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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에 원폭이 투하되고 오십년이 지났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폭심지에서 1,2킬로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피폭당했다.

다행히 학교 담벼락 근처에 있어서 기적적으로 살았지만 앞에 있던 여성은 전신에 열선을 맞고 즉사했다.

폭풍으로 가옥들이 쓰러지고 거리에는 온몸의 피부가 새카맣게 탄 사람들의 유령같은 행진이 이어졌다.

내 아버지와 누나, 남동생은 쓰러진 집에 깔려서 어머니가 필사적으로 구해내려했지만 기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화재가 일어나서 남동생은 '엄마, 뜨거워, 뜨거워' 라고 외치며 죽어갔다. 그 비참함은 도저히 '지옥'이라는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후, 나는 '원폭'이라는 말에서 눈과 귀를 돌리고 도망쳤다.

그때의 처참한 광경이 눈에 떠오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피폭후 21년간 살아오신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방사능의 영향때문인지 화장으로 부슬부슬해진 유골을 보고

'원폭은 소중한 어머니의 유골까지 빼앗아가는가' 라며 분노로 떨었다.

이 감정을 에너지로 삼아서 원폭을 테마로 한 만화 '맨발의 겐'을 그렸다.

그건 내 자전적 이야기이며, 그린 내용은 전부 체험한 것들이다.

그 후 수많은 독자들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전쟁과 원폭이 이렇게 비참한 것인줄 몰랐다'

'두번 다시 이런 일은 용납할 수 없다' 라는 내용이 거의 대부분이었지만

이걸로 다음 세대에게 바톤 터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기뻤다.

'이제부터 앞으로 누군가가 전쟁이나 원폭을 긍정하는 말을 해도 절대로 믿지마라'

그것이 원폭 체험자로서의 내가 장래에 전하고 싶은 메세지다.


1995.8.5 게재

만화가 나카가와 케이지 (1939.3.14 – 2012.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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