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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0493.jpeg 일본 미스터리 리뷰 - 이가라시 리츠토 <불가역 소년>
서적상세

작가: 이가라시 리츠토(五十嵐律人)

제목: 불가역 소년(不可逆少年)

출판정보

코단샤문고 2023년 10월 13일 출간

2021년 코단샤 단행본의 문고화

 

줄거리:

“사람을 죽여보고 싶었어. 14살이 되면 처벌을 받는데. 그러니까 지금 밖에 없어”

 

여우 가면을 쓴 소녀가 다른 한명의 소녀와 세명의 성인남성을 잔혹하게 살해하는 영상이 인터넷에서 생방송되었다. 가해자는 13살 형사미성년자인 중학생 시오. 피해자는 시오의 친언니인 고등학생 카노와, 카노의 담임, 카노와 같은 반 친구인 바쿠와 마리의 아버지들. 운좋게 살아남은 카노는, 시오가 어릴적부터 타인을 상처입히고 싶어하는 충동에 사로잡혀왔다고 증언한다.

얼마 후, 가정재판소의 조사관인 마히루는, 어떤 범죄로 인해 소년감별소에 입소하게 된 바쿠를 담당하게 된다. 바쿠가 저지른 범죄의 동기를 조사하기 시작한 마히루는, 여우 가면 사건 이후 바쿠와 그의 형 스나, 마리가 겪게 된 비극을 알게 되는데…

 

리뷰:

읽기 전에는 여우 가면 소녀의 형사미성년 범죄에 초점이 맞춰진 리갈 미스터리라고 생각하고 읽었지만, 그런 의미에선 기대를 벗어난 작품이다. 여우 가면 사건은 본편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건들의 계기를 제공할 뿐, 본격적인 이야기는 그로 인해 파생된 여러 갈등과 비극, 그 속에서 형사법상의 “소년“의 갱생을 어떻게 마주보아야 하는가를 다루고 있는 사회파 스타일의 작품이다.

 

제목이 말하는 ”불가역 소년“이란 작품 속의 한 인물이 지어낸 조어로, 신경심리학적인 관점에서 뇌 기능의 문제로 인해 범죄적인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통상적인 소년 교화 정책으로는 돌아올 수 없는(不可逆) 소년 범죄자를 의미한다. 소년법의 이념적 관점에서 인정할 수 없는 이러한 “교화불가능한 소년”의 존재 가능성에 대해 주인공 마히루와 그의 상사인 사기리가 대립하는 한편, 다른 주인공인 마리의 시점을 통해 평범한 소년들이 저마다의 비극 속에서 범죄에 손을 대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절절하게 묘사하고 있다.

 

다만 작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너무 산만하게 퍼져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는게 아쉽다. 특히 여우 가면 소녀의 신경심리학적(?) 특수성에 대한 논의는, 도입부를 매력있게 꾸며주긴 하지만 이 소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교화 가능한 소년”들의 이야기와 주제적인 측면에서 어울리지 못하고 걷돌고 있다. 작품 초반부터 마리와 마히루의 시점이 오가는 구성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마리와 바쿠 등이 안고 있는 문제는 기존의 소년 교화 정책의 울타리에 있다는 인상이 강하고, 그렇기에 여우 소녀의 특이점은 전체적으로 사족에 가깝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은 개인적으로 내가 매우 싫어하는 스타일 중 하나라서 좀 짜게 식었다.

 

<법정유희>에서도 느꼈듯이, 이 작가가 미스터리속에서 법을 소재가 아닌 하나의 세계관으로 설정하는 작법은 여전히 흥미롭지만, 여러모로 작가가 처음에 잡은 컨셉과 다루고 싶은 주제가 융화되지 못했다는 느낌이라 아쉬움이 강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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