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역사/한국사/세계사

세계 역사, 고대 역사, 역사 토론 및 정보 공유

조회 수 43 추천 수 0 댓글 0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4HbpNGYKViK8IcQkA4QmYo.jpg

 

역사상 최초의 가스 공격은 벨기에의 소도시 이프르 근처에서 독일군에 의해 이뤄졌다.

 

1915년 4월 22일 목요일 아침, 잠에서 깬 프랑스 병사들은 거대한 초록빛 구름이 무인지대를 건너 서서히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구름이 스치고 지나간 자리의 나뭇잎은 시들었고, 새는 하늘에서 떨어져 죽었다.

 

파인애플과 표백제 같은 냄새가 병사들의 목구멍을 채웠을 때 폐에서는 가스가 점액과 반응하여 염산을 발생시켰다.

 

3Fz3eoA0Gk2AqAa6E0QQyo.png

 

그날 염소 가스 6000통을 개봉한 독일 병사 중 한 명인 빌리 지베르트는 이렇게 썼다.

 

"프랑스군이 보유한 모든 야포, 모든 기관총, 모든 소총이 불을 뿜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 봐야 가스를 멈출 순 없었다. 바람이 가스를 프랑스 전선 쪽으로 계속 밀어갔다.

 

그러다 모든 것이 다시 고요해졌다. 얼마 뒤 시야가 걷혔고 우리는 빈 가스통을 지나쳐 걸어갔다.

우리가 본 것은 총체적 죽음이었다. 살아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모든 짐승도 굴에서 나와 죽었다."

 

3Er83v48dikQkosUc8MESs.jpg

 

독가스를 이용한 독일군의 화학 공격은 전세계에 충격을 주었다.

이 사건의 여파로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모든 나라는 가스 공격 금지 조치를 받아들였다.

 

강제 수용소에서 가스를 쓰는 것에 전혀 거리낌이 없던 히틀러조차 전장에서의 사용은 거부했는데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보병으로 참호에 배치되어 그 효과와 죽음의 고통을 두 눈으로 목격했고 스스로도 약하게나마 피해를 겪었기 때문이다.

 

2SasjaDCxOsAM6Qa2Ui0kU.png

 

이프로 공격을 감독한 인물은 유대인 화학자 프리츠 하버였다.

그는 이 임무의 성공으로 전쟁부 화학 부서의 책임자로 승진했으며 빌헬름 2세와 만찬하는 영광을 누렸다.

 

하지만 베를린으로 돌아왔을 때 그를 기다린 것은 아내의 분노였다.

 

150PRER6fokeyMOKYUAyos.jpg

 

독일 여성 최초로 화학 박사 학위를 받은 클라라 이머바르는 실험실에서 가스가 동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았을 뿐 아니라,

현장 시험 중에 바람 방향이 갑자기 바뀌는 바람에 하마터면 남편을 잃을 뻔했다.

 

하버는 목숨을 건졌지만 학생 하나는 독성 구름을 피하지 못했다.

그 학생이 땅바닥에 쓰러져 몸부림치며 죽는 광경을 목격했다.

 

하버가 이프르 학살을 끝내고 돌아왔을 때 클라라는 하버가 인간을 대규모로 몰살할 수단을 고안하여 과학을 왜곡했다고 비난했다.

 

하버는 그녀의 말을 무시했다.

그는 이틀간의 휴가 기간에 친구들을 홈 파티에 초대했다.

 

새벽까지 계속된 파티가 끝나갈 무렵 그녀는 남편에게 지급된 리볼버로 자살했다.

 

5TgHazHlWEY2kE2wAMYAwo.jpg

 

이튿날 프리츠 하버는 충격에서 미처 헤어나지 못한 채로 동부 전선의 가스 공격을 감독하러 떠나야 했다.

그는 전쟁 기간 내내 아내의 혼령에 시달렸다.

 

“며칠에 한 번은 총알이 날아다니는 전장에 나가있는 게 도움이 된다. 그곳에서 유일하게 중요한 것은 매 순간이니까.

하지만 기진맥진하여 본부에 돌아와 있을 땐, 명령서와 전보 사이로 그녀의 머리가 나타난다."

 

4aK79E93C82wusiqCM4ugc.jpg

 

1918년 휴전 이후, 연합군은 프리츠 하버를 전쟁 범죄자로 규정했다.

 

그는 독일을 떠나 스위스에 자리잡았는데, 전쟁이 일어나기 얼마 전의 발견으로 노벨 화학상을 받게 됐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1iuLoS8XIEUYCeyiAKooE0.jpg

 

1907년, 하버는 식물 생장에 필요한 주요 영양소인 질소를 사상 최초로 공기 중에서 직접 채취하는 데 성공했다.

하버가 실험실에서 이룬 성과를 바탕으로 독일의 화학 대기업의 수석 공학자 카를 보슈는 수백톤의 질소를 생산할 수 있는 산업 공정으로 발전시켰다.

