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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피츠제럴드

 

때는 1차대전이 막 시작되던 1914년,영국 해군제독 찰스 피츠제럴드에겐 한가지 고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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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바로 군대에 입대하는 사람이 적다는 것이었다.

1차대전 발발 당시의 영국군은 모병제로 인력을 충원했고,이때문에 징병제 국가들보다 병력이 부족했다.

물론 영국이 1차대전에 참전하기로 결심한지 40일만에 약 100만명 이상이 입대신청을 하긴 했지만,이후로도 이러한 입대러쉬가 이어질지는 모르는 것이었다.

 

이때문에 영국은 병력 운용에 소극적일수밖에 없었고,원래부터 징집제를 강력하게 찬성했던 피츠제럴드 제독은 이를 안타까워할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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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피츠제럴드 제독은 이러한 모병제 환경에서도 최대한 많은 남자들을 군대에 입대시킬수 있는 방법을 구상하기 시작했고,얼마후 좋은 방법을 떠올렸다.

1914년 8월 30일,피츠제럴드 제독은 자신의 고향인 포크스톤 시에서 30여명의 여자를 불러모은 후 하얀 깃털을 나누어주며 군인 제복을 입지 않은 남자들에게 하얀 깃털을 주거나 옷에 꽂아주라고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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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얀 깃털을 나누어주라고 한거냐면,당시 영국엔 하얀 깃털이 겁쟁이,비겁자,나약함의 상징이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1902년에 나온 '네 개의 깃털'이란 소설은 이러한 관념을 크게 강화시켰다.

피츠제럴드 제독은 이걸 이용해 남성들에게 수치심을 심어주어 입대를 유도하러 한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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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워드

 

이러한 행동이 어느정도 성과를 거두는데 성공했는지,피츠제럴드는 곧바로 영국의 유명 작가인 메리 워드와 각종 저명인사들의 지원으로 '흰깃털단'(혹은 흰 깃털 기사단)이라는 조직을 성립했다.

 

흰깃털단은 곧바로 영국 전역에서 활동하며 남성들에게 흰 깃털을 주기 시작했고,이러한 운동은 식민지들까지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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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운동이 빠르게 확산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영국의 페미니스트들 덕분이었는데,당시 영국 페미니스트 대빵이었던 에멀린 팽크허스트는 물론이고 다수의 영국 페미니스트들이 이 운동을 독려하며 영국 여성 다수를 끌어들였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이 운동이 영국 여성들도 국가를 도와줄수 있다는걸 보여줄수 있는 기회로 보았고,자신이 전쟁에 참전할수 없으니 이렇게라도 국가에 봉사하겠다는 페미니스트도 있었다.

그 결과,다수의 영국 여성들이 흰깃털단에 참가하며 포크스톤 시에서만 일어났던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대되었던 것이다.

 

물론 실비아 팽크허스트,버지니아 울프 같은 평화주의자 여성들이나 국제여성평화자유연맹 단원같은 반전주의 페미니스트들은 이건 미친짓이라며 반대했으나 다수의 탄압에 이들의 의견은 수면위로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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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깃털단을 묘사한 삽화

 

이후 흰깃털단과 이들과 연대한 여성단체들은 제복을 입지 않은 젊은 남성들의 옷에 하얀 깃털을 꽃고 손에 하얀 깃털을 쥐어주었고,이에 다수의 영국 남성들이 군에 입대신청을 해 군대의 병력자원이 크게 늘어났다.

이를 본 아서 코난 도일같은 다른 영국 저명인사들도 대거 이를 독려했고,흰깃털단의 위세는 매우 강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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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운동이 장기화되기 시작하자 본격적으로 문제점들이 수면위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깃털을 꽃을 대상이 제대로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제복을 입지 않은 군인들에게 깃털을 꼽다보니 오인사격이 빈발했고,심지어 적국 출신의 독일인에게까지 깃털을 꼽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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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깃털단의 선전물

 

흰깃털단의 단원들은 공장에 있어야만 하는 숙련공,병약해 입대가 불가능한 사람,반전주의자,공무원같은 사람들에게까지 깃털을 꼽았고 이들이 자신의 사정을 설명해도 겁쟁이라며 그들을 조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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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십자장

 

여기까지라면 그래도 실수라고 이해를 해줄수 있었으나,흰깃털단의 만행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들은 지옥같은 전장에서 살아돌아온 전역자,훈장을 수여받아야 해서 일시적으로 후방으로 온 정예병,심지어 휴가나온 군인들에게까지 깃털을 주고 그들을 힐난했다.

