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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르키우 A. A. 모로조프 기계제조 설계국(Харьковское конструкторское бюро по машиностроению им. А. А. Морозова).

2차 세계대전 이전의 하르키우 증기기관차 공장(Завод імені В.О. Малишева, 말리셰프 공장)에서 기원한 이 설계국은 대전기에 우랄산맥 동쪽으로 피난가며 이전에 이야기했던 우랄바곤자보드와 합쳐진 '183번 우랄전차공장'이 되었다.

 

당연히 전쟁 이후에 말리셰프 공장은 원래 소재하고 있던 우크라이나의 하르키우로 돌아갔고, 하르키우 모로조프 설계국 또한 KB-60 설계국이라는 이름으로 우랄바곤자보드에서 재분리되어 하르키우로 돌아가게 됬다. 이후 하르키우 설계국은 우랄바곤자보드와 함께 20세기 소련군 주력전차 개발의 일익을 담당하는 중요한 설계국이 되어 기능했고, 소련 해체 후 우크라이나의 독립과 함께 현재는 우크라이나의 방산업체로써, 우크라이나 정부가 관리하는 국영 방위산업체 우크로보론프롬(Укроборонпром)에 소속되어 여전히 우크라이나군에 전차를 납품하고 있다.

 

*하르키우 모로조프 설계국의 전차개발 계보

T-54(우랄바곤자보드와 합작) -> 오비옉트 430 -> T-64 -> T-80UD -> T-84 오플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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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64(Объект 434)

 

시제화: 1966년(T-64), 1973년(T-64A)

개발업체: 하르키우 모로조프 설계국

생산업체: 말리셰프 공장

생산량: 8,000대

 

전장/전폭/전고: 차체 6.54m 전체 9.23m / 3.42m / 2.17m

중량: 38.5t

승무원: 3명(전차장, 조종수, 포수)

주포: 125mm 51구경장 2A26/2A46-1 활강포

엔진: 5TDF 2행정 5기통 액랭식 디젤엔진, 700hp

최고속도: 노상 50~60km/h / 야지 45km/h

장갑재: 주조장갑 / 균질압연장갑 / 복합장갑

 

47년도에 처음 실전배치가 된 T-54는 우수한 전차였으나, 개발시기부터 양산시기까지 2차 세계대전 당시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전차였다. 이미 50년대 중반에 들어서는 T-54 또한 후진적 설계와 성능을 갖춘 2선급 전차로 내려앉게 되었기 때문에, 소련군 수뇌에서는 T-54를 대체할 신규 전차를 원했다. 하여 당시 우랄바곤자보드는 오비옉트 140을, 하르키우 설계국은 오비옉트 430을 기획안으로 제출하였는 데, 개발 책임자였던 레오니트 카르체프의 지나친 의욕으로 인해 신형 구동계통과 주포 안정기 등이 탑재된 오비옉트 140은 당시 소련 입장에선 양산하기에 꽤나 복잡하고 비싼 물건이었기도 했고, 아싸리 혁신적이었던 오비옉트 430에 비해 기본적으로는 T-54의 업그레이드에 불과한 물건이었기 때문에 소련군부는 오비옉트 430의 손을 들어주게 되었다.

 

물론 소련군부의 판단과는 달리, 아이러니하게도 이 혁신적이었던 오비옉트 430은 애초에 검증되지도 않은 신기술을 아낌없이 퍼부은 결과 당장에 양산하기엔 문제점이 많은 녀석이었다. 특히 기존 소련 전차와 궤를 달리하는 엔진 배치로 인해 구동계에서 큰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에 하르키우 설계국 관계자들은 당시 소련 육군 총사령관 바실리 추이코프에게 쪼인트를 신나게 까였고, 결국 오비옉트 430 또한 양산 계획이 취소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하르키우 설계국은 문제가 많던 오비옉트 430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고, 오비옉트 430의 차체를 기반으로 115mm 활강포 탑재와 전기-유압식 자동장전장치, 유리섬유 기반 복합장갑 장착 등 큰 폭의 개선점을 적용시킨 오비옉트 432를 다시금 출품했다. 오비옉트 432의 가장 혁신적인 부분은 바로 저 신형 자동장전장치로, 이 시기 서방과 동구권의 모든 주력전차를 통틀어서 자동장전장치를 탑재한 물건이 없었음을 생각하면 상당히 시대를 많이 앞서나간 셈이었다. 그 덕분에 탄약수가 탑승할 일이 없어져 승무원은 3명으로 줄어들었고, 당연히 포탑의 크기 또한 작아지니 남는 중량을 장갑에 투자할 수 있어 더욱 두터운 방호력을 확보하는 것도 가능했다. 하여 새로 출품된 오비옉트 432에 큰 만족을 표한 소련군부는 T-64라는 제식명칭을 부여한 후, 66년부터 양산에 돌입하였다.

