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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나의 세상은 죽었다.

 

 

 

 

유럽에 대한 낭만이 가득했던 우리 부모님은 내가 다섯 살이 되던 해 영국으로 이민을 결정하셨다. 부모님 두 분 다 대학 시절 몇 번의 여행도 갔다 와 봤기에 살아가는데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막상 부딪힌 현실은 가혹했다. 말로만 듣던 인종 차별부터 시작해서, 나름 자신 있다고 생각한 회화 능력도 현장에서 부딪힐 때가 많아 일을 하고 돌아오면 뒤늦은 공부도 해야만 했다. 친구도 가족도 어떤 연고도 없는 이 외로운 땅에서 엄마와 아빠는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해 그 외 잡다한 일까지 가리지 않고 다 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가니 우리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작은 원룸에서 시작해 방 두 개 딸린 집을 구하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면 걸린 시간이었다. 아직도 이루어야 할 것들 투성이었지만 우리는 무척이나 행복했다. 더 이상 굶주리지 않아도 되고 사고 싶은 것을 늘 포기하지 않아도 됐다. 소박하지만 좋았고, 부족하지만 풍요로웠다.

 

 

 

그래. 이제야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조금의 시간이 더 지나면 더 안정적인 생활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지금보다 더 넓은 집으로 가게 되면 내 동생도 가져가보자며 우리는 제2의 삶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누구도 이 일상이 틀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행복한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불행까지 생각할 틈은 없었으니까.

 

 

 

사고는 예고도 없이 찾아왔다.

 

 

 

엄마와 아빠는 이제 겨우 일구어 놓은 땅의 열매를 채 수확도 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갑작스러운 사고였다.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던 그런 사고. 그리고 거기서 살아남은 건 나 혼자였다. 내가 첫 번째로 눈을 떴을 땐 온통 붉은색 물결이 가득이었고, 내가 두 번째로 눈을 떴을 땐 하얀 천장이 보이는 병원이었다. 코끝을 찌르는 병원 냄새가 역겨웠다. 정체 모를 주사들이 내 팔 한가득 꽂혀있고 눈앞은 흐렸다가 말았다가를 반복하며 정신없는 나를 더 정신없게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엄마와 아빠가 살아있을 거라. 분명 나와 같이 침대에 누워 치료를 받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게서 주삿바늘이 하나씩 떼어질 때 의사 선생님은 내게 말했다. 같이 온 부모님은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났다고. 근 3일간을 눈물로 지새웠다. 갑작스러운 엄마와 아빠의 부재는 어떠한 생각을 해보더라도 현실감이 없었다. 죽고 싶었다. 나 혼자 살아남은 것이 죄스러웠다. 차라리 그때 다 같이 죽어버리지 왜 나만 살아서. 엄마 아빠 없이 나 혼자 남아서 뭐 어떡하라고. 나는 하염없이 울었다.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외로움이었다.

 

 

 

부모님의 부재는 내 이상의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나 혼자서 두 분의 장례식을 치러야 했고, 식이 끝난 뒤엔 사망신고를 해야 했다. 모든 것은 낯설기만 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차가운 현실 앞에 미성년자인 나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너무도 어렸고 이 모든 상황을 이겨내기엔 미약했다. 그럼에도 나는 계속 무언가를 해야만 했다. 결국 누구도 해주지 않는 내가 해야만 하는 일들이었다. 부모님과 관련된 모든 일들이 처리되고 나는 마지막으로, 우리가 함께 살았던 집을 정리했다. 엄마와 아빠, 그리고 내가 얼마나 바라왔던 장소였는지 알기에 이 집을 비우까지도 수많은 고민을 했다. 어쩌면 두 분의 유품일지도 모르는데. 그냥 여기에 남겨두고 가는 게 좋은 건 아닐까, 언젠가 다시 돌아와 내가 살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하지만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깔끔하게 이곳을 정리하고 떠나는 것이었다. 내가 이곳에 다시 돌아와 멀쩡하게 산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리고 나는 두 번 다시 이곳에 돌아오지 않을 것임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언제나 부모님 그늘 안에 있었던 나는 이제 따가운 햇빛 아래 혼자 덩그러니 놓이게 되었다. 그리고 돌아왔다는 말조차 어색한, 내 조국,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발걸음을 내디뎠다. 다섯 살 때의 기억은 전혀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은 남의 나라와 같은 기분이 들었다. 모든 게 어색했다. 익숙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언젠가 엄마가 좀 더 안정적이게 자리 잡고 나면 한국에 놀러와 엄마가 살던 동네에 놀러 가자며 얘기 한 적이 있었는데. 결국 돌아온 것은 나 하나뿐이었다. 콧잔등이 시렸지만 눈물을 흘리진 않았다. 이제 나는 엄마와 아빠가 생각난다고 해서 예전처럼 아무 데서나 울 순 없었다.

