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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와 다름이 없던 하루였다.
학교가 끝난 나는 자연스럽게 주위를 살폈고
꽤 비슷하게 생긴 차를 보았다.
그대로 직진해 차를 탔지만
그 안에는 아쉽게도 아저씨는 없었다.
"야. 이제 쟤 쫌 꺠워.
씨발, 재운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눈을 안떠?"
오한이 느껴져 정신이 들었을 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아저씨는 아닌데
비슷한 느낌의 사람이 날 보며 서 있었다.
"공주님 일어나셨네?
너 이상혁 이거지?"
그 말을 하며 대충 새끼 손가락을 흔들던 그 사람은
기분 나쁘게 내 턱을 잡았다.
나는 상황을 이해해보려
이러저리 눈만 굴리고 있을 뿐이었다.
왜 내가 정작 제일 당신이 필요한 순간에
당신은 내 옆에 존재하지 않을까.
"너 지금 이상혁이 되게 대단해 보이지?
내가 본 걔 여친만 몇 명이게? 응?"
"문하나라고 알아?
걔가 지이인짜 예뻤거든.
이상혁 여친 중에 탑!"
다 짜증나는 말들 뿐이었다.
문에서 굉음이 들렸다.
듣고 싶은 목소리가 들린 순간이었다.
"동민아. 쟤 재워."
한비서님이 나에게 주사를 놓으러 달려왔다,
"싫어. 저 건들지 마세요."
"미안해. 조금만 자자. 일어나면 다 해결될 거야."
"이야~ 상혁아! 아주 신기록이다?"
"너도 참 바쁘게 산다.
날 건든 방법이 겨우 이거야?"
"응. 우리 상혁이가 약점이 없더라.
얼마나 짜증났게?"
"애를 건들여?"
"왜그래~
큰형님이 우리 이렇게 싸우는 거 아시면
하늘에서 얼마나 슬퍼하시겠어?"
우리는 최근까지, 그러니까
'큰형님'이라는 사람을 내가 죽이기 전까지는
나름의 형제였다.
"내가 너는 못 죽일 것 같아?"
"상혁아. 생각은 바로 해야지.
내가 오늘 너를 왜 불렀냐.
이걸 물어야지!"
"안궁금해. 어차피 오늘 뒤질 건데."
"야! 내 말을 씨발 들으라고!"
"내 여자를 납치했을 때는
목숨 정도는 걸었어야지."
눈을 뜨니 이미 아저씨의 방 침대 위였다.
"머리 안아프나? 수면제 처음이라 아플 수도 있는데."
"그럼 안쓰는 것도 방법 아닌가."
"어쩔 수 없었어."
"아저씨"
"응."
"..문하나라고 알아요?"
아저씨의 표정이 빠르게 굳어갔다.
이건 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너가 하나를 어떻게 알아?"
"그게 중요한 가.
내가 문하나의 존재를 안 게 중요하지."
"내 돈 빌려가고 죽은 애 있어.
가족도 없어서 장례도 내가 다 해줬어.
그게 문하나야."
하늘에서 돌덩이가 쿵-하고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그 사람이랑 아저씨
어떤 관계였어요?"
"채권자와 채무자."
"끝?"
"응. 뭐 더 있어야 해?"
"아니..그건 아닌데."
"오늘 그 새끼들한테 뭘 들은 지는 모르겠는데
나는 지금 너가 더 서운하네."
아저씨의 눈이 흔들리는 것을 봐버렸다.
"여주야.
아저씨랑 약속 하나 하자."
"뭔데요,"
"오늘 같은 일 다시는 없을 거라고 장담할게.
내가 실수했어."
아저씨는 내 손을 살짝 잡으며 말했다.
그 손이 참, 따뜻했다.
"너가 어디서 나에 대해 어떤 말을 듣던
내 말을 우선으로 믿어줘.
내가 바라는 한 가지야."
우리는 한 층 더 서로를 믿을 수 있게 되었다.
또 나만 성장했나
"빨리 안 먹으면 내가 먹는다."
"아니이!
먹여줄 거면 예쁘게 줘야죠!"
"이런 건 왜 먹고 싶은 거야?
몸에도 좋지 않은.."
"..진짜 늙은이"
오랜만에 둘이 즐기는 데이트였다.
이런 음료는 본인 취향이 아니라며
하나하나 다 잘 먹는 아저씨를 보며
나도 모르게 웃음을 지어보였다.
+ 번외
"한~비~서~님~"
"길에서 만나는데
누가 그렇게 크게 불러?"
"그럼 오빠?"
"안돼. 걸리면 나 죽어."
"아저씨 무서운 사람 아닌데!"
"너가 싸우는 걸 못봐서 그렇다고요.
여튼 먹고싶은 게 뭐야?
빨리 먹고 들어가자."
"아저씨도 진짜 대박이다.
자기 시간 안된다고 대타 보내기 있음?"
"난 좋아.
이거 다 근무 시간에 들어가서 돈으로 받으니까."
"..현실적인 사람."
"비서님. 아저씨 전에 여친 있던 적 있어요?"
"풉, 너 뭐 어디서 뭘 들었어?"
"이게 뿜기까지 할 일이에요?"
"어. 생각하니까 웃겨."
"뭐가요."
"내가 이상혁형은 10년 봤거든?
여친을 본 적이 없어.
연애할 시간도 없었고 관심도 없길래
난 또 남자 좋아하는 줄."
"...진심이에요?? 한 명도 없었어? 진짜로?"
"반말은 하지마라."
"히히 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