 

T-64는 당시 소련군 주력전차 중에서도 상당히 획기적인 물건이었다. 현가장치를 대형 보기륜 5개에서 소형 보기륜 6개로 교체, 지지륜 추가, 더블핀 방식 캐터필러 탑재와 같은 현가장치의 개선, 터보차져가 장착된 신형 대향피스톤 엔진 장착을 통한 구동계 개량, 목측식 관측장비를 버리고 처음으로 영상합치식 광학측정장치를 장착한 관측장치 개량, 앞서 설명한 자동장전장치의 장착을 통한 3인 승무원 체제의 최초 구현, 복합장갑 채용으로 인한 방호력 증대 등 모든 부분에서 신형인, 스펙 자체만 놓고보면 당대 최고 수준의 전차 중 하나였다.

 

그러나 무리한 신기술의 투입은 정신 나간 수준의, 거지발싸개같은 신뢰성이라는 역풍으로 돌아왔으니, 당시 소련의 공학 기술 수준으로써는 도저히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었기 때문에 T-64는 걸핏하면 고장을 일으켜 소련군부의 골머리를 썩히게 하는 폐급으로 전락했다. 하여 초도양산분 250대가 배치 4년만에 폐차되는 굴욕을 맛보기 까지 했다. 거기에 야심차게 탑재한 바구니형 자동장전장치는 걸핏하면 탄이 걸리고, 걸린 탄을 빼내려던 전차병들의 손을 맛있게 잡숫는 심각한 안전성 문제까지 발생했다. 이 자동장전장치를 고쳐서 재생산된 T-64A는 그나마 사정이 나았으나, 5TD 디젤엔진은 기존 소련군의 V형 디젤 엔진에 비해 엔진 수명도 처참할 정도로 짧았고(약 200시간) 시동도 제대로 걸리지 않아 걸핏하면 고장나고 퍼지기 일쑤였다. 이 문제는 실전배치된 지 10여년 정도 뒤에나 겨우 해결되었지만, 그나마도 완전한 해결은 아니었다.

 

물론 T-64는 그 자체만 놓고보면 나쁘지 않은 전차였으나, 전차라는 물건이 결국 사람이 조종하는 게 아니던가. 그 조종하는 전차병들은 T-64를 몇번 타보고는 과거에 몰던 아주 우직하고 신뢰성 높았던 T-54/55를 그리워할 지경이었고, 이후 T-72가 실전배치되자 너도 나도 T-72에 비교해 T-64를 까내리는 지경이었으니 T-64의 기계적 신뢰성이 얼마나 처참했는 지는 더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굳이 T-72까지 가지 않더라도, 비슷한 시기에 '땜빵'으로 실전배치되었던 T-62에 대한 호평이 더욱 많았을 정도였다. 그래도 T-64가 남긴 교훈이라면, 소련군부가 혁신! 혁신!을 외치는 혁신무새에서 탈출해 좀더 보수적인 방향으로 전차개발에 신경쓰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그러니 이후 탄생한 T-72부터해서 소련-러시아의 주력전차들은 다소 보수적이더라도 검증된 기술들을 채용해 기계적 신뢰성을 최대한 확보하는 데 성공하면서 T-64같은 참사(?)는 이후 발생하지 않았으니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그래도 여전히 T-64는 현역에서 구르고 있다. 비록 러시아군은 이 믿을 수 없는 녀석을 모조리 창고에 짱박아두고 있지만, 이 녀석을 탄생시킨 하르키우 설계국이 위치해있기도 하거니와, 당장 전차 한대라도 아쉬운 상황인 우크라이나군은 여전히 T-64를 현역으로 사용하고 있다. 물론 개발 당시의 스펙으로 굴리기에는 큰 무리가 따르는 상황이니, 하르키우 설계국은 겉모습을 제외한 내부 속알맹이들을 싹다 최신형으로 교체한 T-64BM 불라트와 그 후속작인 T-64BV로 개수하면서 지금까지도 열심히 굴려먹고 있다. 그 성능은 T-72의 현대화 개수형인 T-72B3에 아주 쪼금 못 미치는 정도라고 하니 이만한 마개조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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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80UD

