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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편지는 이응태(李應台, 1556~1586)의 아내가 31세의 나이로 요절한 남편을 그리워하며 작성한 언간임.

 

1998년 이응태의 무덤에서 발굴된 것으로, 조선 전기 당시의 사회상을 파악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가 됨.

 

남편을 '자내'라 칭하거나 '~소', '~뇌' 등의 어투를 쓴 것을 통해 이응태 부부가 동등한 관계를 맺었음이 드러나며,

 

임진왜란 이후와 달리 아직 가부장적인 종법(宗法) 질서가 확립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음.

 

또한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 완전히 한글로만 적혀 있어, 중세 한국어 말기의 언어학적 특징을 연구하는 데도 도움을 주는 자료임.

 

 

 

편지의 원문과 현대어역은 다음과 같음.

 

 

 

자내 샹해 날ᄃᆞ려 닐오ᄃᆡ 둘히 머리 셰도록 사다가 ᄒᆞᆷᄭᅴ 죽쟈 ᄒᆞ시더니

 

자네가 늘 나더러 이르되 둘이 머리가 세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시더니,

 

 

 

엇디ᄒᆞ야 나ᄅᆞᆯ 두고 자내 몬져 가시ᄂᆞᆫ

 

어찌하여 나를 두고 자네 먼저 가시는가?

 

 

 

날ᄒᆞ고 ᄌᆞ식ᄒᆞ며 뉘 긔걸ᄒᆞ야 엇디ᄒᆞ야 살라 ᄒᆞ야 다 더디고 자내 몬져 가시ᄂᆞᆫ고

 

나하고 자식은 누구의 말을 듣고 어찌하여 살라 하여, 다 던지고 자네 먼저 가시는가?

 

 

 

자내 날 향ᄒᆡ ᄆᆞᄋᆞ믈 엇디 가지며 나ᄂᆞᆫ 자내 향ᄒᆡ ᄆᆞᄋᆞ믈 엇디 가지던고

 

자네는 날 향해 마음을 어찌 가졌으며, 나는 자네를 향해 마음을 어찌 가졌던가?

 

 

 

ᄆᆡ양 자내ᄃᆞ려 내 닐오ᄃᆡ ᄒᆞᆫᄃᆡ 누어셔

 

매번 함께 누워서 자네더러 내가 이르되,

 

이보소 ᄂᆞᆷ도 우리ᄀᆞ티 서ᄅᆞ 에엿ᄲᅵ 녀겨 ᄉᆞ랑ᄒᆞ리 ᄂᆞᆷ도 우리 ᄀᆞᄐᆞᆫ가

 

이보소, 남들도 우리같이 서로 어여삐 여겨 사랑할까? 남들도 우리 같은가?

 

 

 

ᄒᆞ야 자내ᄃᆞ려 니ᄅᆞ더니 엇디 그런 이ᄅᆞᆯ ᄉᆡᆼ각디 아녀 나ᄅᆞᆯ ᄇᆞ리고 몬져 가시ᄂᆞᆫ고

 

하여 자네더러 이르더니, 어찌 그런 일을 생각지 아니하여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가?

 

 

 

자내 여ᄒᆡ고 아ᄆᆞ려 내 살 셰 업ᄉᆞ니 수이 자내 ᄒᆞᆫᄃᆡ 가고져 ᄒᆞ니 날 ᄃᆞ려가소

 

자네를 여의고는 아무리 해도 내 살 수 없으니, 얼른 자네와 함께 가고자 하니 날 데려가소.

 

 

 

자내 향ᄒᆡ ᄆᆞᄋᆞ믈 ᄎᆞᄉᆡᆼ 니ᄌᆞᆯ 줄리 업ᄉᆞ니 아ᄆᆞ려 셜운 ᄠᅳ디 ᄀᆞ이 업ᄉᆞ니

 

자네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줄이 없으니, 아무리 해도 서러운 뜻이 끝이 없으니,

 

 

 

이 내 안ᄒᆞᆯ 어ᄃᆡ다가 두고 ᄌᆞ식 ᄃᆞ리고 자내ᄅᆞᆯ 그려 살려뇨 ᄒᆞ노이다

 

이 내 마음을 어디다가 두고 자식 데리고 자네를 그리워하며 살까 하노이다.

 

 

 

이 내 유무 보시고 내 ᄭᅮ메 ᄌᆞ셰 와 니ᄅᆞ소

 

이 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일러 주소.

 

 

 

내 ᄭᅮ메 이 보신 말 ᄌᆞ셰 듣고져 ᄒᆞ야 이리 서 년뇌 ᄌᆞ셰 보시고 날ᄃᆞ려 니ᄅᆞ소

 

내 꿈에서 이 보신 말 자세히 듣고자 하여 이리 써넣네. 자세히 보시고 나더러 일러 주소.

 

 

 

자내 내 ᄇᆡᆫ ᄌᆞ식 나거든 보고 사롤 일ᄒᆞ고 그리 가시ᄃᆡ ᄇᆡᆫ ᄌᆞ식 나거든 누ᄅᆞᆯ 아바 ᄒᆞ라 ᄒᆞ시ᄂᆞᆫ고

 

자네는 내가 밴 자식이 나거든 보고 사뢸 일 있다 하고 그리 가시되, 밴 자식 낳거든 누구를 아빠라 하라 하시는가.

 

 

 

아ᄆᆞ려 ᄒᆞᆫᄃᆞᆯ 내 안 ᄀᆞᄐᆞᆯ가 이런 텬디 ᄌᆞ온ᄒᆞᆫ 이리 하ᄂᆞᆯ 아래 ᄯᅩ 이실가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을까. 이런 천지에 아득한 일이 하늘 아래 또 있을까.

 

 

 

자내ᄂᆞᆫ ᄒᆞᆫ갓 그리 가 겨실 ᄲᅮ거니와 아ᄆᆞ려 ᄒᆞᆫᄃᆞᆯ 내 안ᄀᆞ티 셜울가

 

자네는 한갓 그곳에 가 계실 뿐이거니와,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이 서러울까.

 

그지그지 ᄀᆞ이 업서 다 몯 서 대강만 뎍뇌

 

끝이 끝이 그지없어 다 몯 쓰고 대강만 적네.

 

 

 

이 유무 ᄌᆞ셰 보시고 내 ᄭᅮ메 ᄌᆞ셰 와 뵈고 ᄌᆞ셰 니르소

 

이 편지를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 자세히 보여주고 자세히 일러 주소.

 

 

 

나ᄂᆞᆫ ᄭᅮ믈 자내 보려 믿고 인뇌이다 몰ᄅᆡ 뵈쇼셔

 

나는 꿈에 자네를 보리라 믿고 있노이다. 몰래 보여주소서.

 

 

 

하 그지그지 업서 이만 뎍뇌이다

 

하도 끝이 끝이 없어 이만 적노이다.

 

 

 

병슐 뉴월 초ᄒᆞᄅᆞᆫ날 지븨셔

 

병술년(1586년) 6월 초하룻날 집에서

 

 

 

워늬 아바님ᄭᅴ 샹ᄇᆡᆨ

 

원이 아버님께 올림

 

 

 

참고로 이 편지 이외에도 15~16세기에 작성된 신창 맹씨묘 언간과 순천 김씨묘 언간 등이 출토된 바 있는데,

 

이를 통해 이미 조선 전기부터 사대부 계층 사이에서 한글이 보급되어 널리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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