 

 

 

이곳의 하늘은 영국보다 훨씬 푸르른 하늘이 아득하게 펼쳐져 있었다. 서울의 하늘은 항상 흐리고, 회색 먹구름 투성이라는 글을 어느 책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막상 마주한 서울은 그렇지도 않았다. 내 몸만 한 캐리어를 질질 끌고 밖으로 나오니 꽤 많은 사람들이 그 앞에 모여 있었다. 저마다의 피켓과 꽃다발, 혹은 그 외 여러 가지 선물들을 품 안에 가득 안고서. 그리고 그 틈 사이로 '이은성'이라는 내 이름이 보였다. 그리고 나를 향해 밝게 웃고 있는 나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엄마의 친구라는 사람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차라리 아무것도 없는 이곳에서, 혼자로 시작했으면 했다.

이제 누군가의 울타리 안에, 그늘 아래 살고 싶지 않았다.

철저히 혼자인 게, 어쩌면 편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우리의 세상

 

 

 

 

 

 

 

이모는 엄마와 닮은 부분이 아주 많은 사람이었다. 활발한 성격부터 덜렁대는 행동까지. 이모의 집으로 가는 내내 끊임없이 말을 걸어준 이모 덕에 잔뜩 움츠려 있던 긴장도 어느새 풀려 있었다. 이모와 함께 도착한 집은 한적한 주택가였다. 초록색 잔디가 무성하게 깔려 마당이 있는 평범한 집이었다. 대문 앞에서 들어가지 않고 우물쭈물 거리고 있자 이모는 어서 들어가자며 내 등을 밀었다. 나는 주춤주춤 신발을 벗고 어색한 공기가 흐르는 그 집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이모는 곧장 내 손목을 잡고 어디론가 나를 데려갔다. 그리고 멈춰 선 곳은 분홍빛이 일렁이는 여자아이의 방이었다. 나는 갑자기 숨이 탁, 하고 막혀왔다.

 

 

 

 

"어때? 마음에 들어? 꾸민다고 꾸며봤는데, 마음에 들지 모르겠다."

"아..."

"왜? 마음에 안 들어? 다시 바꿔줄까?"

"아, 아뇨. 괜찮아요. 마음에 들어요."

 

 

 

거짓말이었다.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질적인 느낌이 가득한 방이었다. 나를 위해 준비한 듯한 모든 소품들이 소름끼칠 정도로 낯설었다. 나를 위한 배려가 되려 내 숨을 막히게 했다. 나는 여기에 오래 있을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었다. 통장에 집값이 들어오면 곧장 새 집을 구해 나갈 요량이었다. 생판 모르는 남에게 신세를 지고 싶지도 않았고, 매일을 불편한 마음으로 있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니 이렇게 신경 써주지 않아도 되는데, 마치 새 식구를 맞이하는 듯 '내 방'이라는 공간을 만들어 놓은 이모가 야속하기도 했다. 나중에 나갈 때 더 미안해지게.

