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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px-Paolo_Uccello_044.jpg "나라가 망하고 있는데 지금 웃고 있어요!"
 

자마 전투에서 한니발이 끝내 패하고, 2차 포에니 전쟁이 마침내 로마의 승리로 끝나자

로마는 카르타고에 자마 전투 이전보다 훨씬 가혹한 강화 조건을 강요했다.

카르타고는 로마에 향후 50년에 걸쳐 1만 탈렌트의 거액을 전쟁배상금으로 납부해야 하며

(부유한 카르타고 원로원(아다림)의원들은, 이 돈을 자기들 플랜테이션 농장에서 내는 대신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힘들게 애쓰는 농민들에게 추가로 세금을 물려야 한다고 혐성을 부렸다)

도시의 유력 귀족 가문에서 뽑은 청년 100명을 인질로 로마에 보내야 했다.

또한 모든 전투코끼리를 로마에 압수당하고, 함대도 로마군이 확실히 다 탔는지 감시하는 가운데 불태워야 하며

아프리카 밖의 모든 나라와 동맹 체결 금지 및, 심지어 적국이 쳐들어와도 로마의 허락을 받아야

군대를 출동시킬 수 있다는, 을사조약 싸대기치는 독소조항까지 강요당했다.

 

 

 

 

 

 

 

20210411_131816.jpg "나라가 망하고 있는데 지금 웃고 있어요!"
 

전쟁이 끝나고 1년이 지나, 카르타고가 마침내 처음으로 1년치 배상금 - 200탈렌트를 납부해야 할 때가 왔다.

전쟁이 벌어지지 않을 때는 크고 탐스럽기로 이름난 카르타고산 무화과를 단 며칠만에 아직 싱싱한 채로

로마의 시장에서 구할 수 있었다고 할 정도로 발전했던 대규모 플랜테이션 농업,

정교한 금속 세공품과 도자기, 그리고 페니키아-카르타고 문명의 상징 그 자체였던 "자줏빛 염료"로 물들인

부르는 게 값인 아름다운 카펫과 옷감들을 온 지중해 세계로 실어나르던 해상무역,

거의 반쯤은 바르카 가문의 왕국이나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본국에 대를 이어 흔들림없이 충성하던

카르타고령 스페인 식민지에서 조공으로 바쳐오던 은광 개발 수입 덕분에

온 고대 서방을 통틀어 이집트와 셀레우코스 제국 말고는 비벼볼 나라가 없을 정도의 부국이었던 전쟁 이전의 카르타고였다면

1년에 200탈렌트가 물론 뉘집 반려 댕댕이 이름이야 아니어도, 결코 지불하기 힘겨워할 정도의 금액은 아니었다.

 

 

 

 

 

 

 

800px-De_Gaulle-OWI.jpg "나라가 망하고 있는데 지금 웃고 있어요!"
 

그러나 기나긴 2차 포에니 전쟁으로 국고는 완전히 고갈되었고, 카르타고령 해외 식민지들도 전부 로마에 빼앗겼으며

무역 루트들도 스키피오의 아프리카 본토 원정으로 육로 해로 할것 없이 쑥대밭이 된 패전 후의 카르타고에게는

로마의 분노를 피하기 위해 200탈렌트를 모으는 것만으로도 힘겹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1년 전에는 그래도 망국만은 어찌 모면했다고 어떻게든 행복회로를 돌릴 수 있었지만

카르타고 아디림(원로원)의원들은 이제 나라가 얼마나 처참하게 몰락했으며, 로마의 눈치를 슬슬 봐야 하는

한낱 따까리로까지 전락했는지 뼈저리게 실감할 수밖에 없었고

온 원로원 의사당이 눈물과 탄식, 로마에 대한 원한으로 가득했다.

 

 

 

 

 

 

 

2.png "나라가 망하고 있는데 지금 웃고 있어요!"
 

그런데 이 참상을 보며 정신이라도 나간 듯 홀로 실실 웃고 있는 사람이 단 한 명 있었다.

 

 

 

 

 

 

 

 

1OFR4RGKUZ_1.jpg "나라가 망하고 있는데 지금 웃고 있어요!"
 

개빡친 아디림 의원들은 누가 웃음소리를 내었는지 눈에 불을 켜고 찾았다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 전설의 영웅, 한니발 바르카가 웃고 있는 광경을 보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들 중 "하스드루발 하이두스"라는 의원이 겨우 정신을 차리고는, 마구 화를 내면서

"온 나라 시민들이 눈물을 흘리게 만든 자가, 시민들이 울고 있는데 뭐가 즐겁다고 웃는 거요?!" 라고 따져 물었다.

( = 니가 자마에서 노오오오오오오오력을 해서 어떻게든 이겼더라면 이런 일까진 없었잖아 빼애액)

 

 

 

 

 

 

 

08.jpg "나라가 망하고 있는데 지금 웃고 있어요!"
 

그러자 한니발은 웃음을 그치고는 정색하며 답했다.

 

"사람의 눈이란 게 얼굴에 드러나는 표정을 볼 수 있듯 속마음도 볼 수 있었더라면

그대들은 그토록 비난하는 내 이 웃음이, 행복이 아닌 불행으로 이성을 잃은 마음에서 솟았음을 알 수 있었을 거요.

그리고 내 웃음은, 그대들이 보이는 비이성적이고 한심한 눈물보다는 차라리 훨씬 더 온당하오.

