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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pg 정치적 희생양이 되버렸던 어느 불쌍한 말의 이야기

러시아 자치공화국 중 하나인 투바 공화국의 '악 에릭Ак–Эрик'이란 마을에선 투바 인민공화국이 1920년대 후반부터 자행한 숙청에 의해 희생당했던 23명의 이름이 적힌 기념비 하나가 남아있다.

 

소련 붕괴 이후인 1993년 6월 10일에 제작된 해당 기념비는 매년 추모일마다 주민들이 기념비에 꽃을 갖다바치는 식으로 숙청 피해자들을 추모하고 있으며, 그외 특별한 것이 없어보이는 기념비에서 특이한 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사람들이 추모하는 대상 중에선 사람이 아닌 도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1930년대 당시 투바의 서기장이던 살차크 토카가 불러온 피바람의 여파로 한때 반동 취급당했던 어느 불행한 말에 관한 짧은 이야기이다.

 

 

 

 

 

 

Ezir-Kara.jpg 정치적 희생양이 되버렸던 어느 불쌍한 말의 이야기

때는 투바가 아직 소련의 괴뢰국 형태로 존속하고 있던 1930년대, 투바 최남단에 위치한 토레홀 수몬의 위원장이자 인민혁명당 의원 '소얀 산단마Соян Санданмаа'에게는 투바어로 "검은 까마귀"란 의미를 담고 있는 '에지르 카라Эзир-Кара'라는 이름의 말 하나가 있었다.

 

1930년 검은 털을 지닌 채로 태어난 에지르 카라는 성장해 1934~1936년 사이 투바인들의 전통 연례행사 '나듬Наадым'에서 열리는 경주로 3연속 우승을 차지하여 지역 전통에 따라 앞서 언급한 이름을 얻게 되었으며, 1937년과 1938년 경주에서도 1등을 차지해 당시 신문에 그 이름을 장식하여 "투바에서 가장 빠른 말"이라는 타이틀까지 얻게 되었다.

 

그러나 투바에서는 "좋은 말의 이빨이 등자에 걸리면 주인은 끔찍한 재앙을 피할 수 없다"라는 일종의 속담이 옛부터 존재했는데, 불행히도 누구보다 빨랐던 말의 운명이 불길한 옛 속담만큼은 피해가질 못했다.

 

 

 

 

 

 

1000026816.jpg 정치적 희생양이 되버렸던 어느 불쌍한 말의 이야기

에지르 카라가 한창 활약하던 때는 살차크 토카가 집권하면서 소련 전역에서 자행된 대숙청의 영향을 받아 수많은 사람들을 탄압하던 시기였고, 에지르 카라의 주인이던 소얀 산단마 또한 숙청의 대상으로 찍힌 것이었다.

 

결국 1939년 3월, 소얀 산단마는 정부로부터 반혁명분자 혐의를 받아 체포된지 3달만에 총살형으로 생을 마감했고, 이에 따라 에지르 카라는 투바 인민혁명군의 소유가 되었으나 주인과 똑같이 반혁명분자로 취급받아 경주 출전을 금지당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러나 에지르 카라는 투바에서 가장 빠른 것으로 이미 유명세를 탄 말이었기 때문에 그해 7월 대회 당시 관중들 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tuvan_musician_by_svetlanakhovanskaya_dcb6i04.jpg 정치적 희생양이 되버렸던 어느 불쌍한 말의 이야기

대회 당일 밧줄에 묶여있던 에지르 카라는 다시 달리기 위함이었는지 좀처럼 진정하질 못하고 날뛰어대자, 그 광경을 목격한 관중들은 대회에 참관한 육군 참모총장에게 에지르 카라를 다시 놓아달라는 요구와 함께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하면서 경기장 분위기는 점차 분노로 과열되기 시작했다.

 

그러자 참모총장은 기세에 눌려 그 요구를 들어주긴커녕 불만을 표출한 이들은 전부 감옥에 가둬버리겠단 위협과 협박으로 모두를 침묵시켰고, 경기장에서 벌어진 사건 이후로 에지르 카라는 경주가 영구 금지된 걸 마지막으로 영영 자취를 감춰버렸으며, 추가로 나듬 또한 1940년 폐지되어 1993년 재개될 때까지 개최는 꿈에서나 볼 수 있는 것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투바인들 사이에선 에지르 카라가 붉은 군대의 군마로 차출되었다던가, 옆동네 하카시야로 팔려나갔다던가, 주인처럼 총에 맞았다던가, 쇠약해질 때까지 일만 하다 어느 이름없는 숲에 버려졌다던가 하는 여러 소문들만 무성하게 돌아다닐 뿐 에지르 카라의 행방과 최후는 현재까지 미스터리로 남아있으며, 또다른 소문에 따르면 에지르 카라의 것으로 보이는 유난히 커다란 말의 두개골 하나가 모종의 이유로 메제게이 마을 근처의 숲속 나무에 걸려있다고 전해진다.

 

 

 

 

 

 

@ondar.di.jpg 정치적 희생양이 되버렸던 어느 불쌍한 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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