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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그래미에서 엘라 피츠제랄드와 존 토메가 했던 즉석 스캣은 한국에서 밈까지 되었던 유명한 소절이다.
당시 그들이 했던 스타일은 당대 기준으로 본다면 씬에서는 쿨이 대세였던거와 다르게 스윙으로 했다.
하지만 재즈라는 것에 대해서 대중적인 인식이 있을뿐이지 생각보다 음악적인 인지도는 낮다.
개인적으로 그 아쉬움을 이유삼아서 재즈 이야기를 하련다.
그래서 오늘은 [농구, 좋아하시나요?]라는 채소연의 대사를 빌려서
여러분에게 재즈를 권하면서 동시에 입문하기 쉬운 앨범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벚꽃지다 - MALO (2003년)
이 음반은 이례적인 히트를 기록했다...라고 하지만 생각해보면 뭐 엄청 팔린 물건은 아니다.
재즈씬이 워낙 작으니까 그냥 만단위를 팔아도 엄청난 판매고인것을 생각해보면 될듯
하지만 이 음반이 갖는 가치는 재즈씬치고 뭐 어쩌고 저쩌고가 아니라
본디 재즈가 흑인음악이라는 점을 감안했을때,
재즈로 한국을 표현해낸다면 에 대한 한없이 정답에 가까운게 아닐까 한다.
그럼 이제 진짜로 가보자 렛츠고
1번트랙 - 1994년. 섬진강
의외로 한국의 대중매체에서 다루는 일이 극히 적은 [섬진강]이 소재인 노래다.
강에서 만난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구슬픈 음색속에 크게 들뜨지 않으면서 강물처럼 흘러가는 곡
초반부에는 덤덤한 강물에 흘려보내듯한 추억 곱씹기를 하다가
가면 갈수록 감정이 폭발해버리는 것을 재즈식으로 잘 표현했다고 봅니다.
재즈답게 엄청나게 폭발적이거나 하는것은 없지만 감정의 흔들림을 모자람없이 잘 담아냈다고 보이기에
가끔씩 심란할때 들으면 좋은 곡
2번 트랙 - 어머니 우시네
어머니의 잃어버린 세월에 대해서 묘사한 노래.
누군가를 키우고 살아간다는것이 그렇게까지 슬프고 힘든일임을 생각한다면
한없는 희생과 힘듬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한다.
피아노소리와 베이스가 한없이 사람의 감정을 갖고 노는 처연함을 느끼게 하는데
말로의 허스키한듯하면서도 한서린 목소리가 이 곡을 완성해준다.
어머니가 생각나면 듣는 곡 1번 순위다.
나와 같이 재즈가 취미인 친구가 한명 있는데,
이놈이 [야 니네 어머니 생각해!] 라고 말할 타이밍에 이 노래의 첫소절을 습관처럼 부른다
그래서 나한테는 일종의 패드립곡...? 비슷한 느낌으로 받아들여지는 부분도 있는데
이런거 친구놈 패도 무죄인가?
별개로 이 곡과 장르는 전혀 다르지만 성별도 그렇고 굉장히 대조적으로 보는 곡이
엠씨 스나이퍼의 인생이다. 놀랍게도 곡의 피처링 역시 재즈 보컬로 유명한 웅산씨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즈라는 장르를 판 사람들은 인생의 슬픔을 잘 묘사하는 건지도...?
3번트랙 - 벚꽃지다
이 앨범의 타이틀곡이자 앨범 제목이기도 한 [벚꽃지다]
꽃지는 모습에서 자신의 전성기, 인생, 봄날을 한꺼번에 실어서 날려버리는 곡
일반적으로 벚꽃에 대해서 낭만성이라든가 혹은 봄의 찬미로 이어진다면
이 곡은 반대로 벚꽃 지는 그 장면에 포착하여 블루스/재즈 양쪽으로써 어떻게 봐도
무상함을 멋지게 그려낸 노래다.
앞서의 곡들에 비해서 재즈 특유의 임프로바이제이션이 크게 튀지 않으며
그렇기에 재즈보다는 무슨 남미음악이 생각날 정도의 그루브감이 돋보이는 독특함이 있다.
