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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 36년 만의 광복은 전국을 축제의 도가니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갑자기 찾아온 광복은 감격을 넘어 충격 그 자체였다. 가는 곳마다 거리는 온통 축제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했던가. 8월 하순께 소련군이 진주하면서 북한 땅엔 다시 먹구름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해방군이라고 해서 그런 줄만 알고는 환영식까지 열어 주었다. 함흥에 상륙한 소련군은 맨 먼저 일본군을 무장해제한 다음 별도 집단수용소에 가두었다. 그리고는 형무소에 있던 정치범과 수많은 잡범들까지 모조리 석방시켰다.

석방된 죄수들은 노동자나 농민들을 시켜 지주·자본가·인텔리들을 잡아 가두고 인민재판을 열게 한 다음 제멋대로 극형을 선고하고는 생매장·타살·교수형 등 비인간적인 만행을 저지르기 시작했다. 축제의 땅은 서서히 공포의 땅으로 변해 갔다. 일제나 그 앞잡이들도 이들 소련군보다 더 포악하진 않았다. 대낮 길거리 부녀자 강간은 보통이고 밤에는 강도짓도 서슴지 않았다.

피아노와 귀금속은 물론 가난한 집의 허름한 옷가지까지 닥치는 대로 약탈해 갔다. 이에 양민들은 집에 소련군들이 침입해 오면 놋대야를 두들기는 것을 신호로 집단 자구책을 마련하기도 했다.더욱 가관인 것은 소련 여군이 건장한 청년을 총으로 위협해 자기네 숙소로 납치해다가 윤간을 하는 것이었다. 심지어 대낮에 만취한 소련군 병사들이 노상에서 각자 성기를 꺼내 오줌을 누면서 오줌줄기 끊기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차마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장면들이었다.
 
출처
풍운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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