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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40대 중반이다. 지금까지 살면서 투자라는 것을 해 본적이 없다. 주식도, 경매도, 부동산도, 심지어 어떤 종류의 복권도 사 본적이 없다. 이상이 투자와 관련한 나의 전무한 이력이다.

 

그리고 나는 어떤 종류의 빚도 없다.

 

나와 처와 두 자식이 살고 있는 집 한 채, 10년 된 자동차 하나, 그리고 몇 개의 보험이 유지되고 있다. 이상이 나의 재정과 관련한 이력이다. 그 동안 내 머리 속의 시스템은 투자와 투기를 분간하지 않았다. 투자는 투기이며, 투기는 투자라는 공식, 말하자면 어떤 갑갑한 고정관념이 있었던 것이다. 물론 나는 이런 면에서는 갑갑하지만, 그러나 나는 어떤 면에서는 갑갑하지 않다. 어떤 면에서 갑갑하지 않다는 의미는,

 

내가 생각하기에 어느 정도의 인문학적 소양과 인간의 심리에 대한 이해가 있다는 이야기다. 쉽게 이야기해서 개방적 사고를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며, 소위 틀딱(?)의 이미지와는 조금 거리가 멀다는 자평인 것이다. 이런 개방적 사고가 약간이나마 있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전 세계에 불고 있는 이 미친 광기에 나도 쓸려서 그런 건지, 어쨌든 나는 가상화폐에 손을 되게 되었다. 그리고 가상화폐가 비트코인만 있지 않고 다른 것들도 있다는 것도 알았다. OTP가 무엇인지도 몰랐다. 유트브를 통해 가상계좌 만드는 법을 배우고 결국엔 내 손의 아이폰으로 가상화폐를 구매했다. 처음에 10만원으로 시작했고, 그것이 50만원이 되자, 나는 아내에게 이백만원만 달라고 했다.

 

이익이 어쨌든 생겼기에 그 동안 추이를 지켜보던 아내는 나에게 이백만원을 군말없이 주었다. 그런데 며칠 후 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내가 빗썸의 계좌에 삼천만원을 원화로 이체했다는 것이다. 자기 핸드폰을 보여주면서... 나는 아내에게 말했다. '무슨 배짱으로 그렇게 큰 돈을 넣었냐? 간땡이가 부었냐?'

 

참으로 여자들이 한 번 간땡이가 부풀어 오를 때는 남자들은 그 간땡이의 크기에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 어쨌든 돈만 넣어놨지, 가상화폐는 사지 않았다고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찜찜했다.

 

지금까지 내조를 잘하고 여러모로 조신한 아내가 가상화폐에 손을 되기 직전까지 가고, 나 역시, 지금 가상화폐에 강력한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200만원이 700~800만원 까지 가고, 그리고 다음 날 그것이 순식간에 떨어졌다. 동시에 내 심리 상태도 매우 불안정했다. 사야 될지, 팔아야 될지,

 

숫자를 들여다보고, 숫자만 보는 데도,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재미있는 영화를 보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래서 나도 이런 생각이 드디어 들었다. 비트코인 좀비란 것이 바로 이런 것을 말하는 구나. 앞으로 가상화폐가 어떻게 자리 잡을지 모르겠다. 중앙은행과 정부의 규제를 벗어난 투명한 신개념 화폐가 될지, 돈 놓고 돈 먹는 도박으로 끝날지, 확실히 시간이 말해줄 것 같다. 그러나 나는 가상화폐 3주를 하면서 결론을 내렸다.

 

나는 더 이상 빗썸 사이트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신경을 전혀 안 쓸 수 없지만, 투자 한 돈 200만원 없었던 셈 쳐야 되겠다고 결론내렸다. 왜냐하면, 내 인생 3주 동안 이렇게 삶이 피폐해진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책 한 권 읽지 못했다.

 

조용한 산책 한 번 못했다.

 

아이들한테도 신경쓰지 못했다. 모든 것이 돈으로 개념화 된다. 인문학적 소양 등, 인간이라면 잡아야 되는 기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들이,

 

우후죽순 낙엽처럼 폭락(?)했다. 정말 젖같고, 개같고, 지랄 맞았다. 피폐가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면, 무엇을 표현하는 단어이겠는가? 이것은 인간이 할 짓이 아니다. 물론 나는 안다. 꿈과 야망에 찬 젊은이었던 '보나파트라 나폴레옹'도 돈의 힘 앞에 무릎을 꿇었다는 것을.

 

종교개혁자들도 돈의 위력을 무시하지 않았다는 것을. 고전 인문학의 메시지도 돈의 힘을 결코 무시하지 않았다는 것을. 그러나 나는 이것도 안다. 그 돈의 힘을 완전히 무시하지 않은 채,

 

그럼에도 돈 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안고 가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나는 내 자신을 찾기 위해, 나는 다시 상식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다시금 정직하게 흘린 땀을 통해서 돈을 버는 것을 자족하게 여기고 주어진 삶의 범위 내에서 자족하는, 그 상식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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