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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jpg 예술에 새로움은 없고, 모두 \'다시 쓰기\'다
 

인류 역사상 GOAT라고 칭송 받는 소설 돈 키호테의 저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세르반테스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류 의견에 흥미로운 반박을 한 인물이 있었다. 이 사람은 무명 작가 피에르 메나르를 연구하는 협회 '메나르의 진정한 친구들'의 일원이었다. 그는 돈키호테의 저자에는 메나르 평생의 역작 돈키호테를 포함해 20개의 작품을 써낸 피에르 메나르의 이름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세르반테스가 돈 키호테를 써냈던 시기는 17세기였지만, 피에르 메나르는 20세기 프랑스 상징주의 시인이었다. 둘 사이에는 300년의 시간 차이가 있는데, 왜 그는 돈키호테의 저자에 메나르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걸까?

 

 

피에르 메나르.jpg 예술에 새로움은 없고, 모두 \'다시 쓰기\'다

피에르 메나르는 12살 쯤에 돈 키호테를 접했는데, 그는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가 우연에 기반하여 우발적으로 쓰여진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자신의 의무는 돈 키호테를 그대로 다시 쓰는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그는 세르반테스 그 자체가 되기 위해 17세기 당시의 스페인어를 공부하고, 가톨릭 신앙을 가지기도 하였으며, 이슬람과 전쟁을 벌이기도 하면서 노력했다. 매일 매일 머리를 쥐어뜯으며 노력한 결과 그는 돈키호테를 재창조하는 작업을 하고 사망한다. 그 결과물은 어땠을까?

 

 

책.jpg 예술에 새로움은 없고, 모두 \'다시 쓰기\'다
 

????? 놀랍게도 피에르 메나르가 다시 쓴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는 아무것도 달라진 점이 없었다. 17세기 스페인어 스타일로 쓰여진 단어를 현대적으로 바꾸지도 않았고, 세르반테스의 실수로 만들어진 설정 오류가 고쳐지지도 않았으며 모든 게 다 똑같았다. 심지어는 띄어쓰기와 문장 부호의 위치까지. 하지만 피에르 메나르를 돈 키호테의 저자라고 주장한 사람은 메나르의 돈 키호테 버전이 훨씬 풍요롭다고 한다. 기사가 존재하지도 않고, 고어체를 사용하지 않는 20세기에 사는 메나르가 이를 다시 써냈기 때문에 새로운 의미를 갖는다고 했다.

 

픽션들.jpg 예술에 새로움은 없고, 모두 \'다시 쓰기\'다
 

사실 위의 이야기는 아르헨티나 출신 최고의 작가이자 환상 문학의 거장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걸작 단편집 픽션들에 수록된 피에르 메나르, 돈 키호테의 저자라는 작품의 줄거리다. 그렇다면 보르헤스는 왜 이런 작품을 써내서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걸까?

 

 

보르헤스.jpg 예술에 새로움은 없고, 모두 \'다시 쓰기\'다

이 작품은 모든 글들이 사실 글을 직접 쓴 작가의 것이 아니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모든 지식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는다. 지능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결국 아무리 지능이 높은 인간이라고 할지라도 교육을 받지 못하면 지능 높은 원숭이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교육에는 수많은 조상들이 만들어 온 체계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따라서 A라는 사람이 창작 활동을 한다고 해도, 그 작품은 온전히 A의 작품이 아니라, 그가 창조를 하기 전에 배우면서 보았던 수많은 조상들의 작품과 동시대의 경쟁자들의 작품의 영향력이 작품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공동의 작품이다.

 

보르헤스는 이처럼 이 세상 아래에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다고 보았으며, "모든 것은 이미 쓰여 있다"고 생각했다. 모든 글쓰기가 기존 작품을 다시 쓰는 것에 지나지 않으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작품들도 사실 이미 있는 작품들을 다르게 배치하거나 혼합한 형태라는 것이다.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뭔가가 나오지 않는다고 보르헤스가 허무주의적인 말투로 이런 생각을 전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없으니 제약이 없이 더 자유롭게 '다시 쓰기'를 하자는 의견이다. 사람들이 같은 돈 키호테를 읽어도 누군가는 블랙 코미디의 면모를 주목해서 읽었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돈 키호테의 낭만적인 면모를 주목해서 읽었을 수도 있다. 만약 이 두 사람이 '다시 쓰기'를 한다면 서로 다른 작품이 된다. 이처럼 같은 주제나 비슷한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더라도 추구하는 맹점이 다르면 서로 다른 작품이 될 수 있다.

 

 

무간도 vs 디파티드.jpg 예술에 새로움은 없고, 모두 \'다시 쓰기\'다

예시를 들어보자, 마틴 스콜세지의 영화 디파티드는 홍콩 느와르 영화 걸작 무간도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디파티드에 관한 의견은 상당히 갈리는데, 원작의 느낌을 살리지 못했다는 의견이 있는 한편, 원작보다 낫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보르헤스의 의견에 따르면 리메이크 작품은 절대 원작과 같을 수가 없다. 디파티드의 스토리와 설정은 무간도에서 가져왔지만, 공간적 배경이 달라진 이상 스콜세지가 아무리 명감독이라고 해도 똑같은 영화가 될 수 없다. 또한, 디카프리오가 아무리 연기에 통달한 사람이라고 해도 양조위 자체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반대도 똑같다. 양조위가 아무리 뛰어난 배우지만, 디카프리오가 될 수는 없다. 따라서, 디파티드는 무간도의 리메이크 작품이지만 동시에 별개의 작품이다. 우위를 비교할 필요가 없다. 서로 다른 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이 만든 다른 작품이니까.

 

이처럼 글쓰기는, 아니 더 나아가서 예술 자체는 새로운 게 등장할 수 없다. 이미 고대부터 사람들이 쓸만한 이야기는 다 써버렸으니까. 하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다시 쓰기'를 하고 있다. 같은 이야기라도 이제껏 조명하지 않았던 부분들을 주목하거나, 배치를 다르게 해서 클리셰를 비틀고, 여러 요소들을 혼합해보기도 한다. 이제부터는 비슷한 작품을 본다면 "아 이 쓰레기 새끼 어디 어디에서 베껴서 작품을 만들었네"라고 비난하기 보다는 "아 이사람은 이 작품에서 영향을 얻었겠구나. 그럼 어떤 점을 다르게 썼을까?"하면서 어떻게 '다시 쓰기'를 했는지에 집중해보며 감상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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