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주인공 이종찬 중장

 

<이종찬 중장 1916~1983>

대한제국의 외무대신이었던 이하영의 손자로 일본 육군사관학교 졸업 후 일본군으로 복무.

광복 이후 대한민국 육군으로 입대 후 중장으로 예편했으며 공직으로는 육군참모총장과 국방부 장관을 역임

 

<을사3흉 이하영>

이종찬의 할아버지 이하영은 오성과 한음으로 유명한 오성 이항복의 직계 10대손으로 대한제국의 외무대신이었다.

그러나 서해 어로권과 내륙 항행권을 일본에 넘기는 대가로 자작 작위와 부를 손에 넣은 후 당시 국내 최대의 고무신 회사인 대륙고무 주식회사를 설립하여 말 그대로 떼돈을 벌었으며, 죽을 때도 딱히 테러나 사고 없이 편안하게 죽은 인물.

 

즉 이종찬은 친일파 중에서도 부와 명예(물론 일본 기준)와 권력까지 모두 가진 개 씹 금수저 가문 출신의 일본군 장교였다.

약간 특이한 점이라면 그런 귀하신 몸께서 육사 졸업 후 공병에 지원, 안전한 후방도 아닌 중일전쟁이나 남태평양 전선 같은 최전선에서 굴렀다는 것 정도? (군필이면 알겠지만 예나 지금이나 공병은 빡세기만 존나 빡세고 대접은 개판이다.)

그렇다고 몸 사리면서 대충 복무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닌 게, 공5급 금치훈장을 수여 받을 정도로 우수한 군인이었다.

 

<공5급 금치훈장>

딱 봐도 그냥 찍어서 뿌리는 훈장이 아닌 게 보인다.

장교가 아닌 일반 병사가 받을 수 있는 가장 높은 등급의 훈장이며, 조선인 출신 일본군 장교 중에서는 단 2명만 받았다.

여기까지 읽으면 '민족반역자 가문의 일원이 일제 후장을 아주 충성스럽게도 빨았네.'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여기서부터 반전이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바로 위 빨간 원, 뉴기니섬>

남태평양 뉴기니에서 복무 당시 상관인 부대 사령관이 "반반한 원주민년이나 따먹게 하나 잡아 와라."라는 명령을 내리자 "상관의 명령은 천황의 명령이라고는 배우긴 했는데, 천황께서 그런 짐승 같은 명령을 내리실 거 같진 않습니다."라며 갑자기 뼈를 때리는 바람에 그 보복으로 전방 참호로 전출 당한다.

이처럼 이종찬은 약탈과 강간, 심지어 포로 인육을 처먹는 사태까지 벌어졌던 남태평양 전선에서도 복무 기간 동안 단 한 건의 전쟁 범죄도 저지르지 않았다.

 

해방 이후 다른 일본군 출신 장교들은 조선경비대 창설 과정에서 은근슬쩍 복귀하며 경비대 내 고위직을 차지할 때

 

......라며 3년을 넘게 버티다 결국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국방부가 조선경비대를 대한민국 육군으로 재편하고 나서야 입대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창씨개명을 하지 않았으며,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에는 일제로부터 수여 받은 작위도 세습 받기를 거부했다.

덕분에 반민특위에서도 딱히 악행을 저지르지도, 창씨개명을 하지도, 매국의 대가인 작위를 세습하지도 않았기에 당당히 사면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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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6.25 6.25 전쟁 발발>

6.25 발발 후에는 3사단 사단장으로 복무.

국군이 영덕군을 탈환하는 과정에서 북한군이 시가지에 틀어박혀 버티자, 간도특설대 출신이었던 군단장이 읍내에 직접 포격을 때리고 불 질러 시가지째로 초토화 시키라고 명령했으나 "저는 그런 마적단 때려잡을 때나 쓰는 방식을 동포가 사는 곳엔 못 합니다."라며 거부.

이게 군단장 입장에선 좀 입맛이 쓴 소리인 것이, 일제가 "마적단 토벌"을 내세우며 간도특설대를 창설했지만 그 실상은 "조선인 부대로 독립군을 잡아 동포끼리 서로 죽이게 만들자."라는 좆같은 발상으로 만든 부대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군단장 속이 어땠을런지....

 

<3사단의 38선 돌파 기념 사진>

이후 38선 최초 돌파 및 준장으로 승진할 정도로 공훈을 거듭했다.

그 과정에서 남태평양 전선에서의 일화와 마찬가지로 포로 학살 같은 비인도적인 사건 없이 국제법 준수 및 민간인 보호까지 하는 모범 군인으로 남았으며, 후방인 부산으로 전출 후에는 육군참모총장을 역임하며 육군 소장으로 진급하는 등 개인으로서도 승승장구.

 

후방으로 빠졌음에도 많은 일화를 남겼다.

육군참모총장 재임 당시 육군사관학교를 창설하며 육사 첫 교장으로 독립군 출신의 장군을 임명했는데, 그 이유가 "능력으로만 따지면 일본군이나 만주군 출신들도 많지만, 적어도 육사만큼은 광복군 출신 장군이 초대 교장을 맡아야 정통성이 선다."라는 것.

결혼 당시도 좀 비범한데 어머니가 며느리 쪽 집안이 미천하다고 반대하자 "지금 친일파 집안이 감히 미천함을 따집니까?"라는 말 한마디로 모친의 반대를 데꿀멍 시킨다.

 

<부산 정치파동 당시 국회의원들을 납치하는 헌병대>

아직 이 분의 비범함은 멈추지 않는다.

슬슬 전쟁이 교착상태에 빠지고 협상과 국지전이 반복되던 중 이승만 대통령이 재선을 목적으로 국회의원 출퇴근 버스를 납치하고 계엄령을 때려버렸다.

이 계엄령을 위해 2개 대대 규모의 병력을 부산 시내에 풀어버리려고 했는데, 이때 이종찬이 '육군 훈령 제217호'를 발령했다.

간단히 말하면 "전쟁 중에 뭐함? 군은 정치에 중립기어 박고 자리를 지켜라."라는 명령을 육군참모총장 이름으로 전 군에 뿌려버린 것.

이 일로 극대노한 이승만이 이종찬을 쏴 죽여버리라고 길길이 날뛰었지만, 주변에서 하도 말리는 바람에 나중에 육군참모총장직에서 보복성 해임을 하는 정도로만 그친다.

 

ㅊ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