 

시제화: 1987년

개발업체: 하르키우 모로조프 설계국

생산업체: 말리셰프 공장, 옴스크트란스마쉬, 키로프 공장

생산량: 172대? (T-84, T-84 오플롯M 포함)

 

전장/전폭/전고: 차체 7.09m 전체 9.69m / 3.76m / 2.29m

중량: 46t

승무원: 3명(전차장, 조종수, 포수)

주포: 125mm 52구경장 2A46M-1 활강포

엔진: 6TD 수평대향형 디젤엔진, 1,000hp

최고속도: 노상 60km/h / 야지 45km/h

장갑재: 복합장갑 / 반응장갑

 

소련 해체 이후, T-80 시리즈는 더 이상의 추가적인 양산 없이 러시아군 내에서 퇴역, 혹은 자체적으로 개량하는 형식으로만 운용되고 있었다. 여전히 재고는 많았지만, 러시아군은 추가 생산이 불가능한 T-80 대신, T-72의 현대화 개량형과 T-90으로 주력전차를 대체하고자 했고, 실제로도 그렇게 운용하고 있다.(물론 여전히 T-80 또한 러시아군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T-80의 생산 설비가 그대로 있는 우크라이나의 상황은 달랐다. 그렇기에 우크라이나군은 T-64의 최신개량형인 T-64BM 불라트와 T-64BV 말고도, T-80의 자체적인 개량형태인 T-80UD 또한 운용하고 있는 형국이다.

 

본판이 워낙 우수한 녀석인 T-80이었기 때문에 당연, T-80UD 또한 우수한 녀석이었다. 다만 가스터빈을 장착해 엄청난 수준의 고속주행 능력을 보여주는 러시아군의 T-80에 비해, 본인들이 생산하기에 용이하고 연비도 적게 먹는 디젤엔진을 장착한 우크라이나군 버전의 T-80UD가 기동력이 살짝 쳐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다만 디젤엔진과 가스터빈엔진은 저마다 장단점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우수한 전차였던 T-80UD는 참으로 기구한 운명이 기다리고 있었는 데, 바로 위에서 말한 소련 해체가 그것이었다. 1987년 T-80UD가 제식채용되어 생산되고 있던 시점은 소련 해체 불과 4년 전이었다. 소련 해체 이후 설계국인 하르키우 설계국과 생산라인의 한 축인 말리셰프 공장은 그대로 우크라이나로 넘어갔지만, 문제는 포탑과 반응장갑을 생산하던 옴스크트란스마쉬는 러시아에 있었고, 키로프 공장은 소련 해체 후 전차 생산에서 손을 털고 나간 탓에 더 이상 부품을 수급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개판이었던 러시아 상황에, 더군다나 옴스크트란스마쉬는 자기들이 단독으로 T-80U 계열을 생산하고 싶었던 욕심이 있었기 때문에 말리셰프 공장과의 관계를 단절하고 제 갈길을 가게 되었다. T-80UD의 생산라인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었던 우크라이나는 결국 독자적으로 포탑과 반응장갑 등 부속들을 개발하여 자국군에 T-80UD의 파생형을 납품하기로 결정하는 데, 그것이 바로T-84 오플롯이었다.

 

그래도 T-80UD는 우크라이나 외에도, 파키스탄군에 수출되어 우크라이나군 버전인 오비옉트 478BE와 신형 포탑을 장착한 오비옉트 478BE-1, 총 320대가 납품되어 여전히 파키스탄군의 주력전차로 활약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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