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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전기의 인물 나신걸(羅臣傑, 1461~1524)이 1490년경 아내 신창 맹씨에게 보낸 간찰이다. 10년 전 대전광역시 유성구에 위치한 안정 나씨 종중 묘역을 이장하던 중 발굴되었다고 한다. 당시 나신걸은 대전(당시에는 회덕) 지역과는 상당히 멀리 떨어진 함경도 경성(鏡城) 지역에 군관으로 근무하게 되었는데, 그래서인지 편지 내용을 보면 고향에 남겨진 아내와 가족들을 챙겨주지 못해 애통한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한 번 그 일부를 살펴보도록 하자.

 

(원문) 안부 그지업시 수업시 ᄒᆞ뇌. 지븨 가 어마님미라 아기라 다 반가이 보고 가고져 ᄒᆞ다가, 쟈ᇰᄉᆔ 혼자 가시며 날 몯 가게 ᄒᆞ시니 몯 가 ᄃᆞᆫ녀가뇌. 이런 민마ᇰᄒᆞ고 셜온 이리 어ᄃᆡ 이실고.

(해석) 안부를 그지없이 수없이 하네. 집에 가서 어머님이랑 아기랑 다 반가이 보고 가고자 하다가, 장수가 혼자 가시며 날 못 가게 하시니 다녀가지 못하네. 이런 민망하고 서러운 일이 어디 있을꼬.

 

(원문) 군과ᄂᆞᆯ ᄌᆞ마ᇰᄒᆞᆫ 휘면 내 ᄆᆞᄋᆞ모로 마디 몯ᄒᆞᄂᆞᆫ 거실쇠. 가디 말라 ᄒᆞᄂᆞᆫ 거ᄉᆞᆯ 긋드리 가면 벼ᇰ조의셔 회덕 골로 ᄒᆡᆼ이ᄒᆞ여 자바다가 귀햐ᇰ 보낼라 ᄒᆞ니, 이런 민망ᄒᆞᆫ 이리 어ᄃᆡ 이실고. 아니 가려 ᄒᆞ다가 몯ᄒᆞ여 영안도로 경셩 군관 ᄒᆞ여 가뇌.

(해석) 군관에 자원한 후면 내 마음대로 그만두지 못하는 것일세. 가지 말라 하는 것을 구태여 가면 병조에서 회덕골로 사람을 보내 잡아다가 귀양을 보내려고 하니, 이런 민망한 일이 어디 있을꼬. 가지 않으려 하다가 마지못해 영안도로 경성 군관이 되어 가네.

 

도입부에서부터 가족을 만나지 못하게 되어 서럽고 안타까워하는 심정이 절절하게 느껴진다. 나신걸의 상관으로 추정되는 장수가 나신걸은 못 가게 해놓고 정작 자신은 혼자 집에 갔다는 묘사로 미루어 보아, 당대에도 군대 부조리는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여기서 함경도를 '영안도'라고 부르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실제로 함경도는 1470년부터 1498년까지 영안도로 불리다가 다시 이전의 명칭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이는 편지의 추정 작성 연대와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진다.

 

편지의 중간 부분에는 무명 겹철릭과 홑철릭을 보내달라는 부탁과 함께 농사, 세금 및 부역 등의 집안일과 관련된 당부가 담겨져 있다. 절대로 아내 혼자 농사를 짓지 말고 소작에게 주라고 당부하는 등, 아내가 모든 일을 혼자 처리하게 될까 걱정되었던 것인지 또한 이 대목은 당시 충청도 지방의 사회상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기도 하다.

 

(원문) 분ᄒᆞ고 바ᄅᆞᆯ 여ᄉᆞᆺ 사 보내뇌. 지븨 가 몯 ᄃᆞᆫ녀가니 이런 민망ᄒᆞᆫ 이리 어ᄃᆡ 이실고. 울오 가뇌. 어마님 아기 뫼ᄋᆞᆸ고 다 됴히 겨소. ᄂᆡ년 ᄀᆞᄋᆞᆯᄒᆡ 나오고져 ᄒᆞ뇌.

(해석) 분(粉)하고 바늘 여섯을 사서 보내네. 집에 못 다녀가니 이런 민망한 일이 어디 있을꼬. 울고 가네. 어머니와 아기 모시고 다 잘 계시소. 내년 가을에 나오고자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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