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3033 추천 수 0 댓글 0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image (20).png.jpg

image (19).png.jpg

 

조선 전기의 인물 나신걸(羅臣傑, 1461~1524)이 1490년경 아내 신창 맹씨에게 보낸 간찰이다. 10년 전 대전광역시 유성구에 위치한 안정 나씨 종중 묘역을 이장하던 중 발굴되었다고 한다. 당시 나신걸은 대전(당시에는 회덕) 지역과는 상당히 멀리 떨어진 함경도 경성(鏡城) 지역에 군관으로 근무하게 되었는데, 그래서인지 편지 내용을 보면 고향에 남겨진 아내와 가족들을 챙겨주지 못해 애통한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한 번 그 일부를 살펴보도록 하자.

 

(원문) 안부 그지업시 수업시 ᄒᆞ뇌. 지븨 가 어마님미라 아기라 다 반가이 보고 가고져 ᄒᆞ다가, 쟈ᇰᄉᆔ 혼자 가시며 날 몯 가게 ᄒᆞ시니 몯 가 ᄃᆞᆫ녀가뇌. 이런 민마ᇰᄒᆞ고 셜온 이리 어ᄃᆡ 이실고.

(해석) 안부를 그지없이 수없이 하네. 집에 가서 어머님이랑 아기랑 다 반가이 보고 가고자 하다가, 장수가 혼자 가시며 날 못 가게 하시니 다녀가지 못하네. 이런 민망하고 서러운 일이 어디 있을꼬.

 

(원문) 군과ᄂᆞᆯ ᄌᆞ마ᇰᄒᆞᆫ 휘면 내 ᄆᆞᄋᆞ모로 마디 몯ᄒᆞᄂᆞᆫ 거실쇠. 가디 말라 ᄒᆞᄂᆞᆫ 거ᄉᆞᆯ 긋드리 가면 벼ᇰ조의셔 회덕 골로 ᄒᆡᆼ이ᄒᆞ여 자바다가 귀햐ᇰ 보낼라 ᄒᆞ니, 이런 민망ᄒᆞᆫ 이리 어ᄃᆡ 이실고. 아니 가려 ᄒᆞ다가 몯ᄒᆞ여 영안도로 경셩 군관 ᄒᆞ여 가뇌.

(해석) 군관에 자원한 후면 내 마음대로 그만두지 못하는 것일세. 가지 말라 하는 것을 구태여 가면 병조에서 회덕골로 사람을 보내 잡아다가 귀양을 보내려고 하니, 이런 민망한 일이 어디 있을꼬. 가지 않으려 하다가 마지못해 영안도로 경성 군관이 되어 가네.

 

도입부에서부터 가족을 만나지 못하게 되어 서럽고 안타까워하는 심정이 절절하게 느껴진다. 나신걸의 상관으로 추정되는 장수가 나신걸은 못 가게 해놓고 정작 자신은 혼자 집에 갔다는 묘사로 미루어 보아, 당대에도 군대 부조리는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여기서 함경도를 '영안도'라고 부르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실제로 함경도는 1470년부터 1498년까지 영안도로 불리다가 다시 이전의 명칭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이는 편지의 추정 작성 연대와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진다.

 

편지의 중간 부분에는 무명 겹철릭과 홑철릭을 보내달라는 부탁과 함께 농사, 세금 및 부역 등의 집안일과 관련된 당부가 담겨져 있다. 절대로 아내 혼자 농사를 짓지 말고 소작에게 주라고 당부하는 등, 아내가 모든 일을 혼자 처리하게 될까 걱정되었던 것인지 또한 이 대목은 당시 충청도 지방의 사회상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기도 하다.

 

(원문) 분ᄒᆞ고 바ᄅᆞᆯ 여ᄉᆞᆺ 사 보내뇌. 지븨 가 몯 ᄃᆞᆫ녀가니 이런 민망ᄒᆞᆫ 이리 어ᄃᆡ 이실고. 울오 가뇌. 어마님 아기 뫼ᄋᆞᆸ고 다 됴히 겨소. ᄂᆡ년 ᄀᆞᄋᆞᆯᄒᆡ 나오고져 ᄒᆞ뇌.

(해석) 분(粉)하고 바늘 여섯을 사서 보내네. 집에 못 다녀가니 이런 민망한 일이 어디 있을꼬. 울고 가네. 어머니와 아기 모시고 다 잘 계시소. 내년 가을에 나오고자 하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덕질 공통 이용규칙 및 안내 (업데이트중+ 2024-04-13) 😀컴덕824 2024.04.14 5295
공지 1000P를 모으면 다이소 상품권 1000원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file Private 2024.02.14 5276
12522 ?? : 아오 또 이지랄 해놨네 file 😀익명380 2023.05.31 387
12521 ??: 남편이 같은 수술방 간호사랑 섹파였어 file 😀익명050 2024.01.18 957
12520 ??: 너네도 가서 항복해라 익명 2022.02.27 12
12519 ??: 우리는 당신의 모든 개인정보를 가져갈 것이다 file 😀익명608 2023.07.04 134
12518 ??: 임진왜란은 보면 볼수록 어메이징한게 file 😀익명268 2023.11.06 275
12517 ??:일본인은 만주침공을 안다 file 익명 2022.02.27 15
12516 ??? : 니들 전쟁하려고 아파트 지어봤냐? file 😀익명196 2023.06.03 442
12515 ??? : 뭐? 17세 미성년자도 병역을 준비하라는 통보를 받는 나라가 있다고? file 😀익명416 2024.02.19 272
12514 ??? : 숙청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file 😀익명107 2023.06.25 116
12513 ??? : 신라는 외세를 끌어들인 매국노다. 😀익명114 2023.08.12 300
12512 ??? : 옛날 엠블럼은 부끄러워서 못쓴다고 file 익명 2021.09.08 17
12511 ??? : 이 무기는 제국주의 파시스트를 싫어합니다! file 😀익명200 2023.06.14 275
12510 ??? : 이름 너무 긴데 짧게 가죠 file 😀익명084 2024.04.15 195
12509 ??? : 칼 든 미친놈이 여자를 쫓아가는 걸 보면 도망가야 한다고? file 😀익명540 2024.01.14 597
12508 ??? : 히틀러 그 인간 풀만 뜯어먹던데 토끼인줄ㅋㅋ file 😀익명436 2024.04.15 205
12507 ???: 사람 목숨에 비하면 포탄은 싼 값이다. file 😀49830269 2022.03.22 58
12506 ???: 아 이순신은 할 수 있던데... 넌 못해? file 😀익명502 2024.01.27 1554
12505 ???: 우리 흑인은 안 물어요 file 😀익명162 2023.10.01 454
12504 ???: 우리 흑인은 안 물어요 file 😀익명755 2023.09.20 383
12503 ????: 박살 날 각오들 하셨죠? file 😀익명824 2023.08.18 230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627 Next
/ 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