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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595
2년 전

🗨️ 샤오잔이 전생 기억해버리는 거 bgsd

카테고리   ➡︎   중국 연예/문화/여행

평범한 날이었다. 삐뚤어진 넥타이,  잠그지 않은 윗 단추, 아슬아슬하게 맞춘 담임의 조회 시간까지 전부다 평범한 일상이었다. 



 

"야, 그거 들었냐?"

 

"뭘? 오늘 급식 고치돈이라도 나와? 고치돈보다 그 옆에 나오는 뽀로로요구르트가 더 좋던데, 나는."

 

"지금 펭귄이 중요한 게 아니야. 오늘 우리반에 둘째 도련님 전학온대."



 

샤오잔의 반짝이던 눈에 빛이 사라지고 한숨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에 A는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며 과장해서 속삭인다.



 

"너 우리 재단 둘째 도련님 몰라?"



 

샤오잔은 고개를 저었고 탁성은 책에서 고개를 들고 잔뜩 풀이 죽은 샤오잔에게 시선을 두었다. 쟤는 뭐가 문제일까. 어렸을 때부터 보았지만, 아직도 감이 잡히지 않는 샤오잔을 애써 무시하며 탁성은 문학 문제집을 넣고 수학을 꺼낸다. 떠드는 A과 관심없는 샤오잔, 그들의 대화에 매력을 느끼지 않는 왕탁성까지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었다.



 

"진짜 뭐가 문제냐..."



 

학교의 소식통인 A로부터 따끈따끈한 급식 소식을 듣기를 기대했던  샤오잔의 오른쪽 뺨은 아침바람에 차게 식은 책상에 붙은지 오래다. 책상에 엎드린 샤오잔과 그 옆 책상에 걸터 앉은 A, A가 걸터 앉은 그 책상의 주인인 탁성의 모습은 앞에 열거했듯이 평범했다. 하지만 오늘 평범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었다. 평소보다 10분이나 늦는 담임의 조회와 샤오잔의 꿈이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고금 소리만 들리던 꿈. 


 

누구냐 물어도 고금의 현이 답했고, 자신의 목소리는 피리였다. 한 번도 들어본 적도 없는 가락의 피리 소리와 고금이 아직도 귀에 맴도는 느낌에 샤오잔이 이어폰을 집어든다. 듣기만하여도 가슴 깊은 곳이 동하는 느낌에 일부러 비트가 강한 노래를 재생목록에 차곡차곡 담는다. 탁성이 본다면 분명 집중이 안되는 음악이라며 시비를 걸 것 같은 음악들이 무선의 재생목록에 쌓인다.



 

"야, 탁성아. 샤오잔 쟤 또 이상한 노래 담는다. 저거 거의 모고(모의고사)채점용 리스트인데?"



 

A가 샤오잔의 일거수일투족을 탁성에게 보고하는 건 일종의 버릇이었다. 탁성이 샤오잔을 신경쓰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외동인 샤오잔은 어려서부터 탁성의 누나를 따랐고, 누나를 사랑해마지않는 탁성이 샤오잔과 친구가 되어 생긴 버릇.



 

"샤오잔. 공부한다고 누나한테 약속한지,"



 

탁성의 잔소리에 무선이 재생 아이콘을 누르려는 순간, 문이 열리고 담임과 문제의 '둘째 도련님'이 교실문을 넘는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반듯하게 입은 교복과 누가 보아도 깔끔하게 정돈된 머리, 굳게 닫힌 입술을 본 샤오잔의 귀에 고금의 소리가 맺힌다.


 

서글프디 서글퍼 눈물이 날 것 같은 소리가. 

 

어디서 들려오는 건지 모를 소리가 소년을 괴롭힌다.


 

어느새 자리로 돌아갔던 A가 샤오잔의 등을 두드려도 앞에 선 도련님의 얼굴을 확인한 소년은 고개를 들지 못한다. 저 얼굴이 무엇이기에 이렇게까지 슬픈 걸까. 시큰거리는 코를 괜히 훌쩍이며, 앞을 보자 아까와 하나도 변하지 않은 도련님의 얼굴이 보인다. 달라진 것은 뿌듯함이 가득 담긴 담임의 얼굴뿐이다. 아마 담임은 저 도련님을 자신의 반에 모셔온 것을 영광으로 여기는 모양이었다. 5분이나 도련님에 대한 자랑을 하고 나서야 담임은 그에게 말할 기회를 넘긴다. 교탁 앞에 앉은 학생은 책상에 침이 튀겼는지 불쾌하다는 눈으로 담임을 흘겼다.



 

"전학생! 자기소개 해야지." 

 

"안녕하십니까. 성은 왕, 이름은 이보입니다. 오늘부로 전학왔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절대 숙여지지 않을 것 같은 고개가 숙여지고 환영의 박수가 나온다. 그가 가진 것에 대한 환영인지, 그에 대한 환영인지는 눈치로 먹고 사는 A조차 알 수 없었다. 박수소리가 가득찬 곳에서 위무선은 홀로 고금에 갖혀있었다. 이보라는 이름을 가진 도련님, 왕이보는 자신을 보며 울고 있는 3분단 2째줄에 앉은 이가 이상하다고 여기며 그의 앞자리로 걸음을 옮긴다. 서서히 자신에게 다가오는 도련님을 보던 샤오잔은 눈물을 왈칵 쏟아내며, 의미도 모를 이름을 뱉었다.



 

"남잠..."



 

전학생의 이름을 잊어버린, 아니 그를 깨달은 샤오잔이 존재하지 않는 이를 부른다.



