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역사/한국사/세계사

세계 역사, 고대 역사, 역사 토론 및 정보 공유

조회 수 1755 추천 수 0 댓글 0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나는 공중화장실을 가지 않는다.

 

몇 년 전 여름이었다.

 

지방에 사는 나는, 친구를 보러 서울에 놀러갔었다.

 

친구를 만나러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던 도중 미초도록 배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이건 도저히 못 참겠다 싶어 화장실을 가기 위해 아무 역에서나 내렸다.

 

지하철역 내에 있는 공중화장실에 들어가, 잡히는 대로 좌변기 칸을 열고 들어갔다.

 

한바탕 정신없이 일을 본 후 숨을 고르며 정신을 챙겨보니, 내가 들어간 화장실은 시설이 매우 낡은 곳이었다.

 

그때, 밖에서 소둣몰을 쓰던 사람이 물을 잠그고 밖으로 걸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새로 들어오는 사람이 없는지 화장실에 정적이 찾아왔다.

 

 

 

그때였다.

 

 


옆 칸에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벽면을 만지작거리는 소리.

 

그리고 무엇인가 억누르고 있는 듯한 느낌의 심호흡 소리.

 

“스읍…… 후……”

 

나는 당황했지만, 그저 볼 일을 위해 힘주는 소리겠거니 하며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심호흡이 끝난 옆 칸의 남자는 매우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저기요.”

 

‘뭐지? 휴지가 없나?’

 

“혹시 사람 죽여 봤어요?”

 

‘……?’

 

“사람 피냄새가…… 생각보다 코를 찔러요……”

 

컨셉으로 장난치든 또라이든 아니든, 이 놈은 정상은 아니구나 싶었다.

 

괜히 부딪히지 않으려고 서둘러 화장실을 나갈 채비를 했다.

 

그러자 이번엔 대놓고 옆칸에서 내게 노크를 했다.

 

 

 

똑.똑.똑.

 

 

 

그리고 내쪽 멱면에 얼굴을 붙였는지, 전보다 훨씬 가까워진 목소리가 흥분된 상태로 말을 하였다.

 

 

 

“그 냄새가…… 나를 너무 미치게 만들어.”

 

 

 

온 몸에 소름이 끼치며 서둘러 좌변기 칸을 박차고 나갔다.

 

마침 화장실에 젊은 남자 두 명이 들어오고 있었고, 이곳에 나 말고도 누군가 있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웠다.

 

다른 사람도 있겠다, 서둘러 손만 씻고 나가야지 라고 생각했다.

 

손을 씻으며 대체 어떤 놈인가 하는 생각에 곁눈질로 거울을 통해 좌변기칸을 훑었다.

 

 

 

이상했다.

 

 

 

A가 있던 좌변기 칸의 문이 잠금상태가 아니라 열려있었기 때문이다.

 

열린 문틈을 보며 이상함을 느끼던 중, 서서히 문이 닫히기 시작했다.

 

 

 

끼이이익-

 

 

 

그 장면을 보자마자 그 길로 나튼 화장실에서 나왔다.

 

소름이 끼치는 상황 속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긴장한 탓에 온 몸에 식은땀이 흘렀고, 노선도도 확인하지 않은채 아무 지하철에 올라타 그곳을 벗어났다.

 

그 남자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지금 돌이켜보면 중2병스러운 대사로 장난치는 변태또라이였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정적속에서 내게 말을 걸어오던 그 목소리를 아직 잊지 못 한다.

 

차분함과 흥분감이 공존하던 그 목소리는 과연 연기였을까.

 

그 날 이후로 나는 공중화장실을 가지 않는다.


역사/한국사/세계사

세계 역사, 고대 역사, 역사 토론 및 정보 공유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HOT글 베트남 국민들이 자긍심이 센 이유 2025.07.20 469 3
HOT글 양극화에 대하여 2 2025.07.22 399 0
HOT글 장비도 없는 열악한 환경 KBS 수요기획 '한국 UDT, 캄보디아를 가다' 2 file 2025.07.22 466 0
공지 URL만 붙여넣으면 끝! 임베드 기능 2025.01.21 31003 46
공지 🚨(뉴비필독) 전체공지 & 포인트안내 23 2024.11.04 37342 66
13029 힘을 숨긴 주치의 file 2023.11.19 31 0
13028 힐러리가 트럼프 상대로 대선에서 패배한 이유 file 2023.10.30 974 0
13027 히틀러의 인생과 사랑에 대한 탐구 file 2024.12.01 3396 1
13026 히틀러의 연설 file 2023.11.13 298 0
13025 히틀러의 연설 file 2023.11.12 272 0
13024 히틀러의 연설 file 2023.10.12 900 0
13023 히틀러의 사상 행적 중 가장 의외인 부분 file 2024.02.10 360 0
13022 히틀러의 기미상궁이였던 여인 file 2022.01.22 61 0
13021 히틀러와 직접 인연이 있었던 유대인들 file 2022.02.18 58 0
13020 히틀러도 감탄할 소년병 훈련 file 2024.01.15 632 0
13019 히틀러가 평가한 각국 군대 file 2021.08.24 67 0
13018 히틀러가 최종적으로 이루고자했던 대규모 프로젝트 file 2024.07.29 71 0
13017 히틀러가 일본에게 선물로 준 요요 비슷한 무언가. file 2023.09.07 380 0
13016 히틀러가 사용하던 집무실 file 2023.01.28 3632 0
13015 히틀러가 미대 입시 떨어진 이유 file 2023.04.25 68 0
13014 히틀러가 미국을 경계한 이유.jpg file 2024.03.12 461 0
13013 히틀러가 미국을 경계한 이유 file 2024.03.14 675 0
13012 히틀러가 말하는 남녀평등 file 2021.12.20 79 0
13011 히틀러가 계획한 역대급 대규모 프로젝트 ㄷㄷㄷ..jpg file 2023.08.10 392 0
13010 히틀러가 계획한 대규모 프로젝트 file 2023.04.14 1869 0
13009 히틀러 총통 관저 구경 file 2022.04.08 282 0
13008 히틀러 암컷 타락 대작전 file 2022.05.12 375 0
13007 히틀러 아니었으면 홀로코스트는 없었다.JPG file 2023.10.09 206 0
13006 히틀러 맞음) 콧수염 독재자는 사실 꽤 성공한 화가였음 file 2023.09.07 338 0
13005 히틀러 만나본 한국인 썰 file 2023.01.01 1037 0
13004 히틀러 가계도 file 2023.06.17 160 0
13003 히키코모리 자립 지원시설로 떠나는 아들 file 2023.03.01 29 0
13002 히잡 쓰기 운동하는 이란 남자들 file 2022.04.15 251 0
13001 히말라야의 해골 호수 file 2022.10.29 3131 0
13000 히로시마 원폭돔이 지금까지도 온전했다면? file 2023.04.29 5568 0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435 Next
/ 435