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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 1월 1일 시행된 벌스테드 법은 도수 0.5% 이상의 모든 음료의 제조, 판매, 운송을 금지시킨 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른바 금주법이라고 불리는 법이다. 그런데 다시 한번 찬찬히 읽어보자. 금주법은 도수 0.5도 이상의 모든 음료의 제조, 판매, 운송을 금지하는 법이다. 그러니까 보관하거나 마시는 것은 불법이 아니었다.

 

덕분에 금주법이 시행되기 직전인 1919년 사람들은 엄청나게 술을 사재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민간에서 사재기한 술이 얼마나 가겠나?

금주법이 시행되자 마자 미국인들은 짱구를 굴리고 또 굴렸다.

술을 마시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약국에서 합법적으로 알콜을 사서 마시는 것이었다.

참으로 의외인 점인데, 19세기 말~20세기 초에는 브랜디와 위스키는 의료용품으로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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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금주법 시대에 팔리던 감기약 위스키)

브랜디는 흥분 효과와 진정 효과를 같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진정제 혹은 각성제로 사용되었다.

당시 만해도 의식을 잃은 사람에게 브랜디를 먹이는 것은 기초 의학 상식이었다.

거기에 더해 병원에서는 브랜디를 심장 자극제로 사용했다.

당시 주류 의학은 알콜이 심장을 자극해서 혈류를 촉진한다고 생각했다.

여기에는 브랜디가 가장 효과적이고, 위스키는 좀 질 떨어지는 브랜디의 대용품이라고 생각했다.

 

1919년 금주법이 의회에서 통과하기 직전, 미국 의사들과 약사들은 의료용 위스키와 브랜디를 금주법 예외항목에 넣기 위해 치열한 로비와 여론전을 펼쳤다.

거기에 더해 맥주도 의료용품으로 지정하려는 시도를 했는데,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강력한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더 강력한 찬성의견 덕분에 술은 감기약, 천식약, 항암제, 스페인 독감약, 항생제 등 총 27가지 의학적 용도로 사용되었다.

 

약국에서 술을 사려는 사람은 먼저 병원에 들려서 진단서를 받아서 약국에 제출해야했다.

이렇게 해서 한 사람당 열흘에 1파인트의 술을 살 수 있었다.

이때 진단서 발급에 3달러, 술 구입에 3달러가 들었는데, 인플레이션을 따지면 현재 가치로 8~90달러 정도 된다.

 

브랜디 473ml를 사는데 10만원이 들었다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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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라 아이스크림을 보면 파인트 크기를 알 수 있다.)

존나 비싸다.

 

술 한컵에 10만원이다. 거기다 열흘에 한 번 씩 밖에 못산다.

베라 파인트도 20분이면 다 처먹는데 이걸 대체 누구 코에 붙이라는 말인가?

 

미국인들은 다시 머리를 굴렸다. 그래서 찾아낸 것이 교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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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성만찬용 빵과 포도주)

미국 교회 중 일부 교파에서는 성만찬을 예배 때마다 했다.

마찬가지로 미국 로마 카톨릭 교회 또한 성체성사를 미사 때마다 했다.

이는 최후의 만찬을 기념하는 것으로, 빵과 포도주를 먹는 의식이다.

그렇다는건? 크리스찬이 되면 포도주를 마실 수 있다!

 

이 때문에 성만찬을 하지 않는 교파에서 성만찬을 시행하는 교파 혹은 로마 카톨릭으로 개종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더불어 금주법이 시행된 이후, 미국 내 로마 카톨릭 교회에서만 술의 소비량이 80만 갤런이 늘어났다.

 

아니 그런데 저거, 저거 대체 누구 코에 붙인단 말인가? 손가락보다 작은데??? 그것도 일주일에 한번인데???

 

상황이 이 쯤되자 술을 못먹어서 현기증이 나기 시작한 미국인들은 집에서 밀주를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건 불법이니까 넘어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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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니어 비어 제품들)

 

한편, 금주법이 시행되자 죽어나는 것은 농민들이었다.

주류의 제조가 금지되면서 다양한 술 공장들이 문을 닫자, 농민들의 고객들이 줄어들었다.

 

덕분에 다양한 곡식과 과일이 남아돌아서 결국 창고에서 썩어가기 시작했다.

 

농민들은 법에 위배되지 않는, 알콜도수 0.5% 이하의 유사 주류를 만들었는데 이를 니어비어라고 한다.

하지만 니어비어는 시장에서 외면 당했다.

 

0.5%는 포도주스에 들어있는 알콜 함량이다.

그럼 그냥 포도주스, 사과주스잖아.

그걸 보리로 만든다? 이건 완전 맥콜 이하인데?

 

이딴걸 술 값을 주고 사먹는다????

 

창고에는 곡식이 썩고 집에는 안팔린 니어 비어가 굴러다니고 식탁에는 고지서가 쌓이기 시작하자, 결국 농부들은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 있는 사업을 시작했다.

 

맥아 시럽과 포도 벽돌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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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아시럽은 보리로 만든 물엿이다.

한국에서 물엿을 조미료로 사용하듯, 미국에서는 맥아시럽을 빵 만들 때 사용했다.

그리고 맥아시럽 판매자들은 맥아시럽에 물의 비율을 늘리고 효모를 첨가한 다음 큼지막한 경고문을 첨부했다.

※경고 - 상온에서 12일 간 보관할 경우 술이 될 수 있으니 구입 직후 소비하시오.

사실상 사용설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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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벽돌은 말린 포도를 벽돌 모양으로 가공한 것으로써, 가정에서 포도주스를 만들어 먹기 위한 일종의 밀키트였다.

그 중 가장 유명한 포도벽돌은 Vino Sano Grape Brick이었는데, 해당 상품의 박스의 뒤편에는 다음과 같은 설명서와 경고문이 적혀있었다.

 

비노 사노 그래이프 브릭을 1갤런의 물에 녹이고 설탕 1파운드를 넣으십시오 (옥수수 설탕이 적합 합니다). 그리고 나서 발효를 막기 위해 반드시 USP 벤조아이트를 작은 티스푼으로 한스푼 가득 넣으십시오. 또한 어떠한 종류의 이스트와 효모 등을 사용해서는 안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발효가 시작됩니다.

 

깨끗한 드미존(와인병의 일종)에 액상을 붓고 맑아질 때까지 3주 정도 따뜻한 곳에 보관하세요. 드미존의 목에 느슨한 솜 뭉치를 넣어 먼지를 막으십시오. 먼지는 포도 액상의 가장 큰 적입니다.

 

이 또한 사실상의 와인 제조법이었다.

그 결과?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결국 당국이 단속을 시작했고, 1927년 가장 큰 포도 벽돌 생산자였던 비노 사노의 사장 칼 오퍼가 샌프란시스코 검찰에 의해 기소되었다.

 

그리고 배심원단의 만장일치로 무죄를 선고 받았다.

법으로만 보면 비노 사노는 그냥 벽돌을 팔고, 이걸로 술을 만들지 말라는 경고를 삽입했을 뿐, 그걸 멋대로 술로 바꾼건 고객들이지 않았는가?

 

다른 유사한 포도 벽돌 판매자, 맥아 시럽 판매자들도 기소당했지만 무죄를 선고 받았다.

이런 제품은 금주법이 폐지되자마자 귀신 같이 사라졌다.

 

서민들이 이 지랄을 해가며 술 먹겠다고 개고생을 하는 동안, 상류층들은 약국으로 위장한 술집으로 당당하게 들어가서 술을 퍼마셨다.

 

ㅊㅊ

https://arca.live/b/singbung/90436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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