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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서울 성북구 삼양동
성북구 하면 눈치빠른 펨붕이들은 알겠지만
여긴 60년대 대표적인 판자촌 중 하나였다
딱 봐도 도로가 라면사리마냥 꼬여있다.
암튼 1962년 1월 25일 여기서
65세 노인 한 명이 급사를 하는데
이 분 사망하기 전 입에 달고 사는 말이
"고깃국 한 번 먹고 죽으면 소원이 없겠다"
그리고 정말 고깃국 먹고 돌아가셨는데
진짜 문제는 이 다음 일어났다.
당시 상부상조 문화에 따라 동네 목수 둘이
"그래도 동방예의지국인데 입관은 해야죠"
라며 돈 한푼 안 받고 관을 짜줬는데
가진 것 없이 선의에 가득한 이 두 대인배들이 동시에 사망했다.
원인은 고인의 배우자인 노부인이 대접한 음식이었다.
바로 다름아닌 복어.
정확히는 복어 내장으로 끓인 탕이었다.
감히 이름붙이길 복어내장탕 사건.
요즘에는 작정하고 암살시도라도 벌일 거 아닌 이상
복어 내장은 실수로라도 내줄 수 없는 식재료인데
60년대 대한민국은 말 그대로 빈곤의 시대였다.
일단 먹을 걸로 보이는 건 뭐든 입에 처넣던 시기였다.
하다못해 복어 내장인지 명태 내장인지
그걸 구분하는 건 빈곤층에게는 불가능한 시대였다.
(안다 하더라도 설마 하는 시대였으니 설명이 필요Hanji?)
그니까 결국 남편도 복어내장탕 먹다 소원대로
(복어)고깃국 먹고 황천길 익스프레스를 탄 거고
그게 복어 내장인지도 모른 노부인의 무지&호의 콜라보로
두부와 양념으로 리모델링한 RE:복어내장탕 때문에
관 짜주러 온 목수 둘이 연타로 비명횡사한 거다.
1962년 당시 기사.
복어알과 바꾼 가난한 목숨, "무지의 식욕도 화근"
이런 제목의 기사는 당시 여론을 격앙시키기 충분했고
이런 어이없는 죽음에 결국 대통령까지 나서게 된다.
당시 윤보선 대통령은 비서를 통해 각 2만환을 부조했고
서울시장은 각 상갓집에 쌀 한가마를 돌렸으며
시청 및 공무원을 동원해 장례식을 지원한다.
이게 오늘날 얼마 정도의 가치냐면
당시 판사 월급이 쌀 두 가마 가격인 55,000환 정도였다.
당시 빈부격차를 생각하면 유족들 입장에서
빈민층은 평생 만져보기도 힘든 큰 돈이라는 건 확실하다.
(당시 일용직이 아무리 잘 벌어봐야 하루 300환 정도였다)
요즘도 돈 없으면 죽지도 못하는 시대인데
그 시대에 지자체에서 장례까지 치러준 걸 감안하면
저 때 여론이 얼마나 험악했는지 짐작이 가능하다.
복어 사망 사고는 60년대에 굉장히 흔했는데
오죽하면 일가족 삼도천 익스프레스 사유가
1순위가 연탄가스였고 2순위는 복어였다.
1960년부터 이미 시장바닥에서 아무렇게나 내다 버리는
복어 내장이나 알 주워먹고 집단으로 사망하는 사고가 하도 많아서
"복어 부산물 잘못 버려서 사람 죽으면 사법처리할거다!"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이렇게 경고했음에도
묻어둔 복어알까지 파먹는 빈곤 때문에 사망사고는 계속된다.
(1950~60년대까지 매년 복어로 20~30명이 사망)
심지어 저 복어내장탕 사고가 일어나기 전인 1961년
지게꾼 가족 중 아내가 끓인 "복어 알탕(!)" 때문에
아내가 사망하고 남편은 겨우 목숨만 건진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돈이 없어 연탄도 못 때던 5인가정이었다)
그리고 소름끼치는 사실은
이렇게 가난 때문에 복어로 죽는 사례는 70년대까지 계속된다.
대충 보이는 예시가
1. 동물사료용 부산물 더미에서 복어 알 몰래 주워먹고 사망.
2. 어선 바닥에 죽은 복어를 구워먹고 어린이들이 집단사망.
3. 시장에서 버린 복어알 안주삼아 먹은 근로재건대원들 집단사망.
이런 일이 한 해에 몇 건씩이고 계속 일어났다.
(다만 70년대 후반부터는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심지어 2015년에는 노숙자 둘이 인근 건조장에서
건조중이던 복어와 (복어)알을 훔쳐와
안주삼아 궈먹다가 둘 다 사망했다
ㅊ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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