갈리폴리에서의 공로로 영국 최고의 훈장인 빅토리아 십자장을 수여받아서 훈장수여를 위해 수여장소로 이동하던 병사 조지 샘슨도 흰깃털단의 단원에게 깃털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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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깃털단은 또한 미성년자들에게도 깃털을 주었다.

이들은 고작 15~16세의 나이인 미성년자들에게도 깃털을 주었고,이에 다수의 미성년자들이 입대해 전장에서 싸우다 목숨을 잃었으며 심지어 군대에서 병으로 입원했다가 나이를 속인게 걸려 쫓겨났다가 깃털을 받고 조롱당해,그것도 자신이 군대에서 쫓겨난 이유에 대해 설명했는데도 조롱을 받아 또다시 입대한 16세 미성년자의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흰깃털단의 만행 중에서도 최악이었던 것은 상이군인들에게도 깃털을 준 것이었다.

이들은 모르고 한것이든 알고도 한것이든 상이군인들에게도 깃털을 꼽고 그들을 비판했고 상이군인들은 이러한 모멸감을 계속 견뎌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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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전용사들에게 준 '은색 전쟁 배지'

 

이러한 사건사고가 연속해서 발생하자 결국 1916년,영국 내무장관 레지널드 맥캐나는 이 인물이 입대하면 안됨을/복무중이거나 전역했음을 알리는 다수의 배지와 휘장을 병사들과 공무원,전역자들에게 발급해 흰깃털단을 제어하려고 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고,오히려 이걸 발급받으려 가던 사람들이 깃털을 뭉탱이로 받는 일이 잦았기 때문에 욕만 바가지로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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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샹달 전투의 참상

 

결국 1916년에 영국 정부가 모병제를 폐지하고 징병제로 전환해 강제징집을 시작하면서 흰깃털단의 영향력은 점차 축소되었으나 그래도 다수의 여성들은 계속 남자들에게 깃털을 꼽았다.

이때쯤이면 입대하지 않은 남자들은 미성년자,노인,병약자,장애인,입대하면 안되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밖엔 없었지만 일부 여성들에겐 흰깃털단 활동은 남성들을 수치스럽게 할수있는 재미있는 기회였던 것이다.

 

이때문에 1917년에도,1918년에도 흰깃털단은 질기게 활동을 이어나갔고,이들의 만행도 계속되어 1917년에는 1차대전에서도 역대급으로 참혹한 전투였던 파스샹달 전투에서 간신히 빠져나와 휴가를 나온 어니스트 앳킨스 상병에게 한 여성이 깃털을 꼽았다가 "파스샹달의 전우들에게 전해주마!(후략)..."이라는 말과 함께 얻어맞는 일도 있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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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8년에 마침내 세계대전이 끝나고 흰깃털단에 대한 비난이 커지면서 흰깃털단의 활동은 마침내 종식되었으나 그들이 저지른 짓들의 대가는 컸다.

다수의 남성들이 흰깃털단을 피해 나갔다가 초개같은 목숨을 버려야했고,공무원들과 전역자/기타 사정으로 인한 입대불가자들은 대전기동안 온갖 조롱과 모욕을 견뎌야 했으며,심지어 이로인해 자살하는 일까지 있었다.

영국 사회의 성별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졌고 흰깃털단에게 피해를 본 이들이 이후 여성 인권운동에 방해물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흰깃털단 운동에 참가한 다수의 여성들 역시 자신의 일가친척들을 전쟁에서 잃고 자신들의 행동을 후회해야만 했으며,이중 일부는 반전운동가가 되었다.

 

한편,2차대전중 흰깃털단을 부활시키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비난만 받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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