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591 추천 수 0 댓글 0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l_2018042601003353200261022.jpg

처음으로 5일간의 단기 휴가가 실시되었다. 제주 출신들에게는 특별히 뱃길이며 거리 등을 감안하여 2일을 연장해서 7일 동안의 휴가가 허용되었다. 오랜만에 고향산천을 돌아보고 가족들과 재회한다는 것은 한없이 반가운 일이었다.

 

나는 다른 전우들과 함께 처음으로 휴가증을 받아들고 3년 만에야 고향으로 가는 기쁨을 누렸다. 온 가족이 무사하기만을 하느님께 빌면서. 그해 8월경으로 기억된다.

 

휴가병들은 모두 들뜬 마음으로 서울역 앞에 집결하였다. 첫 휴가라서 그런지 사고예방차원에서 그런건지 절차가 꽤 복잡하였다. 휴가기간 동안의 유의사항들을 조목조목 설명을 듣고 나서야 부산행 열차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역시 해병대가 있는 곳은 시끄러웠다. 열차 안을 임검하는 군인들은 모두 해병대 헌병들이었다. 다른 군인들에게는 임검 등 제재를 가하면서 우리들 앞에서는 거수경례를 부치고 제발 조용하기만 해달라고 사정까지 하였다. 임검 헌병들은 모두 우리의 한참 후배들이어서 오히려 우리 일행을 호위하다시피 하였다. 우리 일행들은 열차를 타고 내려오면서 즐거움을 만끽하였다.

 

그런데 우리 눈을 거슬리게 하는 것이 있었다. 대전과 대구 등 큰 도시들을 지날 때마다 커다란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대대적인 궐기대회가 행해지고 있었다. ‘휴전이 되어 좋다’고 하는 대회인 줄 알고 유심히 살펴보던 우리는 의외의 사실에 너무나 놀랐다. ‘휴전반대’와 ‘신탁통치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는게 아닌가!

 

휴전 직전에 우리 군대는 휴전선을 한 발짝이라도 더 넓게 차지하려고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는가!

 

잠시 동안이나마 휴전을 해서 우린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군인들이 몸을 바쳐 싸운 전공도 모른 채, 피비린내가 끊이지 않는 치열했던 전쟁의 참상을 전혀 모르는 후방에서 ‘휴전반대’ 대회를 한다고 하니 괘씸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이 정신 나간 사람들아! 같은 동족끼리 언제까지 총구를 겨누고 있으란 말이냐? 이 피비린 냄새가 안 나느냐? 후방에서 간이 부어도 한참이나 부었구나!”

 

실컷 화풀이를 해대었다. 궐기대회를 하는 군중들을 향해 돌팔매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3년 만에 모처럼 나선 휴가길인데 후방에서 대대적인 환영행사라도 기대했건만…… 정말 실망이 컸다. 목숨을 바치며 싸워 국토를 지키는 군인들에 대해 후방에선 관심도 없단 말인가? 기가 막힐 일이었다.

 

조국을 수호한 푸른 넋들, 양연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덕질 공통 이용규칙 및 안내 (업데이트중+ 2024-04-13) 😀컴덕824 2024.04.14 5295
공지 1000P를 모으면 다이소 상품권 1000원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file Private 2024.02.14 5276
12522 [제목사고] 베토벤을 베토면으로 표기 ㅋㅋㅋ file 😀익명645 2023.04.29 6391
12521 흑인을 놀리면 안된다는 교훈을 담은 독일 동화.jpg file 😀익명788 2023.04.29 6355
12520 냉전시절 소련이 항상 주시했던 미국 펜타곤 중앙건물의 비밀.jpg file 😀익명611 2023.04.29 6334
12519 히로시마 원폭돔이 지금까지도 온전했다면? file 😀익명284 2023.04.29 5542
12518 의외로 한국사 관련 매체에서 중요하게 다루지 않지만 아주 중요한 전투 file 😀익명005 2023.04.29 5469
12517 올타임 할복 레전드.txt file 😀익명243 2023.04.30 4957
12516 어느 두 국가의 기묘한 고기썰기 차이.jpg file 😀익명956 2023.04.30 4926
12515 새끼펭귄들 털갈이 대참사 file 😀익명029 2023.04.30 4912
12514 1930년대 제작된 일본의 세계지도 풍자화 file 😀익명140 2023.04.30 4912
12513 의외로 흔한 수달과 왕도마뱀의 싸움 file 😀익명484 2023.04.30 4895
12512 중세시대 남달랐던 프로의 직업의식.jpg file 😀익명133 2023.04.30 4849
12511 고대 건축 양식을 가지고 있는 조선시대 건축들 file 😀익명360 2023.04.30 4845
12510 미국의 암검진 광고.jpg file 😀익명853 2023.04.30 4791
12509 헝가리의 분노 file 😀익명853 2023.04.29 4767
12508 판문점 북한군들이 제일 싫어하는 국군 행사.jpg file 😀익명708 2023.04.29 4668
12507 1960년대 서울 성장억제vs성장촉진 논쟁 file 😀익명594 2023.04.29 4653
12506 한옥의 벽체는 뭘로 만드는 것인가 file 😀익명454 2023.04.29 4536
12505 해외 밀덕들이 국군에 가장 궁금해하는 것.jpg file 😀익명935 2023.04.29 4518
12504 미국 다코다주 그린 스카이 현상 file 😀익명317 2023.01.31 4303
12503 토끼의 부부싸움 file 😀익명943 2023.01.31 4289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627 Next
/ 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