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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동독 동베를린의 이벤트홀 카페 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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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잉그리드 루스케

이 홀에서 웨이트리스로 근무하던 동독인 잉그리드 루스케에게는 비밀이 하나 있었다.

딸을 가진 이혼여성이었던 그녀는 2년전인 1976년에 서베를린에서 살던 호른스트 피셔란 건설업 근무자를 우연히 만나게 되었고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그후 1978년까지 잉그리드와 호른스트는 가끔씩 동베를린에서 만나 사랑을 나누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은 사랑을 깊이 나누거나 계속 같이있을수 없었다.

서독시민 호른스트의 동베를린 체류기간도 정해져있었고,만약 호른스트와 잉그리드의 사랑이 들키면 동독 비밀경찰은 당연히 '반동' 잉그리드를 체포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결혼은 꿈도 못꾸었고,잉그리드와 호른스트는 이런 현실에 절망할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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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장벽 건설을 찍은 사진.슬픈 표정의 서독 경찰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어떻게해야 호른스트와의 사랑을 이룰수 있을지 고민하던 잉그리드는 카페 모스크바 바의 책임자이자 친구인 한스 데트레프 티더에게 자기의 비밀을 털어놓으며 어떻게 해야할지 조언을 요청했다.

베를린장벽 건설이후 서베를린에 있는 아들과 만나지 못하고있는 상황이었던 데트레프는 잉그리드의 고민에 깊이 공감했고,잉그리드와 같이 어떻게 해야 서베를린에 있는 그들의 애인과 아들을 만날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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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동독 여권,우:서독 여권

고민하던 그들은 묘안을 하나 떠올렸다.

그 묘안은 바로 위조여권이었다.

호른스트가 잉그리드,데트레프,잉그리드의 딸을 위한 위조 서독여권을 만들어오면 데트레프와 잉그리드는 동독에서 그 위조여권을 받아 배를 타고 그대로 서독으로 망명한다는 것이었다.

호른스트는 사랑하는 잉그리드와 계속 만날수 있다는 생각에 바로 데트레프와 잉그리드의 이 제안을 승낙했다.

이 셋은 8월 26일에 폴란드에서 만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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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독 비밀경찰 슈타지

하지만 이들의 계획은 허무하게 실패했다.

동독에서 낌새를 채고 폴란드에 온 호른스트를 재빨리 체포해 8년형을 때렸었던 것이다.

폴란드에서 4일간 호른스트를 기다린 잉그리드,그의 딸과 데트레프는 호른스트가 오지않자 그가 체포되었다는것을 알게되었고,공황상태가 되었다.

호른스트가 들켰다면 그의 위조여권 역시 들켰을것이고,그렇다면 잉그리드 일행 역시 동독의 표적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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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어떻게할지 고민하던 잉그리드와 데트레프는 우연히 잉그리드의 딸이 장난감 총을 가지고 노는것을 보게되었고,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곧바로 그들은 폴란드 시장에서 진짜같아보이는 모형 권총을 구매한 후,8월 30일에 그단스크에서 동베를린 쇠네펠트 공항으로 가는 LOT 폴란드항공 165편(기종:TU-134/69명 탑승)에 탑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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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T 165편의 실제 모습

데트레프와 잉그리드는 코냑을 마셔 긴장을 푼 후,모형 권총을 들어 승무원 한명을 인질로 잡고 조종실로 자신들을 들여보내게 했다.

결국 승무원은 조종실 문을 열어주었고,데트레프는 조종사들에게 서베를린 템펠호프 공항으로 갈것을 요구했다.

165편 조종사들은 결국 템펠호프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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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독 공군의 미그-21 전투기

165편이 서베를린으로 방향을 돌리자 동독은 전투기 두대를 발진시키고 165편 조종사들에게 당장 방향을 돌리지 않으면 격추하겠다고 협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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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동독의 협박에도 165편 조종사들은 방향을 돌리지 않았고,동독은 즉시 165편을 격추시킨후 일반 사고로 위장하려고 했다.

그러나...165편이 격추되는 일은 없었다.

165편 조종사들은 영리하게도 납치후 몰래 주파수를 바꿔놓아 교신내용이 서독에게도 들리도록 해놓은 것이었다.

동독은 뒤늦게 이를 알아차리고 서구권 국가들에게 책잡힐 건수를 주지 않기 위해 전투기들을 복귀시켰고,165편은 무사히 템펠호프 공항으로 갈수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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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 40분쯤 165편은 템펠호프 공항에 도착했고,처음엔 관제사의 불허로 한동안 착륙이 불가했으나 주독미군이 165편이 템펠호프 공항에 착륙을 할수있게 압력을 넣어주어 오전 10시에는 착륙허가를 받을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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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베를린 템펠호프 공항

그러나 165편에겐 아직 한가지 문제가 더 있었다.

템펠호프 공항의 활주로길이는 최대가 1700m정도인데 165편의 기종인 TU-134의 착륙에 필요한 최소한의 활주로길이는 그보다 400~500미터 더 길었던 것이다.

이대로 템펠호프에 착륙하는건 매우 위험했다.

설상가상으로 165편의 연료는 이제 위험한 수준으로 낮아진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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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게되자 165편 조종사들은 차라리 쇠네펠트로 회항하기로 했다.

그러나 쇠네펠트 회항소식을 들은 데트레프와 잉그리드는 자기들의 사연을 털어놓으면서 165편 조종사들에게 제발 템펠호프 공항에 착륙해달라고 애원했고,결국 조종사들은 그대로 템펠호프에 착륙하기로 했다.

1차 착륙시도는 실패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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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편이 착륙한후 찍은 사진

놀랍게도 2차 착륙시도는 성공했다!

165편은 활주로를 단 12m만 남기고 착륙에 성공했으며,잉그리드 일행 3명과 납치에 관여하진 않았지만 서독 망명의사를 밝힌 승객 6명은 무사히 서독에 망명할수 있었다.

나머지 탑승객들은 전부 조사후 셔틀버스를 타고 동독으로 보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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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버트 스턴

망명후 잉그리드 일행은 인질극,무기소지,납치 혐의로 미합중국 베를린 법원에서 허버트 스턴 판사에게 재판을 받게되었고,다행히 스턴 판사가 그들의 절박한 사정을 감안해주어서 잉그리드와 그의 딸은 무죄/데트레프는 징역 9개월형이란 가벼운 형을 선고받을수 있었다.

한편 동독에게 체포되어 8년형을 선고받은 호른스트는 그의 애인 잉그리드의 요청을 받은 미국정부의 압박덕분에 80년에 무사히 석방될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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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른스트와 잉그리드는 마침내 함께할수 있었고,데트레프 역시 그의 아들과 눈물겨운 재회를 할수 있었다.

호른스트와 잉그리드는 1985년에 결혼했고,그들은 4년후 그들의 사랑을 가로막았었던 베를린 장벽이 붕괴하는 것을 지켜볼수 있었다.

호른스트는 2006년에 사망했고 아직(2021년 기준) 살아있는 데트레프와 잉그리드,잉그리드의 딸은 가끔씩 신문에 출현하기도 하면서 행복한 말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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