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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상봉이 별로 높지는 않았다. 돌격 대비를 마치고 먼동이 뿌옇게 뜰 때 ”돌격 앞으로!“하는 중대장의 명령이 떨어졌다.
직사화기를 피하여 올라가니 수류탄이 수없이 날아와 터지고 한마디로 진퇴양난이다. 신병들은 겁에 질려 그 자리에 엎드려 있으니 사상자가 부지기수다.
중대장은 권총을 빼들고 “올라가라! 올라가면 산다. 후퇴하면 죽는다.“ 하고 호통을 친다. 중공군은 호 속에서 머리를 감추고 보지 않고 수류탄만 마구 던진다. 보지 않고 던지니 떨어지는 거리는 일정하다. 빨리 올라가 적의 호 밑에가 엎드리면 절때 안전하다. 그러나 신병들은 겁을 먹고 수류탄이 떨어지는 지점에 엎드렸으니 쓰러지기만 한다.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중대장은 계속 소대장들에게 ”신병들을 빨리 몰아 올려라! 안 올라가면 너희들을 내가 쏘겠다!“고 호통을 치고, 소대장들은 돌아다니며 신병들이 엎드려 있는 것을 몰아 올리기 시작했다. 김중사는 적 직사기관총에 머리를 맞아 쓰러진다. 악이 받쳐 올랐다. 그걸 본 유중위는 신병들을 살려야 한다. 적 수류탄이 날아오는 것을 피해가며 신병들을 총 개머리판으로 엉덩이를 찌르며 “적의 호 밑에까지 올라가면 산다. 올라가라!”소리쳐도 엉덩이만 들었다 놓을 뿐이요, 꼼짝도 않는다.
보다 못한 소대장 유중위가 칼빈 M2를 들고 적의 호 밑으로 뛰어 올라가며 “내가 올라가도 안 올라오면 너희들이 적탄에 죽는 것을 보느니 내가 너희들을 죽이겠다!”며 뛰어올라갔다. 기가 막혔다. 나는 사정없이 몰아 올리며 소리 쳤다. 소대장이 혼자 올라갔는데 너희들이 안 올라가면 죽이겠다고 고함을 치니 한 두사람씩 올라가기 시작한다. “보라!” 올라가니 산다. 수류탄은 점점 더 많이 떨어진다. 손으로 던지는 물체라 속도가 늦다. 얼마든지 동작만 빠르면 피할 수 있다. 요리조리 수류탄을 피해가면서 신병들을 발로 차며 호통을 치니 신병들은 많이 올라간다.
100미터 쯤 내려오니 폭탄이 떨어져 움푹 패인 웅덩이에 신병2명이 숨어있었다. 화가 났다. “이 새끼들! 동료들은 지금 목숨을 걸고 싸우는데 너희만 살겠다고 숨어 있느냐? 죽여 버리겠다!” 하며 총을 들이대니, 신병은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용서할테니 빨리 올라가라”고 신병을 보고 너희들은 총살감이지만 특별히 용서를 해주니 빨리 올라가서 용감히 싸우라고 하니 오히려 고맙다며 절을 한다.
출처
생사를 건 전우애, 강문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