 

 

 

 

"그럼 짐 풀고 부르면 나와. 밥 먹자"

"네"

 

 

 

 

그래도 예쁜 방이긴 했다. 엄마도 분홍색을 좋아해 어릴 때 내 방을 이렇게 꾸며놓곤 했었는데. 물론 자라면서 아빠와 내가 인테리어를 몽땅 바꿔 버리긴 했지만. 그럴 때면 엄마가 항상 투덜 투덜 거리며 제 편은 아무도 없다며 곧장 삐진곤 했었다. 갑자기 밀려든 옛 생각에 눈앞이 흐려졌다. 사실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있었지만 전혀 괜찮지 않았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생각은 감정 조절이라는 걸 불가능하게 했다. 밖에선 이를 악물고 눈물을 참았지만 아무도 없는 공간에 덩그러니 혼자 남겨질때면 나는 눈물을 뚝뚝 쏟아 내었다. 아빠는 좋았던 것이든 나빴던 것이든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나고 나면 좋았던 것으로 바뀌는 힘이 있다고 했다. 아빠는 그것을 추억이라 불렀다. 추억은 반드시 우리에게 큰 선물이 될 것이라며 아빠는 추억을 소중하게 여기라고 말했다. 도대체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나야 당신들의 부재가 내겐 선물이 될 수 있을까. 

 

 

 

 

아빠는 순 거짓말쟁이다.

  

 

 

 

 

 

우리의 세상

 

 

 

 

 

 

 

익숙한 음식 냄새가 방안까지 퍼졌을 때, 이모는 경쾌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오랜만에 먹는 한국 음식이었다. 근 이주간은 계속 기름진 음식과 빵만 먹어서 속이 말이 아니었었다. 것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된장찌개가 눈앞에 놓여 있으니 없던 식욕도 생기는 느낌이었다. 다시 울컥하는 마음을 꾹꾹 눌러 담고 나는 크게 한술 떠 입에 집어넣었다.

 

 

 

 

"맛있어? 괜찮아?"

"네, 맛있어요. 진짜"

"다행이다. 혹시나 입에 안 맞으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괜히 신경 써서 그러는 거 아니지? 맛없으면 맛없다고 말해! 이모가 더 맛있게 만들어 줄 테니까. 알겠지?"

"네, 알겠어요. 근데 진짜 맛있어요."

"고마워. 그렇게 말해줘서. 우리 아들놈이 은성이 반만이라도 닮으면 참 좋을 텐데."

"왜요?"

"나중에 보면 알아. 그냥 모른 척 지내. 별로 좋은 놈 아니니까"

 

 

 

 

아들이 있다는 건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나랑 동갑이라는 사실도. 엄마가 곧잘 제 친구는 아들을 낳았는데 하고 종종 그 근황을 얘기해주곤 했다. 그래서 어릴 땐 이 집에 시집보낼 거라며 마르고 닳도록 얘기한 적도 있었는데, 난 그때 벤이라는 아이와 사귀고 있을 때라 엄마가 그런 얘기를 할 때면 엉엉 울곤 했다. 비록 내 나이 고작 10살 때였지만 말이다.

 

 

 

 

 

 

 

우리의 세상

 

 

 

 

 

 

 

매일 아침 이렇게 일어나야 한다면 학교를 그만두고 싶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자리가 바뀌어서 그런지 푹 자지 못한 탓에 피곤한 감도 없잖아 있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6시 30분이라는 시간은 내게 무리였다. 몸이 천근만근 무너질 것 같은 걸 겨우 붙잡고 차가운 물을 얼굴에 들이부으니 그제야 눈이 서서히 떠지는 것 같았다. 상쾌하지 못한 아침이었다. 샤워라도 하고 나면 개운해지지 않을까 싶어 입고 있던 티를 벗으려던 순간, 예상치도 못한 인물이 욕실 안으로 들어왔다. 이렇게 껄끄럽게 마주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첫 만남이 참 인상 깊기도 하지.