 

하버-보슈 공정은 당시 언론의 표현을 빌리자면 "공기에서 빵을 끄집어낸",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화학적 발견이다.

하버의 연구가 없었다면 천연 비료에 의존하여 농사짓던 수억 명이 비료 부족 사태에 맞닥뜨려 영양 결핍으로 사망했을 것이다.

 

Kf6zYLzswU8wIEoKiqkSw.jpg

 

물론 하버의 원래 목표는 굶주린 대중을 먹이는 것이 아니었다.

1차 대전에서 영국 해군에 의해 칠레산 질산염의 운송이 차단되더라도 독일군이 폭약을 제조할 수 있도록 원재료를 공급하는 것이었다.

 

가용 질소의 양이 두 배로 증가하자, 16억 명이던 전 세계 인구는 100년도 되지 않아 70억 명으로 늘었다.

오늘날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은 하버가 발명한 질소 비료로 재배된 작물을 먹고 산다.


역사/한국사/세계사

세계 역사, 고대 역사, 역사 토론 및 정보 공유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HOT글 베트남 국민들이 자긍심이 센 이유 2025.07.20 420 3
HOT글 양극화에 대하여 2 2025.07.22 357 0
HOT글 장비도 없는 열악한 환경 KBS 수요기획 '한국 UDT, 캄보디아를 가다' 2 file 2025.07.22 424 0
공지 🚨(뉴비필독) 전체공지 & 포인트안내 23 2024.11.04 32949 66
공지 URL만 붙여넣으면 끝! 임베드 기능 2025.01.21 26738 46
13028 양극화에 대하여 2 2025.07.22 357 0
13027 제주항공 활주로 이탈 사고 조사위원회 "조종사의 오작동 있었다" 중간발표 file 2025.07.22 360 0
13026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책 후기. 2025.07.22 346 0
13025 로마 제국이 중세에 남긴 흔적 2 file 2025.07.22 373 0
13024 장비도 없는 열악한 환경 KBS 수요기획 '한국 UDT, 캄보디아를 가다' 2 file 2025.07.22 424 0
13023 중세, 명예와 신앙으로 다스려지는 세계 file 2025.07.20 394 0
13022 베트남 국민들이 자긍심이 센 이유 2025.07.20 420 3
13021 일본 731부대 '생체 실험' 추가 증거 공개 누적 피해자 3000명 넘었다 file 2025.07.14 619 0
13020 인류 진화사를 뒤흔든 호모 날레디 그들은 누구인가? file 2025.07.10 938 0
13019 드디어 풀린 인류 '미스터리'...유전적 자료와도 일치 file 2025.07.10 946 0
13018 모션디자인(한국보물) - 청자투각칠보무늬향로 file 2025.06.26 1081 0
13017 모션디자인 - 한국 보물 2 file 2025.06.25 553 1
13016 민주당 울산시당 선대위 전은수!! file 2025.05.20 432 0
13015 이준석, 긴급 기자회견 “나와 이재명 일대일 구도돼야…김문수론 이길 수 없어” 2 2025.05.20 422 0
13014 204일동안 항해한 핵잠수함 상태 file 2025.05.17 317 0
13013 나치 독일이 초반에 그토록 강력했던 이유 2 file 2025.05.17 333 0
13012 이재명이... 61살밖에 안 됐어....? 4 2025.05.15 628 0
13011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사건의 비극, 조승희는 누구인가? 알아보자 file 2025.05.14 789 0
13010 옛날 동화가 우리가 알고 있는 결말과 다른 이유(천사까지..?) file 2025.05.11 598 0
13009 17세기 초 베트남에서 활동한 예수회의 포교 문구는 "서양인의 마음으로 들어오겠습니까?" 였는데 1 2025.05.11 595 0
13008 동양 서양 역사가 겹치는 타임라인 2 file 2025.05.11 756 0
13007 문명7 재밌네..... 1 2025.05.11 595 0
13006 청동기 시대 라는 말만 들으면 반달돌칼 민무늬 토기 자동으로 떠올라서 막 원시부족 우가우가 이런 느낌이 드는데 2 2025.05.11 645 0
13005 이탈리아 기사 서사시 광란의 오를란도 복간 결정! 2 file 2025.05.11 616 1
13004 한덕수 밀어주기 가는것같네 ㅋㅋ 국민의힘 ㅋㅋ풉 2025.05.10 612 0
13003 "대선 후보 한덕수로 교체" 초유의 사태..결국 김문수 갈아치운 국민의힘 2 2025.05.10 668 0
13002 한나 아렌트 악의 급진성으로 보는 한국의 전체주의 교육 2025.05.05 946 0
13001 인간의 두뇌를 뛰어넘는 인공지능🌐 인간이 AI와 함께 살아가는 최고의 방법 file 2025.05.01 579 0
13000 더쿠 회원가입, 2024년/2025년 최신 정보! 언제? 가입 방법, 꿀팁 총정리 (눈팅 vs 가입) 2025.05.01 1079 0
12999 피라미드란 존재할까요? 2025.04.24 1296 0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435 Next
/ 4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