 

울려면 무기를 빼앗기고, 전함들이 불타고, (자국 방어를 위한) 전쟁마저 금지당한 그 때에 울었어야 했소.

조국이 치명상을 입었을 때가 바로 그때였기 때문이오.

로마인들이 우리의 국내 평화에 관심이나 둘 것 같소?

그렇게 믿어야 할 이유가 전혀 없소.

대국에는 평화가 절대 오래 머무를 수 없소.

해외에 적이 없다면 국내에서 적을 찾을 것이오.

외부의 감염에 면역된 강건한 몸이, 자신의 안에서 병드는 것과 같은 이치요.

 

사적 이득에 영향이 미쳤을 때만 공적 불행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맞는 말인지!

우리가 절박함을 느끼려면, 돈을 잃어야만 하는구려.

패배한 카르타고에서 전리품을 빼앗기고, 조국이 아프리카의 수많은 무장한 부족들 사이에

헐벗은 거나 다름없는 비무장 상태로 내던져졌을 때는 아무도 우는 소리 한 번 내지 않더니

오늘 제 지갑을 털어 배상금을 내게 되니 다들 조국의 장례식에 온 조문객들처럼 구는구려.

오늘 그대들의 눈에서 눈물이 나게 한 이 문제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깨달을 날이 무척 빨리 올 것이오.

난 그게 두렵소."

 

그것이 한니발이 아디림을 떠나기 전, 동포들에게 남긴 말이었다.

카르타고 남쪽 시골의, 바르카 가문의 사유지인 장원으로 잠정 은퇴한 한니발은

조국을 구하기 위해 다시 나설 때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몇 년간 그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결코 스스로가 바라던 바는 아니었지만, 온전히 한가롭게 쉬는 나날들을 보냈다.

로마 제정 말기의 기록인지라 야사로 여겨지기는 하지만, 자마 전투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았으나

이제는 정말 갈 곳이 없는 최후의 노병들을 거둬들인 한니발이, 그들과 함께 올리브 농사로 소일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20190524_204900.jpg "나라가 망하고 있는데 지금 웃고 있어요!"

 

자마 전투 전에, 한니발은 이미 이 전쟁은 승산이 없다는 걸 알기에 "함대와 식민지를 포기하고, 적당한 수준의 전쟁배상금을

지불하라"고 스키피오가 제시한 그나마 나은 조건으로 강화협상을 하려 했으나

아몰랑 너 세계 최고의 명장이잖아 알아서 "이겨줘"라는 주전파들이 장악한 아디림에 강제로 떠밀려 결전에 나섰다가

생애 최악의 참패를 맛보고 나서, 조국의 생존을 위해 자기가 오명을 다 뒤집어쓰기로 하고

그 모든 가혹한 조건을 카르타고 대표로서 순순히 받아들였었다.

그리고는 심지어 "로마를 상대로 결국 패한 무능과, 이탈리아에서 얻은 전리품을 멋대로 써버린 횡령의 죄"란

말도 안 되는 누명을 써서(*그럼 본국에서 보급을 1도 못받는데 장병들을 달리 어떻게 먹여살리고 월급줌?(진짜모름)

군법회의에까지 끌려갔다가, 겨우 무혐의로 풀려나고서 아디림에 출석했더니만

이 병신들이 배상금 때문에 단체로 질질 짜는 꼬라지를 직관했으니,한니발 입장에선 정말 실성 직전의 미소가 절로 나왔을 것이다.

 

 

몇 년 뒤, 카르타고가 여전히 1년에 200탈렌트의 배상금도 마련하지 못해 빌빌대고

아디림에서 어느 "경제의 신"이 재정이 모자라면 세금을 올리면 되는 거 아닌가? 라는 기적의 해결책을 내놓았을 때

한니발이 카르타고 시로 돌아와 수페트(집정관) 선거에 입후보하자

카르타고 민중들은 그들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모든 희망과 표를 전설의 영웅에게 죄다 몰아주었다.

 

 

 

 

 

13322066_1649235002067499_5565701968855128459_n.jpg "나라가 망하고 있는데 지금 웃고 있어요!"
 

수페트 취임식이 끝나기 무섭게 회계감사부터 직접 착수한 한니발은

아디림 귀족새끼들이 장부에 장난질을 쳐서 전쟁 중에도, 그리고 전쟁이 끝난 뒤에도

로마에 지불할 배상금이 모자란다면서 나랏돈을 해쳐먹고 있었고

이 새끼들 때문에 질질 새는 재정누수를 막는 것만으로도, 로마에 배상금을 지불하고도 오히려 돈이 남는다는 걸 밝혀내게 된다.

 

 

 

 

 

 

 

 

 

1OFR4RGKUZ_1.jpg "나라가 망하고 있는데 지금 웃고 있어요!"
 

미붕이 뇌피셜이지만, 한니발은 아마 회계감사내역을 읽는 내내 다시금 "웃음"이 멈추지 않았을 것 같다.

 

 

 

 

 

 

- 이종인 역 "리비우스 로마사",

필립 프리먼 저 "한니발 : 로마의 가장 위대한 적수",

한종수 저 "페니키아 카르타고 이야기",

신복룡 역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中 "한니발" 편에서

 

 

 

 

 

 

 

1024px-No_Smoking.svg.png "나라가 망하고 있는데 지금 웃고 있어요!"
 

??? : (내가 해쳐먹어야 할) 나랏돈이 로마에 배상금으로 넘어가다니 눈물이 절로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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