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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5일간의 단기 휴가가 실시되었다. 제주 출신들에게는 특별히 뱃길이며 거리 등을 감안하여 2일을 연장해서 7일 동안의 휴가가 허용되었다. 오랜만에 고향산천을 돌아보고 가족들과 재회한다는 것은 한없이 반가운 일이었다.

 

나는 다른 전우들과 함께 처음으로 휴가증을 받아들고 3년 만에야 고향으로 가는 기쁨을 누렸다. 온 가족이 무사하기만을 하느님께 빌면서. 그해 8월경으로 기억된다.

 

휴가병들은 모두 들뜬 마음으로 서울역 앞에 집결하였다. 첫 휴가라서 그런지 사고예방차원에서 그런건지 절차가 꽤 복잡하였다. 휴가기간 동안의 유의사항들을 조목조목 설명을 듣고 나서야 부산행 열차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역시 해병대가 있는 곳은 시끄러웠다. 열차 안을 임검하는 군인들은 모두 해병대 헌병들이었다. 다른 군인들에게는 임검 등 제재를 가하면서 우리들 앞에서는 거수경례를 부치고 제발 조용하기만 해달라고 사정까지 하였다. 임검 헌병들은 모두 우리의 한참 후배들이어서 오히려 우리 일행을 호위하다시피 하였다. 우리 일행들은 열차를 타고 내려오면서 즐거움을 만끽하였다.

 

그런데 우리 눈을 거슬리게 하는 것이 있었다. 대전과 대구 등 큰 도시들을 지날 때마다 커다란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대대적인 궐기대회가 행해지고 있었다. ‘휴전이 되어 좋다’고 하는 대회인 줄 알고 유심히 살펴보던 우리는 의외의 사실에 너무나 놀랐다. ‘휴전반대’와 ‘신탁통치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는게 아닌가!

 

휴전 직전에 우리 군대는 휴전선을 한 발짝이라도 더 넓게 차지하려고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는가!

 

잠시 동안이나마 휴전을 해서 우린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군인들이 몸을 바쳐 싸운 전공도 모른 채, 피비린내가 끊이지 않는 치열했던 전쟁의 참상을 전혀 모르는 후방에서 ‘휴전반대’ 대회를 한다고 하니 괘씸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이 정신 나간 사람들아! 같은 동족끼리 언제까지 총구를 겨누고 있으란 말이냐? 이 피비린 냄새가 안 나느냐? 후방에서 간이 부어도 한참이나 부었구나!”

 

실컷 화풀이를 해대었다. 궐기대회를 하는 군중들을 향해 돌팔매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3년 만에 모처럼 나선 휴가길인데 후방에서 대대적인 환영행사라도 기대했건만…… 정말 실망이 컸다. 목숨을 바치며 싸워 국토를 지키는 군인들에 대해 후방에선 관심도 없단 말인가? 기가 막힐 일이었다.

 

조국을 수호한 푸른 넋들, 양연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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