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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5일 새벽 4시에 전쟁은 시작되었다. 공격을 개시하라는 군단장의 명령이 내리자 준비 포격 신호가 올라갔다. 군단 직속 포병대 및 사단 포병대가 38선 국군 진지를 부수기 위하여 일제히 포문을 열자, 전차부대가 발진 준비를 하고 위장한 보병도 공격 개시했다. 붉은기를 단 수백대의 검은 탱크가 산개 대형 또는 종결 대형으로 38선을 향하여 돌진하여 국군 진지를 압도하거나 파괴하고 지나면, 그 뒤를 따라 보병들이 만세를 부르면서 총진격했다.
탱크가 38선의 철망을 부수면서 전진하는 뒤를 따라가던 나는 잡초 속에 기울어진 말뚝을 부여잡았다. 감개가 무량하고 만감이 교차했다. 3천만 눈물의 38선! 비극의 남북 경계선! 수백만 생명을 앗아간 죽음의 국경! 38선은 방금 무너졌다. 아니 만세 소리와 포성으로 무너뜨려진 것이다.
오늘은 운명의 6월 25일, 아니, 남반부와 북반부가 뭉쳐 하나로 된 날이다. 이 뜻 깊고 기쁜 날 대지는 목욕한 듯 더 선명하고 하늘은 더 높고 말쑥하네! 나는 오늘 38선 넘었다! 5개 성상 분단과 이산의 슬픔을 가져다준 38선. 형제간에 총질하던 그 비극의 38선을 나는 넘었어! 통쾌한 나머지 춤출 지경이야! 그야말로 나의 인생 중 제일 길고 제일 기쁜날이었다.
선실아, 나는 오늘 38선의 말뚝을 잡고 감개무량하여 웃고 또 울었어! 너하고 나하고 둘이서 38선을 넘다 살인귀들에게 너는 죽고 나는 살아남았지! 그 많은 눈물을 짜낸 38선이 지금 막 무너지고 그 많은 비극을 자아낸 경계선이 만세 소리와 포 소리와 함께 사라지고 말았어. 필경 조국은 하나야! 자색 야생 나팔꽃과 황금색의 들국화는 골고루 남북에 피어있고 무수한 제비가 남에서 북으로 북에서 남으로 자유로 날아다니네! 아, 그래 여기서도 뻐꾹새가 지나가는 손님을 부르고 있어!
내가 겪은 6.25 전쟁, 임관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