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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1 21:52
'N터널 괴담'
조회 수 386 추천 수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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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터널 괴담.

 

*이 이야기는 100% 창작이며 실제 지명과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내가 서울 S동에 살 때의 이야기다.

 

 

S동에는 N터널이라는 중간 규모의 터널이 있는데 내가 살던 집으로 가기 위해서는 전철역에서 내리자 마자 마을버스를 타고 N터널을 반드시 지나야 했다.

 

S동은 교통 편이 좋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마을버스를 이용했고, 그날도 나는 퇴근 후에 피로에 찌든 몸으로 마을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몇몇 정거장을 거쳐 버스는 N터널을 지나게 되었고 아무 생각 없이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던 나는 충격적인 모습을 보게 되었다. N터널 안에 설치된 유리로 되어 있는 보도 칸막이에 어마어마한 양의 피가 마치 바가지로 뿌린 듯 칠해져 있었던 것이다.

 

버스는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지만 그 검붉은 색과 그것을 물로 씻어 내는 청소 업체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서 떠나지 않았다.

 

 

문득 의학 드라마에서 복부를 가르자 고여 있던 피가 터져 카메라에 튀는 장면을 보고 온 가족이 동시에 실신한 적이 있다는 친구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 때는 말도 안 된다고 웃어 넘겼지만 나 역시 묘한 현기증을 느꼈다 .

 

 

정신을 가다듬고 버스 안을 살피니 아무도 그 장면을 보지 못한 듯 자기 할 일에 열중해 있었다. 단 한 명, 교복을 입은 여학생만이 나와 몇 번 눈이 마주쳤는데, 여학생의 눈빛과 입술이 매우 심하게 떨리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 눈빛도 그렇게 떨리고 있었겠지...

 

 

이윽고 버스는 터널을 빠져나왔고, 나는 힘이 풀려 후들 거리는 다리로 버스에서 내려야 했다. 등 바로 뒤는 터널이 있었고...발밑에는 물과 섞여 희미해진, 하지만 분명히 붉은 빛을 띠고 있는 액체가 뱀처럼 흐물거리며 빠르게 흐르고 있었다.

 

 

며칠 뒤에 소문이 돌았다.

 

 

피해자는 내 또래의 남성이며 터널을 지나고 있었다고 한다. 피해자가 터널을 반 쯤 지났을 때 뒤쪽에서 다다다닥-하는 발소리가 들렸고 뒤돌아 봤을 때는 검은 바람막이를 입은 남자가 무서운 속도로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고 했다. 한 손에 칼을 들고.


그것을 본 피해자는 터널만 벗어나자는 생각으로 죽어라 뛰었고 맞은 편에서 누군가 걸어오는 것을 보고 위험해요! 어서 나가요!라고 소리 쳤다고 한다.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피해자를 찌른 것은 뒤쪽에서 뛰어온 바람막이를 입은 남자가 아니었다. 맞은 편에서 걸어오던 그 누군가가 갑자기 끼아아아아악- 하고 괴기스러운 비명을 뛰어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역시 칼을 든 채로...

 

 

내가 아는 이야기는 이게 끝이다.

 

이 소문이 진실인지 아닌지, 어떻게 이렇게 자세한지, 피해자의 심정이 어땠을 지는 상상조차 한 적이 없다. 심지어 뉴스에 나왔는지 아닌지 확인해 보지도 않았다.

 

 

그 후로 나는 N터널의 보도를 이용하지 않는다. 아니, 모든 터널의 보도를 이용하지 않는다. 아무리 짧아도 버스나 택시를 타고 통과한다. 종종 택시 기사가 백미러를 통해 이상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지만 아무래도 좋다.

 

 

지금은 이사를 했지만 가끔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 N터널을 지날 때면 그날이 생각난다. 셀로판지를 마구 발라 놓은 것 같았던 검붉었던 유리와 필사적으로 들어갈 구멍을 찾아 흘러내리는 것 같았던 희미한 붉은 색의 핏물이.

 

 

 

7년 전에 썼던 시시한 자작 괴담 한번 올려봤습니다.

다시 보니 시시하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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