 

"남잠, 함광군."



 

눈물로 젖어버린 입술에서 나온 말은 갓난아이의 옹알이와 같은 것이라 누구도 듣지 못했다. 이름들의 주인마저도.

 

왜 그를 이리 부르는지도 모른 채로 샤오잔은 세개의 호칭을 입에 담으며 눈물을 흘린다.


 

남잠.

 

남망기.

 

함광군.


 

아직도 꺼지지 않은, 아니 끄지 못한 고금소리에 눈을 감아도 보이는 흰 옷자락에 입술을 깨문다. 정신이 들 만큼 세게.

 

하지만 고금의 소리를 끈 것은 자신이 아닌 이보의 목소리였다.



 

"이름이 뭐야?"



 

고요에 찾아온 그의 목소리에 샤오잔이 답한다.



 

"영."



 

명찰과 다르게 말하는 이름에 왕이보가 모르겠다는 눈빛을 하자, 샤오잔이 명찰을 가린다.



 

"그냥 그렇게 불러줘. 전학 온 친구에게 하사하는 별칭이야-. 영이라 불러줘." 



 

자신이 남망기에게 별칭을 주다니. 말도 안되는 상황이었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왕이보의 얼굴에 샤오잔이 장난이었다고 말하려는 순간, 이보의 웃음이 순서를 가로챈다.



 

"응. 영아."



 

기억 속의 남망기는 원리원칙대로 움직이는 사람이었으나, 이곳의 왕이보는 우는 사람의 청을 거절할 만큼 냉혈한은 아닌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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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 잘 부탁해."


 

샤오잔은 자신의 것이나,자신의 것이 아닌 이름을 부르며 웃어주는 이에게 할 말을 삼키고 고개를 끄덕인다.

 

나의 빛, 나의 함광군. 어찌 그대를 모질게 대하겠습니까. 

 

더 이상 들리지 않는 고금 소리에 샤오잔이 할 수 있는 것은 칠판을 향해 몸을 돌린 교복 셔츠를 입은 등을 보며, 어느날 밤을 떠올리는 것 뿐이었다. 평범할 수 없었던 그 날 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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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아닌 기억의 조각 속 왕이보, 아니 남망기라 정정하겠다. 샤오잔은 아직 호칭정리가 되지 않은 머리를 괴롭히며 기억에 발을 들인다. 오래전의 남망기는 조금 전처럼 해맑게 웃어주는 경우가 손에 꼽았다. 이마에 두른 말액 때문인지, 고소 남씨의 교육때문인지는 위무선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가 자신 때문에 한 번이라도 웃는 것에 족했다. 얼음 같은 남이공자께서 위무선 때문에 감정을 보이는 것이 그렇게 짜릿한 유희일 수가 없었다. 그 날 밤도 마찬가지였다. 그저 남이공자를 놀리려고 이릉노조 위무선은 자취를 감추고 숨어있다가 금씨 가문의 영견을 마주했으며 도망치다가 발목을 삐었다. 고고한 남이공자께서는 문하생을 물리고 친히 무선을 업고 정실까지 향하였다. 



 

"남 자암. 글쎄 그곳에 영견이 있을 줄은 내 꿈에도 모르고,"

"그랬습니까. 그 어두운 곳에는 어언 연유로 숨어 계셨습니까. 위 공자."


 

위 공자. 남망기가 위무선에게 최고로 화가 났음을 이르는 호칭이었다. 목소리는 다정하지만 필히 남망기는 무서운 표정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제서야 조금 사태가 파악된 무선은 다리를 달랑거리다가 망기의 어깨에 턱을 얹고 웅얼거렸다. 남망기가 알아듣지 못하게. 


 

"그대가, 남잠이 이 위영 때문에 그러는 것이 좋아 심술을 부리고 싶었습니다."

"위 공자가 원한다면 내 언제든지 보여드리리다. 날이 어두워 정실로 가서 환부부터 보아야하니 부디 얌전히 계십시오."


 

이런. 알아듣지 못할 말을, 못 알아들어야 할 말도 찰떡같이 듣는 함광군에 무선이 눈을 감았다. 눈을 감으니 느껴지는 함광군의 숨소리에, 심장소리에 무선은 이전과 다른 간지러움을 느꼈다. 그 간지러움이 무엇인지는 한참 뒤에야 알았지만, 지금의 떨림과는 견줄 바가 못 된다. 왕이보의 웃음에 가슴 떨린 지금의 샤오잔에 감히 견줄 수가 없다는 말이다.

 

그랬던 당신이 활짝 웃으며 내게 부탁을 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함광군.

 

아직도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눈물을 닦아내고 심호흡을 하며 샤어잔은 떠오르려하는 추억을 꾸역꾸역 삼킨다. 더 꺼내면 감당하지 못할지도 모르니까. 저 사람은 나를 기억하지 못할 테니까. 눈물을 닦아내고 시큰거리는 눈을 마사지하며 옆자리인 A, 옆 분단의 탁성의 눈치를 본 샤오잔이 숨을 고르며 삐져나오는 기억을 억누른다. 그렇게 떠오르는 것들을 진정시키느라 1교시를 통체로 날렸다. 그리고 등에 업힌 듯 생생하게 전해져오는 숨소리 때문에 칠판이 아닌 영이라는 소년에게 집중했다는 건, 왕이보 인생 18년의 가장 큰 비밀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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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선 왕샤오 섞여서 이삿짐으로 싸옴

 

망기무선 왕이보샤오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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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 글쓴이
    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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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 글쓴이
    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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