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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리 고개를 넘어 창경원을 거쳐 시내로 들어오니 등이 훤히 튀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전쟁의 발걸음으로, 그것도 외족아닌 동족의 손에 의해 열려진 전쟁의 문을 봉해서 밟게 되는 수도 서울...

 

나는 알 수 없는 흥분으로 가슴이 울렁거리는 것을 금할 수가 없었지요. ‘서울은 과연 어떤 표정으로 우리를 맞이할 것인가?’ 아직까지는 별다른 큰 저항은 받지 않았지만, 서울시내에서는 격전이 벌어지리라고 예상하고 바짝 긴장했습니다.

 

그러나 내 앞에 전개된 서울의 풍경은 너무나 뜻밖이었습니다. 어느결에 나붙었는지 북괴군입성환영의 [포스터]와 깃발이 군데군데 있어요. 이것이 참된 서울의 표정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지만 그러나 소위 [조국통일]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탱크] 부대로 밀고 내려온 [정치요원]에게는 일종의 경리요, 감격이었던 것만은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곧 대부분의 시민들은 냉냉하고 생기가 없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지요. 철모르는 어린아이들만이 호기심과 공포에 엇갈린 눈초리로 거리를 쏘다니는 것을 볼 수 있었구요.

 

하루 이틀 지나는 사이에 서울시민들은 혼란 된 전국 속에서나마, 자기 살길을 찾아 헤매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얼굴에는 전국의 추이를 살피는 조심성이 역력히 나타내 보이더군요.

 

북한군 제105탱크사단 정치장교 출신의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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