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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청각장애인이야.
태어날 때부터 그런 건 아닌데 점점 청력이 안좋아지더니
이제 보청기를 안 끼면 아무것도 안 들려. ㅋㅋ
성격이라도 좋으면 그닥 힘들지 않을텐데 귀가 이래서 그런건지는 몰라도
사람들도 피하게 되더라고. 뭐, 오덕이라면 오덕이지 ㅋㅋ
친한 친구들은 몇 있는데 걔들이랑도 바빠서 잘 안 만나게 되고,
맨날 엄마가 나 붙잡고 우는 것도 지겨워서 그냥 혼자 살거든.
귀 빼곤 멀쩡해. 28이고; 졸업은 했는데 걍 백수.
받아주는데가 없더라.
암튼 어렸을 때 열을 심하게 앓고 나서부터 서서히 이렇게 되더라고.
암튼 그래도 보청기 끼면 어느 정도는 들려.
다행이지.
근데 한 감각이 무뎌지면서 다른 감각이 예민해지는 건지, 뭔지 자꾸 이상한 일을 겪게 되더라.
특히 난 귀로 들리더라고. 약간 아스라하게.??
오늘 할 얘기는 두 달전에 겪은 얘기야.
아직도 소름이 끼치지만 한 번 해볼게.
그러다 우연히 (하루종일 하는 게 컴터밖에 더 있겠냐)
친구들이랑 다 같이 화상랜덤채팅을 했는데 아 이거 ㅋㅋ 괜찮은거야 재밌고.ㅋ
그 때를 시작으로 집에서 혼자 할 짓 없고 하면 한 두 번씩 접속했어.
나같은 경우엔 밖에서보다 사람 대할 때 위축되는 그런 것도 없고 하니까
이거 은근 자주 들어가게 되더라고ㅋ
어차피 뭐 밖에서 만난다 이런 생각은 애초에 없었으니까.
근데 어떤 여자애랑 자꾸 마주치게 되더라고.
사람도 많은데 자꾸 만나니까 인연인가 싶었지.
(사실은 인연 드립치고 꼬시려고 했던 의도가 더 크지만)
얼굴도 이쁘장한게 오빠오빠하면 마냥 좋더라고.
(여름쯤이었는데 더 좋았던건 걔가 가끔 끈나시를 입고 로그인할때가 있어....... 이하 생략. ㅋㅋ)
근데 얘가 자꾸 야시시해지는거야.
가끔은 신난다고 노래 틀어놓고 춤도 추고...
솔직히 난 좋았지.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더 쎈 것도 요구해 올 때도 있었어.
그냥 난 좋으니까 해달라는 대로 해줬지.
근데 내가 키우는 고양이가 화면에 걔만 나타나면 자꾸 꼬리 세우고 빳빳하게 노려보더라고.
고양이가 그러니까 괜히 섬찟섬찟하더라.
얘한테 뭐가 있나 싶기도 했지.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정신차렸다면 괜찮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하루는 자기가 꼭 해보고싶은 게 있는데 엄마한테 들키면 안 되니까
새벽 세 시쯤에 만나자고 하더라고. 뭐 그러자고 했지.
평소처럼 얘기하고 있는데 오늘은 꼭 스피커를 켜라는 거야.
난 집에 들어가면 보청기를 빼거든.
그래서 귀찮다고 했더니 표정이 무섭게 변하더라고.
노출증처럼 자기 신x소리;; 를 나한테 들려주고 싶은 건가 했어.
어차피 뭐 대충 넘기면 되니까 보청기도 다시 안 꼈고.
근데 자기도 나도 다 벗고 하자는거야. 영상으로.
근데 느낌이라는게.. 섬뜩하기도 하고
평소랑 달라서 이상하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해서 싫다고 했어.
그랬더니 걔 눈에 흰자만 보이기 시작하는거야
레알 식겁했어. 그리고 눈이 돌아가더라고. ㅆㅂ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그리고 무당들이 신 내렸을 때 갑자기 변하는 목소리 알아?
걔가 그 목소리로 빨리 하라고 소리를 지르는거야.
