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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월 10일,스위스 취리히 국제공항.

작은 사브-340B 항공기가 활주로에서 이륙준비를 하고 있었다.

Crossair-hb-akk.jpg

이 작은 항공기의 편명은 바로 크로스에어 498편.

10명이 탄 스위스 취리히 국제공항에서 드레스덴 공항까지 가는 항공편이었다.

기장은 소련출신 파벨 그루진,부기장은 라스티슬라프 콜레쟈였다.

이들은 모두 사브 340기종 비행시간이 1,000시간이 넘는 사람들이었다.

HB-AKK_SF.340B_Crossair_ZRH_28AUG99_(6923683435).jpg

아무튼,오후 5시 54분.498편은 관제탑으로부터 이륙허가를 받았고 곧바로 하늘위로 날아올랐다.

498편이 이륙에 성공한 후,관제탑은 498편에게 계기출발항로(항공기가 순항항로로 가기전까지 비행해야하는 항로)의 변경을 알려주고 왼쪽으로 선회하라고 했다.

498편은 이제 왼쪽으로 선회해 드레스덴으로 가는 항로로 들어가야 했다.

곧 498편은 관제탑의 지시대로 천천히 왼쪽으로 선회했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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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그루진 기장이 498편을 우측으로 선회시키기 시작했다!

당황한 부기장이 제지했지만 그루진 기장은 계속 조종간을 우측으로 기울이며 498편을 오른쪽으로 기울게했다.

결국 498편은 오른쪽으로 나선형 회전을 하며 추락하기 시작했고...

crossair-498-2.jpg

이륙 2분후인 5시 56분,498편은 결국 들판에 추락했다.

생존자는 없었다.

시체도 없었다.

항공기가 너무 빠르게 부딪혔기 때문에 시체들도 전부 수천개의 고기조각으로 찢겨나갔던 것이다.

스위스 항공 사고 조사국은 급히 조사단을 파견해 사고원인 파악에 들어갔고,다행히 멀쩡한 상태로 있는 블랙박스를 발견할 수 있었다.

곧바로 조사단은 비행기록장치와 조종실 음성기록장치 분석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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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브 340의 플랩

음성기록장치와 비행기록장치가 분석되는 동안,조사단은 498편이 왜 갑자기 오른쪽으로 기운건지 조사하기 시작했다.

첫번째 용의자는 플랩이었다.

오른플랩이 이륙중 가동이 안되었다면 항공기가 그대로 기울수 있었고,그대로 추락할수도 있었다.

조사단은 곧바로 498편의 플랩잔해들을 조사했다.

하지만,플랩의 잔해들에는 아무런 고장이나 오작동의 흔적이 없었고,결국 플랩 고장설은 폐기되었다.

한편 이와중에 사고목격자들이 498편이 불이 붙은채로 추락했다 진술했기 때문에 한때는 화재추락설도 고려되었으나,조사결과 목격자들이 잘못봤다는게 드러나 화재추락설도 폐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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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객실승객의 휴대전화가 수신한 전파가 조종실 기기의 고장을 불렀을 수도 있단 가설이 세워지기도 했고,놀랍게도 실험에서 극히 짧은시간이긴 하지만 정말 지상에서 항공기 휴대전화로 보낸 전파가 조종실에서 포착되기도 했지만,이 가설 역시 증거부족으로 보류되었다.

이렇게 사건조사가 미궁에 빠져갈때쯤,마침내 조사단에서 두개의 결정적 증거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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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498편 현장에서 발견된 약품

첫번째는 기장이 약물을 복용했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던 것이다.

부검결과 기장은 사고당시 벤조디아제핀을 복용한 상황이었고,기장의 가방에서도 페나제핌이 발견되었다.

이 약들은 판단력을 둔하게 하는 부작용이 있었다.

어쩌면 기장이 이 약들을 먹고 실수를 저질렀을수도 있던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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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두번째는 조종실 음성기록장치 녹음기록이었다.

녹음기록을 확인한 조사단은 498편이 왜 급하게 오른쪽으로 기울었는지 알게되었다.

기장이 조종간을 오른쪽으로 꺾었었던 것이다.

무슨일인진 몰라도 기장은 부기장의 만류를 무시하고 계속 오른쪽으로 항공기를 기울게했고,결국 498편을 추락시킨 것이었다.

조사단은 이 증거들을 토대로 기장이 미상의 이유로(아마 핸드폰 신호를 잘못알아들었을수도 있고,약물복용으로 판단을 잘못내렸을수도 있음) 항공기를 우선회시켜 사고를 냈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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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아직 몇가지 의문점이 남아있었다.

1.아무리 판단을 잘못했다고 해도,이미 좌선회 지시를 받은 상황인데 기장은 왜 계속 우선회한걸까?

2.부기장이 말리기까지도 했는데 왜 우선회를 멈추지 못한걸까?

조사단은 구소련지역의 조종사 교육법과 추락당시의 조종실 음성기록녹음을 듣고 그이유를 알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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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기장이 계속 우선회를 한 이유는 간단했다.

기장이 파일럿 교육을 받은 구소련권의 자세지시계와 서구권의 자세지시계가 보는법이 달랐던것이다.

동구권 자세지시계는 항공기 마크가 움직여 항공기의 선회를 표시하고,서구권 자세지시계는 배경이 움직여 항공기의 선회를 표시했던것이다.

그렇다면 소련 출신 파일럿인 기장에게는 서구권 자세지시계의 오른쪽으로 기운다는 표시가 왼쪽으로 기운단거로 보여질수도 있었다.

이미 모종의 이유로 판단력을 상실한 기장은 무의식적으로 배웠던 기억에 의존해 498편이 왼쪽으로 기우는거로 착각해 조종간을 계속 오른쪽으로 기울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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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부기장의 조언을 기장이 제대로 듣지않은 이유도 간단했다.

부기장이 너무 당황한나머지,기장에게 그냥 '왼쪽!'이라고 말했던 것이다.

기장은 이 말이 왼쪽으로 방향을 틀라는 말이 아닌 왼쪽으로 기울었다는 말로 알아들었던 것이다.

게다가,부기장은 관제탑에게 지시받은 '좌선회로 항로가 바뀌었다'는 말을 기장에게 전해주질 않았고 바뀐 항로를 항공기 기기에 기입한후 사고직전까지 기장에게 좌선회하란 말만 했다.

기장은 항로변경과 관제탑의 지시에 대하여 알수 없었던것이다.

그러니 기장은 부기장의 제지를 받아들일수도,알아들을수도 없었다.

한마디로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되었던 것이다.

조사단은 부기장의 소통부족으로 기장의 실수를 고치지 못했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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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단은 최종보고서에서 기장이 오토파일럿을 사용하지 않고 우선회한것과 부기장이 기장에게 항로변경에 대해 말하지 않은것,조종사들의 소통문제등을 지적했다.

조사단은 이외에도 약물,핸드폰 전파,동유럽과 서유럽의 수평지시계 차이등이 원인일수 있다고 발표했다.

사고후 크로스에어는 사브 340 기종을 순차적으로 퇴역시켰으며,사고에 휴대전화가 관련되어있을수도 있다는 조사단의 보고서는 전유럽에 항공기 비행중 휴대전화를 쓰면 안된다는 인식을 널리 퍼지게 했고,후일 항공사들의 이착륙중 휴대전화 사용금지란 규정을 촉발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498편 사고 희생자 10명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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