상으로부터 약 65M정도 높이에 있을때 GPWS(지상접근경보장치)가 울리기 시작했고,관제탑 역시 6502편의 비정상적인 접근을 알아차리고는 6502편에게 경고해주었다.

만약 이때 기장이 정상적으로 판단해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착륙을 중지한후 다시 복행했다면 6502편은 그래도 추락은 막을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기에 너무 열중한 기장은 GPWS 경고와 관제탑의 불안섞인 교신을 무시해버렸고,부기장과 항공기관사,항법사 역시 경고를 듣고도 기장을 말리지 않았다.

정상적인 조종사들이라면 지금이 심각한 상황인 것을 알아차려야 하는데,6502편 조종사들은 경고들을 깡그리 무시한 채 내기에만 몰두해 6502편을 죽음으로 몰고간 것이었다.

 

그렇게 6502편은 추락을 모면할 마지막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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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추락 1초 전에야 6502편 조종사들은 자신들이 너무 빠르고 가파르게 착륙을 하고 있었단것을 깨달았고(활주로 접지를 위해 조종실 창문의 커튼을 다시 치웠기 때문에 깨달을 수 있었음) 곧바로 복행을 시도했으나 이미 늦어버린 상황이었다.

6502편은 그대로 활주로와 충돌했고,그대로 전복된후 불타면서 활주로를 이탈해버렸다.

 

...그리고 이것들이 바로 음성기록장치 기록으로 확인된 사고직전의 6502편의 조종실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위원회는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쿨리예프 기장은 이상한 내기를 걸어 추락의 원인을 제공한데다가 조종미숙으로 계기착륙을 말아먹어서 6502편 추락을 거의 주도했고 조종실에 있던 다른 조종사들 역시 기장의 병신짓을 막지 못할망정 이 병신짓을 부추기고 묵인했다.

오로지 조종사 4명의 한심한 행동때문에 94명이 탄 항공기 한대가 추락해버렸던 것이다.

러시아 역사상,아니 인류 역사상 가장 황당한 항공사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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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권 특유의 폐쇄적인 정책으로 인해 6502편의 최종보고서는 공개되지 않았고,그래서 특별위원회가 과연 무슨 권고사항들을 발표했는지는 발표되지 않았다.

다만 사고후 아에로플로트에서 대규모 인사조치와 조종사 교육 개선이 벌어진것을 보아(러시아 커뮤니티발 정보,신빙성 문제가 있음) 소련 항공당국이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차리고 대규모 조종사 역량 개선조치에 나섰던것은 확실해보인다.

 

이상한 내기를 걸어서 사고를 불러일으킨 쿨리예프 기장은 결국 항공법 위반으로 기소되었고,15년형을 선고받았으나 6년후에 가석방되었다.

6502편의 부기장은 추락후 헌신적으로 생존자들을 구조하다가 유독성 물질 흡입과 심장마비로 사망했기 때문에 이것이 참작되어 별 비난은 받지 않았고,항공기관사와 항법사는 비난을 받긴 했어도 사고의 주원인이 아니라는 것이 참작되어 생존했음에도 기장처럼 형사재판은 받지 않았다.

 

사고후 아에로플로트는 소련인들에게 '무사히 착륙하면 박수를 치며 기뻐해야 하는 항공사'라는 비야냥을 사며 막장 항공사로 낙인찍혔지만,이후 뼈를 깎는 노력으로 사내 조종사들의 역량을 대폭 강화시켰고 결국 안전성을 크게 개선시키며 2000년대 이후로는 오명을 벗을 수 있었다.

 

 

6502편 사고 희생자 70명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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