처음에는 완전 쫄아서 얘가 미쳤나 싶었는데 내가 보청기를 안 꼈다는 걸 알아차린 순간 소름이 쫙 끼치더라.
스피커 집어던지고 쌩 난리를 쳤지.
근데 계속 들리는거야.
보청기 꼈을 때보다 더 선명하게.
빨리 하라고, 왜 안 하냐고. 그 때 느꼈지.
아 뭔가 있구나 싶었지. 내가 앞에서 얘기했잖아.
귀가 이렇게 된 이후로 그런 쪽에 예민해졌다고.
진짜 레알 소름끼치더라.
걔는 계속 웃고 있고 그 걸걸한 목소리는 계속 들리고.
진짜 소름돋고 죽을 것 같아서 아예 컴퓨터 선을 뽑았어.
그 때부터 문자가 오더라고.
왜 안 들어오냐고. 자기가 잘못했다고.
계속 씹으니까 혼자 화를 냈다가 사랑한다고 했다가
미안하다고 빌었다가 레알 미친 것 같이 행동하더라.
무슨 다중이도 아니고;; 아오;;
그래도 계속 씹으니까 전화가 오는거야.
한 번 받아봤더니 빨리 다시 들어오라고 아니면
평생 너 쫓아다니면서 괴롭힐 거라고.
이 전화 받고 나서 컴퓨터만 봐도 오싹한거야.
그리고 얘가 우리집으로 찾아오지는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들고;;
친구네서 한 이틀 살고 친구랑 같이 돌아오니까 대충 상황이 정리되더라.
그 여자애로부터 연락도 안 오고.
그냥 똥 밟았다고 생각하기로 했지.
근데 얼마 후에 점 보러 가는데 같이 가달라고 부탁한 친구가 있어서 별 생각없이 따라갔어.
근데 그 무당이 들어가자마자 나한테 소리를 지르는거야.
"ㅅㅂ 사내놈이 어디서 그런 음기를 묻히고 다니냐"
고 기분 나빠서 나가려고 하는데 나한테
"꼭 안 듣고가면 후회한다"
길래 앉았지.
혹시 요새 여자랑 관련된 이상한 일 있지 않았냐고 묻길래
설마.. 하면서 그 얘길 꺼냈어.
결말부터 말하면 나 죽을 뻔; 한거더라.;;
왜 장군 모시는 무당도 있고 동자신 모시는 무당도 있잖아.
그 귀신들이 무당들 몸에 붙어있는 건 다 한 때문이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내림굿 받을 때 정말 죽어도 받기 싫은 사람들한테는
좀 위험하지만 그 귀신 한을 풀게 해줘서 내보낸다고.
근데 이게 왠만한 영력으로는 자칫 해주는 무당이나 받는 사람이나 위험할 수 있어서 잘 안 해준대.
근데 붙는 귀신이 영급이 낮은 처녀 귀신일 경우에는 좀 다르다고 하더라.
그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좀 쉽다고, 그냥 일반 남자랑 영적으로 하게; 한다고 그러더라고.
진짜로 하면 절대 안 되고.
그러면 그 신내림을 받아야 하는 사람의 몸이 극심하게 상하고 절대 안 나간다고.
어쨌든 그렇게 일반 남자랑 영적으로 하게 하면
그 귀신이 점점 그 남자에게로 옮겨간대.
그러면서 신내림에서 벗어나게 되는거지.
대신 그 남자는 1년 안에 앓다가 죽거나 대신 신내림을 받게 된다고 하더라.
하루종일 귀접을 하는 상태로 가서 혼수상태로 가는 경우도 허다하고.
그 여자애가 그걸 하려고 한 것 같다고 하더라고.
보청기 안 꼈는데도 소리 들린 것도 그 때문일거라고 하시고.
가끔 채팅할 때 연기같은게 보여서 담배 피는거 아니냐고 장난쳤던게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무당들이 피우는 향 같기도 하고…..
고양이가 몸 세웠던 것도 그렇고.
어쨌거나 그때 이후로 랜챗은커녕 컴퓨터도 잘 안 만져서
걔가 아직도 거기 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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