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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
2021.01.17 16:30
파이브벤 작가와 독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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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더러움ㅈㅇ


1








사지는 자유로웠지만 내가 있을 수 있는 공간은 책상과 침대만 자리 잡은 이 방이 전부였다. 굳게 잠긴 문을 열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파이브 씨뿐이었다. 그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은 식사시간이거나 내가 노크를 할 때뿐이었다. 나는 볼일이 급하면 애처롭게 문을 두드리며 파이브 씨를 불렀다. 파이브 씨는 그때마다 수치심에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내 얼굴을 확인하고 시계를 한 번 보고는 나를 화장실로 안내했다.


눈을 뜨니 오늘도 파이브 씨가 책상에 기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내 뺨을 때리던 사나운 모습이 아닌 침착하고 냉정한 평상시 모습이었지만 나는 아직도 그가 두려웠다. 잘생긴 얼굴을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서늘함이 광기에서 비롯된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어제도 글을 쓰지 않으셨더군요."

"F의 이야기는 끝났다고 몇 번이나 말했잖아요. 그는 죽었어요."

파이브 씨의 형형한 눈빛이 어두운 새벽 공기에도 빛나고 있었다. 새벽이 아닐지도 모른다. 눈이 쉴 새 없이 몰아쳐 정오가 되어도 실내는 어두웠다. 

"작가잖아요. F가 죽은 것도 취소하고 J와 행복하게 사는 이야기를 왜 못 지어내겠다는 겁니까. 어차피 당신이 만들어 낸 허구인데."

"그러면 파이브 씨는 왜 허구의 이야기에 집착하고 있나요?"

작가가 독자한테 내 이야기는 허구인데 왜 그렇게 집착하는지 물어보다니. 한심한 짓이었다. 그러나 작가를 방에 가둔 독자라는 특수성이 있으니 이런 질문을 해도 되지 않을까? 감금된 사람 입장에서는 날 여기에 가둔 이유를 물어본 셈이니까 말이다.


파이브는 내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지만 날 보고 있지는 않았다. 내 얼굴 너머에 내가 만들어낸 F를 떠올리고 있었다.

"F는 제가 표현할 수 없던 저의 두려움을 구체화해서 보여주는 인물이었어요. 제가 말했죠? 소속감을 잃어버린 공포감이요. 그 마음을 누구보다 이해하고 있어요. 그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지내며 행복할 권리가 있어요. 당신은 정말 잔인한 짓을 한 거예요. 평생 괴로움 속에 살던 F를 지옥으로 보내다니..."


F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사람들은 많았다. 출판사도 그 부분을 걱정하며 결말을 바꾸자 제안했지만 내 의지는 확고했다. 첫사랑을 모델로 하여 탄생시킨 F가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가며 어른이 되는 미래는, 애초에 내 머릿속에는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었다. 그래서 시리즈 시작부터 F가 죽는다는 복선을 곳곳에 심어두었다. 

무엇보다도 공포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에 과하게 자신을 이입하는 사람은 없을 거란 확신도 있었다. 파이브 씨를 만나고서는 내가 얼마나 오만한 판단을 했는지 뼈저리게 후회했지만 말이다. 


나는 몇 번이고 반복해서 한 설명을 다시 파이브 씨에게 말했다. 처음 설명할 때는 화를 내기도 했고, 두 번째로 설명할 때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만, 이제는 기력이 없어 F의 죽음으로 시리즈는 완전히 끝났음을 무기력하게 설명했다.

"그러면 J도 지옥으로 보내줘요."

"네?"

"F가 지옥으로 갔으니 J 역시 지옥으로 보내, 둘이 함께 있는 이야기를 쓰세요. 거기서 둘은 행복해야 할 겁니다."

파이브는 책상 위에 있던 노트북을 내 무릎 위에 올려두고는 책상에는 토스트와 커피를 두었다. 오늘도 그는 내 장황한 설명을 무시했다. 지옥과 행복을 동시에 보여주라니. 미친놈인 게 분명했다.






저 미친놈. 문손잡이를 붙잡고 다급하게 문을 두드려도 파이브 씨는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정말 급하다고 소리쳐도 묵묵부답이었는데, 그러면서도 문 앞에 자신이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뚜벅뚜벅. 그가 문 앞에서 서성거릴 때마다 발소리가 들렸다. 악마 같은 놈. 인간의 존엄성을 저울에 달고 나와 흥정하고 있었다.   

"파이브 씨. 제발 문 좀 열어주세요. 이러다 옷에 실수할 거 같아요."

내 애원에도 발소리는 멈추지 않고 문 앞에서 맴돌았다. 나는 이제 무릎을 꿇고 울고 있었다. 악독한 놈. 문만 열리면 그 잘난 얼굴을 후려치고 화장실로 달려가리라. 손바닥에 손톱자국이 남도록 주먹을 쥐었다. 이 주먹으로 점이 콕콕 박힌 뺨을 때릴 것이다. 마음속으로는 그렇게 다짐했지만 우선 급한 볼일부터 해결해야 했다. 나는 다시 문을 두드렸다.

"파이브 씨가 원하는 내용 다 써줄 테니까 제발 문 좀 열어주세요."

발소리가 멈췄다. 딸깍. 문 여는 소리와 함께 파이브 씨의 얼굴이 보였다.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그는 승자의 의기양양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힘겹게 일어난 나는 차마 뛰지는 못하고 잰걸음으로 화장실까지 갔다. 그를 보면 주먹부터 날리겠다고 결심했었지만, 그를 향한 분노보다 내 요의를 해결하는 게 더 급했다.


잘난 얼굴을 후려치고 올 걸 그랬다. 고약한 놈이 화장실 문까지 잠갔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배배 꼬이는 다리를 주체할 수 없어 화장실 문 앞에 주저앉았다. 내 추한 모습을 보고 파이브 씨가 소리내며 웃기 시작했는데, 왼손에 반짝이는 열쇠를 흔들리고 있었다.
  
"작가님. 정말 F와 J에 대해 다시 써주실 수 있으세요?"

목소리도 나오지 않아 고갯짓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눈물이 턱을 타고 흘러 바닥에 뚝뚝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물소리를 들으니 고통이 배가 되었다. 손으로 가린다고 요의가 사라지는 것도 아닌데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가랑이를 손으로 잡고 있었다. 

파이브 씨는 열쇠로 화장실 문을 아주 우아하고, 일부러 느린 손짓으로 열어주었다. 누군가가 날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황급히 화장실로 들어가 볼일을 보기 시작했다. 파이브 씨는 닫지 않은 문에 서서 그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았다. 요의가 해결되니 수치심에 얼굴이 새빨개지고 다시 눈물이 터져나왔다. 

"J는 소변을 가리지 못해 아버지에게 구타당한 이후 트라우마 비슷한 게 있더라고요. 물을 마시면 한 시간 뒤에 꼭 화장실로 가려는 습관도 있고요. J가 작가님을 많이 닮았다고 한다면 과한 해석일까요?"

그는 나에 대해 생각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잘못이라면 J에게 지나치게 스스로를 투영한 내게 있었다. 그래서 시리즈를 빨리 끝내고 다른 작품을 쓰고 싶었다. 첫사랑의 흔적이 없는, 내가 드러나지 않는 새로운 인물이 끌어가는 소설을 말이다. 나는 파이브 씨에게 의해 내가 14년 전에 죽은 첫사랑과 지옥에서 웃으면서 지내는 정신 나간 이야기를 써야 했다.

"작가님. 집필실로 돌아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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