예전에 대학로 천년동안도에서 이걸 한번 라이브로 들어볼 기회가 있었는데
봄의 낙하라는 장면이 몇번이고 다시 떠오르게 되는 점에서 본다면
당신이 굉장히 감수성 터지는 봄날에 이 노래를 들어보는걸 권한다.
4번트랙 - 사랑, 닿을수 없는
흔하디 흔한 연정가(戀情歌)...라고 생각할수 있지만
일반적인 음악에서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뜨거운 불꽃이라면,
이쪽은 차갑고 차가운 불꽃으로 말할수 있다.
짝사랑이라고 할법한 속앓이 사랑으로 인해서 자신 스스로가 누구를 뎁혀주는 것도 아닌
불타버리는듯한 느낌은 이루 말할수 없는 쓸쓸함과 잔혹함을 느끼게 해버리는데
말로씨의 자기고백과도 같은 보컬속에서 발라드라고 할만큼 크게 튀지 않는 사운드는
실로 블루스의 차가운 슬픔을 잘 보여준다 할 수 있을것이다.
5번 트랙 - 이름없는 풀꽃으로
앞서의 곡들에 비해서 사운드가 굉장히 끊어지는듯한 느낌인데
갠적으로 봤을땐 이 앨범에서 재즈하부장르로 보면 가장 [쿨]한 곡으로 본다.
이름없는 풀꽃이 되어 바라는 것 없이 단지 피어있는 그 자체로 하나가 되는 모습을 연상하는 노래다.
길가의 꽃을 비유했던 인상적인 노래가 산울림의 너의 노래(1984년)인데
거기서는 전체적으로 따스한 분위기를 피어나게 하여 같은 길가의 꽃이라도 행복감을 부르는 요소로 사용했다면
이 곡은 정반대로 인생의 힘듬에 지쳐서 차라리 길가에 꽃이였으면 하는 허망함을 엿볼수 있다.
6번 트랙 - 아이야, 나도 한때
제목보면 [라떼는]이 생각날수도 있겠지만, 정확히는 어린 아이에게 라떼는 하는게 아니라
자신이 가졌던 꿈과 포부와 희망등등을 그랬단다 라면서 적절하게 밝은 멜로디로 얹어서 전달하는
이 앨범에서 가장 희망찬 노래라고 할수 있다.
그래서 재즈라고 하는데 문법적으로는 보사노바에 한없이 가까울 정도의 곡이며
펑키재즈라는 말보다는 스탠더드 재즈에서 펑키리듬이 얹어졌다? 정도의 뉘앙스로 이해하고 있다.
7번 트랙 - 푸른 5월
한국어로는 저런데 영어로는 블루 메이다.
블루라는 단어의 일반적인 함의중 하나가 [우울함]이며 이는 재즈와 더불어서 가장 현대음악의 모태인
블루스의 기본 기조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곡은 재즈라기 보다는 한없이 블루스에 가까운 곡이며, 그렇기에 malo라는 뮤지션이
갖는 블루지함의 극대화 일면을 엿볼수 있는 [보컬역량]이 유독 두드러지는 곡이다
단순히 고음이나 이런것을 떠나서 [감성적 측면]에서 보컬을 끌어올려볼때 어떤 형태가 나오는지
보기 좋은 노래로 한국의 블루스 지점에서 손꼽을수 있는 노래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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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번 트랙 - 내 마음 가을처럼
스윙의 기조위에 재즈의 스타일로 대중적 문법을 구현한 신기한 노래.
얼핏 듣기에는 그냥 촌스런 성인가요로 여길수 있으나, 깊은 베이스와 묘하게 스윙하는 피아노가
감각을 다르게 끌어주는 신기한 노래다.
개인적으로 크게 선호하는 곡은 아니지만 스윙 피아노의 맛을 복잡하지 않게 느껴 보기에 좋은 곡
원래 malo씨가 스캣을 구사하는데 선을 잘 안두는점을 감안하면 이 곡에서는
오히려 스캣은 너무 튀지않게 잘 구사하여 중반부 이후의 악기 사운드가 극대화 하는 지점에서는
밴드로써 재즈의 상징성을 보여줬다고도 본다.
