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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중화장실을 가지 않는다.
몇 년 전 여름이었다.
지방에 사는 나는, 친구를 보러 서울에 놀러갔었다.
친구를 만나러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던 도중 미초도록 배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이건 도저히 못 참겠다 싶어 화장실을 가기 위해 아무 역에서나 내렸다.
지하철역 내에 있는 공중화장실에 들어가, 잡히는 대로 좌변기 칸을 열고 들어갔다.
한바탕 정신없이 일을 본 후 숨을 고르며 정신을 챙겨보니, 내가 들어간 화장실은 시설이 매우 낡은 곳이었다.
그때, 밖에서 소둣몰을 쓰던 사람이 물을 잠그고 밖으로 걸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새로 들어오는 사람이 없는지 화장실에 정적이 찾아왔다.
그때였다.
옆 칸에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벽면을 만지작거리는 소리.
그리고 무엇인가 억누르고 있는 듯한 느낌의 심호흡 소리.
“스읍…… 후……”
나는 당황했지만, 그저 볼 일을 위해 힘주는 소리겠거니 하며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심호흡이 끝난 옆 칸의 남자는 매우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저기요.”
‘뭐지? 휴지가 없나?’
“혹시 사람 죽여 봤어요?”
‘……?’
“사람 피냄새가…… 생각보다 코를 찔러요……”
컨셉으로 장난치든 또라이든 아니든, 이 놈은 정상은 아니구나 싶었다.
괜히 부딪히지 않으려고 서둘러 화장실을 나갈 채비를 했다.
그러자 이번엔 대놓고 옆칸에서 내게 노크를 했다.
똑.똑.똑.
그리고 내쪽 멱면에 얼굴을 붙였는지, 전보다 훨씬 가까워진 목소리가 흥분된 상태로 말을 하였다.
“그 냄새가…… 나를 너무 미치게 만들어.”
온 몸에 소름이 끼치며 서둘러 좌변기 칸을 박차고 나갔다.
마침 화장실에 젊은 남자 두 명이 들어오고 있었고, 이곳에 나 말고도 누군가 있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웠다.
다른 사람도 있겠다, 서둘러 손만 씻고 나가야지 라고 생각했다.
손을 씻으며 대체 어떤 놈인가 하는 생각에 곁눈질로 거울을 통해 좌변기칸을 훑었다.
이상했다.
A가 있던 좌변기 칸의 문이 잠금상태가 아니라 열려있었기 때문이다.
열린 문틈을 보며 이상함을 느끼던 중, 서서히 문이 닫히기 시작했다.
끼이이익-
그 장면을 보자마자 그 길로 나튼 화장실에서 나왔다.
소름이 끼치는 상황 속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긴장한 탓에 온 몸에 식은땀이 흘렀고, 노선도도 확인하지 않은채 아무 지하철에 올라타 그곳을 벗어났다.
그 남자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지금 돌이켜보면 중2병스러운 대사로 장난치는 변태또라이였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정적속에서 내게 말을 걸어오던 그 목소리를 아직 잊지 못 한다.
차분함과 흥분감이 공존하던 그 목소리는 과연 연기였을까.
그 날 이후로 나는 공중화장실을 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