 

 

 

 

"아, 니가 우리 집에서 산다던 여자애?"

 

 

 

 

그러곤 아무렇지 않게 맨발로 성큼성큼 들어와 벽에 매달려있는 칫솔을 빼들고 입안에 곧장 물었다. 주변 환경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타입인 건지, 애초에 모든 상황에 아무렇지 않아 하는 성격인 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나로서는 불편하기 그지없었다. 나는 대충 그렇다는 표시로 고개만 끄덕인 채 자리를 양보하기로 했다. 그런데 남자는 뒤돌아 가는 내 티셔츠 목부분을 잡아당겨 아차 하면 뒤로 넘어질 뻔했다. 미쳤냐? 미처 입 밖으로 내뱉지는 못한 채 속으로 그를 되돌아보며 말했다.

 

 

 

 

"안 씻어?"

"그쪽부터 씻으세요"

"니가 먼저 들어왔잖아. 너부터 씻어. 나 양치만 하고 나갈 거야"

"됐어요. 그쪽부터..."

 

 

 

 

그는 갑자기 선반을 열더니 새 칫솔을 꺼내 내게 주었다. 그러곤 입을 헹군 뒤 내 머리를 헝클어 놓더니, '씻어' 하곤 다시 밖으로 나가버렸다. 이모의 말 마나 따 좋은 놈은 아닌 게 분명했다. 그렇다고 나쁜 놈까지도 아닌 것 같았고. 음,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이상한 놈이었다. 매우.

  

 

 

 

 

 

우리의 세상

 

 

 

 

 

 

 

대한민국의 학교는 굉장히 일률적이라고 들었다. 정해진 시간표에, 정해진 규율대로 움직여야 하는 곳. 무사히 이곳을 졸업하기만을 바랄 뿐이지만 이렇게 숨 막히는 곳에서 앞으로 1년 반을 버틸 수 있을까란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사실 영국에 있을 때 사고 치는 무리는 아니었지만, 수업에 꼬박꼬박 들어가는 학생도 아니었다. 공부도 열심히 하지 않았고. 그래도 시험기간이면 따라갈만했는데 여긴 그런 게 불가능할 것 같아 보였다. 교무실이라는 곳에 들어서니, 그냥 직감적으로 그런 게 느껴졌다. 딱딱하고 불편하다. 내 담임 선생님이라는 사람은 내가 눈앞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눈 한번 마주쳐 주지 않았다. 제 할 말만 두루루 꺼내 놓더니 제 업무가 다 마친 그제야 나를 이끌고 교실로 데려갔다.

 

 

 

 

교실을 가는 동안 지나치는 복도의 풍경은 어찌 보면 좋은 수감소 같기도 했다. 교실 안에 학생들은 이미 수업 준비를 위해 다 자리에 앉아 책을 펴놓고 있었고, 몇 학생들은 여전히 복도에서 장난치기도 했다. 날도 맑고, 바람도 좋고, 다 좋았지만 이 안에 있으면 그 모든 것들을 느끼지 못할 것 같았다. 애초에 파란 하늘을, 시원한 바람을 느낄새 없이 교실 안에 앉아있기만 할 테니까. 그리고 2학년 5반. 내가 앞으로 머물 교실의 문 앞에 멈추어 섰다.

 

 

 

 

"저번부터 말했지? 드디어 기대하던 전학생이다. 영국에서 와서 모르는 게 많을 거야. 잘 대해줘야 한다. 그럼 친구들한테 자기소개 한번 해볼까, 은성아?"

 

 

 

 

자기소개라니, 귀가 새빨게지는 기분이었다.

 

 

 

 

"이은성, 이라고 해. 잘 부탁해."

"그럼 은성이는 저기 빈자리에 가서 앉도록 하자."