9번 트랙 - 저 바람은
앞서의 트랙들에 비해서 말로씨 보컬스타일부터 그렇고
곡 스타일도 재즈보다는 한없이 록에 가까운 신기한 트랙 재즈질감으로 로큰롤을 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곡으로
기존의 기타에 비해서 일렉기타가 아주 세게 들어갔는데 반대로 드럼과 비트는 결국 재즈의 결이 드러난다.
말로씨도 앞서의 곡들에 비해서 힘을 좀 줘서 만들었다는게 확연하게 느껴지는 곡
분명히 록인데 재즈인 노래
10번 트랙 - 봄날은 간다
동명의 영화, 드라마, 자우림의 노래, 등등이 있지만 이 노래는 그 모든것의 기원인
백설희씨의 1953년 노래 [봄날은 간다]의 재즈 리메이크 곡이라고 보면 된다.
백설희가 누구냐고? 전영록씨 어머니, 그리고 티아라 전보람의 할머니 정도 생각하면 됨
앞서 내가 이 앨범의 정체성중 하나가 한국을 재즈로 표현해본 이라는 말을 썼는데
그 근간중 하나가 이 곡이다.
원곡은 엔카과 쌍형제로 한없이 자란 트로트로써 정체성이 강한데
이 곡은 트로트와 재즈의 교집합에 블루스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그쪽을 살려낸 케이스
말로의 보컬에서 음을 낮출떄 들리는 그 쑤욱 하고 빠지는 느낌을 허무함과 슬픔으로 녹여낸 노래
11번 트랙 - 섬진강 삼백리
앞서 1번 트랙인 1994년 섬진강과 묘하게 같으면서 다른 감상
1번 트랙이 좀더 사람에 얽힌 비감에 치우친 느낌이라면
이 곡은 반대로 섬진강을 따라가면서 느끼는 여행의 느낌에 얹어서 주변 풍경의 모습에서 비감을 찾고 있다.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섬진강길 따라가면서 쳐다보는 이 곡은 자아성찰적 느낌도 사뭇 갖고 있는게
그만큼 보컬의 입지가 굉장히 강하게 주장되는 곡이기도 하다.
[바다 끝내 못가리]라는 가사에서 자신의 바라는 길 도달하지 못하는 비원의 그리움은
신해철의 [민물장어의 꿈]에서도 엿보이는 지점에 향한 갈망과 흡사 닮은듯 하다.
12번 트랙 - 엄마야 누나야
김소월의 시, 엄마야 누나야에
김광수가 곡을 붙인 그 노래를 리메이크 한 곡이다.
그래서 원곡의 가사를 제외하면 말로씨의 스캣으로 거의 채우다시피 한 곡인데
스캣이 얼마나 매력적인 가창법인지 온몸으로 느끼기 좋은 곡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엄마야 누나야에 갖는 느낌에 덧칠된 재즈의 감성이 어색하지 않은 편곡까지 하여
굉장히 친근하면서도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노래.
마치며,
사실 재즈 이야기를 길게 길게 써보려다가 생각보다 친숙하지 않은
특히나 스윙의 시대를 지나면 재즈의 이미지가 생각보다 고고하거나 혹은 마이너 감성으로 부대껴지는 부분이 있어서
좀 안타까운 느낌에 이 앨범을 갖고 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앨범을 [초보자가 접근하기 가장 좋은 한국 재즈]앨범 1위에 뽑는데
앞서 말한 재즈라는 장르의 포용력을 보여주면서 반대로 친숙한 것들의 접근을 통해서 많은걸 보여줬기 때문이죠
누군가 이제 재즈를 아냐고 묻거든. 최소한 이 앨범 하나 정도는 안다고 말씀을 해보시는건 어떨까요.
저도 재즈와 엄청나게 친한건 아니지만, 그래도 수많게 명멸하는 음악들 속에서 가끔 재지함이란게 어떤건지
한번쯤 이해해보는 의미로 들어보시는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