 

 

 

 

그리고 나는 자리에 앉자마자 책상에 머리를 박고 잠을 청했다. 이 지루한 시간이 어서 끝나길 바라면서. 하지만 내 마음과는 달리 내 옆 짝꿍은 나를 가만둘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계속 저 혼자 구시렁구시렁. 나한테 하는 말인지, 아니면 저 혼자 하는 말인지도 모를 말들을 우수수 뱉어냈다. 계속 듣고 있으니 딱히 내게 하는 말 같진 않았지만 누군가에게 건네는 말 같긴 했다. 이상한 앤가? 궁금증에 고개를 들어 그 아이를 바라보니 그제야 하던 말을 멈췄다. 마주친 눈이 꽤나 어색해 다시 고개를 숙였다. 정말 집에 가고 싶었다.

 

 

 

 

 

 

 

우리의 세상

 

 

 

 

 

 

 

1교시는 별 탈 없이 지나갔다. 국어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려운 과목이었다. 알지도 못할 용어들이 수두룩하게 나오는데 필기하느라 수업도 제대로 못 들은 기분이었다. 쉬는 시간이 되자 내 쪽으로 몇 명의 학생이 찾아와 인사도 해주고 제 이름도 알려주고 친하게 지내자며 말도 걸어주었다. 나는 어색한 입꼬리를 씰룩씰룩 올려가며 그들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그리고 다른 반에서도 전학생의 출몰이 신기한지 기웃기웃 거리는 풍경도 일어났다. 나는 그러한 시선들이 불편해 창가로 고개를 돌렸다. 그럼 내 옆에 앉은 이상한 아이를 봐야 했다. 어디든 편안하게 시선을 둘 곳이 없다.

 

 

 

 

그렇게 2교시, 3교시를 무탈히 끝내고 이제 4교시의 막바지에 다다랐다. 이게 끝나면 점심시간이라던데 지금은 점심 먹을 기분도 아니었다. 또 혼자 점심 먹으러 가기도 민망했고. 어서 종이 울리고 이 교실이 한적하게 비워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곧 점심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렸고, 같이 점심을 먹으러 가자던 여학우들의 말을 거절하고 학교 곳곳을 돌아다니며 공터를 찾았다. 여기저기 CCTV가 설치되어 있는 바람에 사각지대를 찾는 건 꽤나 힘든 일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뒤지다가 바닥에 무수히 깔린 담배꽁초를 발견하곤 여기구나 바로 그곳이구나를 직감했다. 예체능 건물이라고 하는 꽤 최근에 지어 보이는 건물 뒤편에 수풀로 우거진 장소였다. 나는 그 흙바닥에 아무렇게나 앉아 주머니에 넣어놨던 담뱃갑 하나를 꺼내 입안에 그 길고 하얀 물체를 넣었다. 매캐한 연기를 마시고 나서야 속이 좀 뚫리는 기분이었다. 빨리 이모의 집이나, 학교나 다 벗어나고 싶은 기분뿐이었다. 

 

 

 

 

그때 왁자지껄한 소리와 함께 이쪽으로 누군가 걸어왔다. 시끌시끌한 걸 보니 선생들은 아닌 것 같고, 아마 점심을 먹고 식후땡하러 온 학생들인듯했다. 나는 피고 있던 담배를 바닥에 비벼 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금 더 있고 싶었지만 이곳에 오는 아이들과 얼굴을 부딪히는 건 좋지 않을 듯했다. 나는 걸어오는 학생들 옆으로 비켜 다시 교실을 향해 걸어갔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가 내 목 뒷부분을 잡아당기는 바람에 순간 카라가 훅하고 내 목을 조여 억지스러운 기침이 콜록, 하고 튀어나왔다. 누구야, 이 미친 새끼는.

 

 

 

 

"너 담배도 폈어?"

 

 

 

 

밖에서 마주칠 거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의외네~"

 

 

 

 

최악이다.

 

 

 

 

"같이 있다 가지?"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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